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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까지 달렸다.
기적의 승리를 만든 독일과의 3차전은 어땠을까. 더 이상 무너지면 안 된다는, 더 이상 잃을 것도 없다는 심리적인 응집이 우선 돋보였다. 더해서 기술적인 차이가 전술의 형태도 보이게 했다. 분석팀 데이터에 따르면 독일의 두 센터백인 훔멜스는 18개, 쥘레는 16개의 패스가 전방으로 투입됐다. 반면 대한민국의 김영권은 2개, 윤영선도 2개의 전방패스만이 성공했다. 물론 김영권과 윤영선 모두 세계 최강팀을 맞이해서 최상의 수비력에 극찬을 받았지만, 현대축구는 최후방부터 빌드업을 할 수 있는 센터백이 필요하다는 점에서 데이터가 의미하는 차이점은 보였다.
대한민국 국민들이 기억하고 원하는 '많이 뛰고, 한 발 더 뛰어주는, 투혼의 축구'가 독일전에서 보여줬다. 4-4-2 포메이션을 기본으로 상대가 볼을 소유하고 하프라인을 넘어서면 5-4-1로 수비조직을 만들었다. 하지만 기술적인 부분은 조금 더 깊이 짚어봐야 했다. 독일이 16강 진출을 위해서 반드시 승리가 필요했고, 결국 수비형 미드필더 케디라를 제외하고 장신공격수 고메즈를 투입했다. 밸런스가 앞쪽으로 몰리며 대한민국은 다수의 역습 기회를 맞이했다. 하지만 3대2 상황에서 유효슈팅까지 이어진 장면은 없었다.
러시아월드컵이 변곡의 계기이길 바란다. 하루아침에 달라질 순 없다. 멀리, 차분히 봐야 한다. 더 이상 감독-선수 탓은 의미가 없다. 기술적인 부분부터 전술-체력-심리 등은 유소년부터 고쳐가야 한다. 우리는 어떤 축구를 할 수 있는지, 하고 싶은지, 잘 할 수 있는지를 고민해야 할 때가 왔다. 그 부분을 잘 고민하고 오랜 시간 준비한 팀들이 월드컵에서 국민들에게 감격과 희망을 안겼다. 대한민국의 독일전 승리도 충분히 희망적이었다. 그라운드에서 보여줬으니, 이젠 한국축구와 대한민국 전체의 합심이 필요하다. 전술적 방향성을 갖춘다면, 그에 따른 기술-체력-심리도 잘 준비할 수 있다. 2018년 러시아의 여름은 그렇게 기억되어야 한다.
박경훈 교수, 전주대 축구학과 분석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