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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듀' 모태범, 빙판 위에 새긴 '19년의 발자취'

임정택 기자

기사입력 2018-03-23 05:00


'아듀(Adieu), 모태범.'

'밴쿠버올림픽 금메달리스트' 모태범(29)이 빙판을 떠난다. 대한빙상경기연맹 관계자는 22일 "모태범이 은퇴행사 신청서를 제출하겠다는 의사를 연맹에 전달했다"라며 "신청서가 도착하면 초중고대학실업 전국남녀스피드대회에서 모태범의 은퇴기념 활주와 기념품 전달식을 치를 예정"이라고 했다.

모태범은 이승훈(30·대한항공) 이상화(29·스포츠토토)와 함께 '빙속 트로이카'의 한 축이었다. 한국 빙속을 세계 최정상으로 끌어올린 '황금세대.'

19년. 모태범이 빙판 위를 질주해온 시간이다. 시작은 초등학교 3학년. 가족과 함께 서울 어린이대공원을 찾은 모태범은 태어나 처음으로 스케이트화를 신었다. 또래 친구들이 수시로 넘어지는 것과 달리, 모태범은 균형을 잘 잡았다. 남다른 운동신경과 하체 근력을 가졌다는 증거. 이 모습을 지켜본 아버지의 권유로 모태범은 은석초등학교 빙상부에서 스피드스케이팅 선수의 길에 접어들었다.


19일 오후 강원도 강릉 올림픽파크 스피드스케이팅경기장에서 '2018 평창동계올림픽' 스피드스케이팅 남자 500m 경기가 열렸다. 모태범이 35초15의 기록으로 결승선을 통과했다. 힘차게 질주하고 있는 모태범.
강릉=송정헌 기자 songs@sportschosun.com/2018.02.19
시작과 동시에 재능을 발휘했다. 성실함까지 갖춘 모태범은 급성장했다. 위기도 있었다. 중학교 진학 후 신체적 성장이 더뎠다. 모태범의 고민이 깊었다. 사춘기도 겹쳤다. 질풍노도의 시기. 모태범은 심적으로 흔들렸다. 이런 모태범을 잡아준 건 부모님. 부친 모영열씨와 모친 정연화씨는 지극 정성으로 모태범을 지원했다. 하루도 빠짐 없이 몸에 좋다는 건 어떻게든 구해서 먹였다.


19일 오후 강원도 강릉 올림픽파크 스피드스케이팅경기장에서 '2018 평창동계올림픽' 스피드스케이팅 남자 500m 경기가 열렸다. 모태범이 35초15의 기록으로 결승선을 통과했다. 팬들 응원에 답례 인사를 하고 있는 모태범.
강릉=송정헌 기자 songs@sportschosun.com/2018.02.19
부모님의 헌신에 모태범도 중심을 잡았다. 모태범은 17세 때 주니어대표로 선발됐다. 이후 2006, 2007년엔 세계주니어선수권 500m를 연속 제패했다. 성장에 성장을 거듭한 모태범은 2009년 하얼빈유니버시아드대회 남자 1000m, 1500m 2관왕을 달성했다. 팀추월에선 은메달도 획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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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고편에 불과했다. 2010년 정점을 찍었다. 무대는 밴쿠버올림픽. 500m, 1000m, 1500m 세 종목에 출전했다. 절정의 컨디션을 유지했던 모태범은 500m 1차 레이스 34.92초, 2차 레이스 34.90초를 기록하며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이는 쇼트트랙 외 종목에서 나온 한국의 첫 금메달이었다. 이어 1000m에선 1분19초12를 기록, 미국의 샤니 데이비스에 이어 은메달을 차지했다.


19일 오후 강원도 강릉 올림픽파크 스피드스케이팅경기장에서 '2018 평창동계올림픽' 스피드스케이팅 남자 500m 경기가 열렸다. 경기 전 몸을 풀고 있는 모태범.
강릉=송정헌 기자 songs@sportschosun.com/2018.02.19
이후 2012년 헤이렌베인, 2013년 소치세계선수권 500m에서 연달아 금메달을 손에 넣은 모태범은 서서히 하향세에 접어들었다. 2014년 소치올림픽에 나섰지만 메달권에 들지 못했다.


소치올림픽 후 슬럼프를 겪었다. 잠시 스케이트화를 내려놓기도 했다. 84kg 남짓하던 체중은 한 때 107kg까지 불었다. 하지만 방황도 잠시 새 목표를 세웠다.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 모태범이 다시 뛰었다. 지옥훈련으로 20kg 가량 감량했다. 이를 악물고 평창올림픽 500m, 1000m 출전권을 따냈다. 자신의 주종목. 그러나 아쉬움을 삼켰다. 500m 16위에 그쳤다. 그리고 훈련 도중 부상을 해 1000m엔 나서지도 못했다.

그러나 의미 없는 올림픽 출전은 아니었다. '형 노릇'을 톡톡히 했다. 후배 선수들에게 자신의 경험과 노하우를 전수했다. 긴장한 동생들의 마음을 풀어주기도 했다. 모태범은 든든한 버팀목이었다. 평창올림픽 남자 1000m에서 '깜짝 동메달'을 획득했던 김태윤은 "(모)태범이 형이 많은 조언을 해줬다. 늘 웃는 운동 분위기를 이끌어주셔서 즐겁게 했다"며 "평창 주장으로서 형 역할을 정말 잘 해주셨다"고 했다.


6일 오후 강원도 강릉 선수촌에서 평창동계올림픽 스피드스케이팅 대표팀 선수단이 입촌했다. 밝은 표정으로 선수촌에 입촌하고 있는 모태범.
강릉=송정헌 기자 songs@sportschosun.com/2018.02.06
빙판을 떠나는 모태범, 이제 제2의 삶을 그리고 있다. 사이클 선수로 전향할 계획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모태범은 2015년 마스터스 사이클 양양대회에 선수 자격으로 출전한 바 있다. 모태범의 은퇴식은 28일 태릉국제스케이트장에서 열리는 전국남녀스피드스케이팅대회 종료 후 진행될 예정이다.


임정택 기자 lim1st@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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