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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승' 박기원 감독 "대한항공, 내 마지막 퍼즐"

임정택 기자

기사입력 2017-03-07 22:27


대한항공과 삼성화재의 2016-2017 프로배구 경기가 7일 인천계양체육관에서 열렸다. 대한항공 박기원 감독이 작전지시를 하고 있다.
인천=허상욱 기자 wook@sportschosun.com/2017.03.07/

"내가 마지막으로 한국서 퍼즐을 맞출 수 있는 기회라고 생각했다."

박기원 감독이 이끄는 대한항공은 7일 인천 계양체육관에서 열린 삼성화재와의 2016~2017시즌 NH농협 V리그 남자부 경기에서 세트스코어 3대2(25-17, 23-25, 25-20, 20-25, 15-13)로 승리했다. 대한항공은 25승10패 승점 72점으로 남은 경기 결과에 관계 없이 정규리그 우승을 확정했다. 2010~2011시즌 이후 6년만에 최정상에 올랐다. 가스파리니가 서브 에이스 7개를 포함 홀로 31득점을 올리며 승리를 견인했다.

부임 첫 시즌 우승을 거머쥔 박 감독은 "먼 길 돌아왔다. 돌아서 돌아서 우승했다"며 "처음 대한항공 제의 왔을 때 내가 마지막으로 한국서 퍼즐을 맞출 수 있는 기회라고 생각했다. 이 기회를 놓치지 말자고 다짐했다"고 고백했다. 이어 "선수들도 열심히 따라줬다. 우승은 어렵지만 난 비교적 선수들 덕에 쉽게 한 것 같다. 선수들이 너무 잘 해줬다"고 말했다.

박 감독은 V리그 최고령 지도자다. 그의 지도력은 최정상급으로 정평이 나있다. 연륜과 경험, 전술 유연성까지 갖췄다. 박 감독은 "나이가 적고 많고는 감독으로서 의미 없다. 열정이 있냐 없냐다"라며 "아침 6시에 일어나 출근한다. 술, 담배 다 끊었다. 어깨 나란히 할 수 있는 길은 더 많이 일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다른 젊은 감독보다 하루 2~3시간 일 했던 것 같다"고 했다.

씩씩하게 말을 이어가던 박 감독. 목소리가 촉촉해졌다. 아내 이야기가 나왔을 때다. "현장에 있는 나보다 마음 고생이 많은 사람이다. 내가 좋아하는 배구 이해 못해주면 내가 지금까지 배구 못했을 것"이라며 "시합 전엔 옆에 오지도 않고 근처에도 안 온다. 내 기분이 나쁠까봐…"라며 말끝을 흐렸다. 그리고 한 마디 했다. "이런 게 인생이다." 그러더니 "너무 집안 이야기했다. 또 마누라에게 혼 나겠다"라며 웃었다.

우승의 기쁨. 선수들에게 돌렸다. 박 감독은 "어느 한 선수 꼽을 수 없을 정도로 모두 잘 해줬다. 모든 선수들이 언제 뛰더라도 잘 뛸 수 있을 정도로 준비를 해줬다"며 "특정 선수를 꼽을 수 없다"고 했다. 외국인선수 가스파리니에 대해선 "인성이 된 선수다. 열심히 하고 연습 때 분위기도 잡으려 한다"면서 "몇 시합을 어려울 때 혼자 해결을 해줬다"고 말했다.

박 감독은 "챔피언이 될 선수들은 인성이 된 선수"라며 "실력만 있는 선수는 시합은 잘 하겠지만 우승을 할 순 없다"고 했다.

이날 곽승석을 리베로로 출전시킨 것에 대해선 "우리 리베로들이 저조한 상태다. 한국전력전 때 주전 리베로가 멘탈 붕괴됐다. 두 번째 선수도 상태 안 좋았다"며 "곽승석을 리베로로 준비해두고 있었다. 부담 갖지 말고 할 수 있는 마음껏 하라고 했다"고 설명?다. 그러면서 "곽승석이 잘 해줬다. 굉장히 고맙게 생각한다"며 "신영수도 안 뛰다가 들어가서 멘탈적으로 잘 견뎌내줬다"고 추켜세웠다.


이제는 챔피언결정전이 남았다. 박 감독은 "최우선은 체력이다. 체력 담당자에게 관리하라고 말했다. 챔프전까지 어떻게 준비할 것인지 곧 결정할 것"이라며 합숙 여부에 대해선 "합숙을 왜 하는가. 연습 5시간만 하면되는데. 집에선 선수들이 더 기합 받는다"라고 해 웃음을 자아냈다.

고령이라는 우려엔 이내 진지한 눈빛으로 "내 나이가 어떤가. 머리만 돌아가면 하는 것"이라며 "세계 배구는 빠르게 변하고 있다. 도태되면 안된다. 항상 공부하고 연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많은 사람들이 정규리그 우승을 가볍게 생각한다. 그건 조금 그렇다. 높으신 분들이 결정한 것이니 따라가지만, 경험상 정규리그 우승이 통합 우승보다 훨씬 힘들다"면서 "외국에선 플레이오프 8팀 정도 참가 티오를 준다. 우리나라는 3팀이서 통합 우승을 겨룬다. 그럼 정규리그에 목숨 걸어야 한다"고 했다.


인천=임정택 기자 lim1st@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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