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이승미 기자] '무릇 예능천하를 읽지 않은 자와는 '무도'를 논할 수 없다,했다.' 지상파 채널은 물론, 신흥 세력으로 떠오른 종편과 케이블 채널까지 현대 예능은 춘추전국시대. 시청률 경쟁이 과열될수록 예능인들의 삶은 더 치열해지는 법. 난세가 영웅을 낳는다고 했던가. 90년대 후반부터 현재까지 유재석,강호동, 신동엽, 이경규, 이휘재를 비롯해 신흥 예능 대세들에 이르기까지 흥망성쇠로 본 예능 영웅담을 펼쳐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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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음료 전문 신문사의 취재기자로 일하던 박준우는 올리브TV 요리 서바이벌 프로그램 '마스터 셰프 코리아'(이하 '마셰코') 시즌 1에 출연하며 얼굴을 알렸다. 포털 사이트에 이름을 검색하면 연관 검색어로 '매너'라는 단어가 뜰 정도로 '젠틀'하다고 알려진 박준우지만, '마셰코'에서 본 그의 첫 등장은 우리가 지금 알고 있는 모습과 사뭇 달랐다. 예선전에서 긴장감을 감추기 위해 수차례 맥주를 마시던 그는 심사위원들 앞서 음식을 만들며 '아이씨'를 연발하며 강레오 심사위원의 심기를 불편하게 만들었다. 이후 그는 여러 인터뷰를 통해 "낯을 가리는 성격 때문에 '마셰코' 촬영 때 힘들었다"며 비화를 전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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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팬들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 김에 말하자면, 그는 최근 각종 여성 커뮤니티에서 가장 자주 언급되는 '가장 섹시한 남자' 중 하나다. 그를 '섹시한 남자'로 꼽는 네티즌의 한 사람으로서 필자의 사심을 보태 이야기 하자면 그는 여성 커뮤니티에서 꼽는 '여성들이 싫어하는 수염을 가졌으면서도 섹시한 유일한 남자'다. 그의 매력은 여성의 마음을 사로잡는 아름다운 접시 위 플레이팅, 해박한 지식을 말로 표현할 줄 아는 유려한 언변, 깔끔한 패션, SNS 올리는 소신있는 목소리의 조화에서 나온다. 소믈리에 대회 특별 심사위원, 국제음악영화제 집행위원으로도 활약하는 그는 '요섹남'(요리하는 섹시한 남자)라는 타이틀이 가장 어울리는 남자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박준우가 유학파 출신의 정갈하고 멋진 과외 오빠 같은 이미지라면, 김풍은 동네 슈퍼 앞에서 아이스크림을 먹으며 어슬렁거리다 만날 수 있을 것 같은 백수 오빠 같은 느낌이다. 힘들 때 찾아가면 따뜻한 단어가 조합된 위로보다는 뼈가 있는 말 한 마디를 툭툭 건낼 것 같은 사람이랄까. 실제로 그는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어?잖은 훈계는 안 하려 한다. 그냥 '이렇게 사는 사람도 있다'는 느낌으로 살아온 이야기만 들려주는 정도다. 각자의 인생이 다른 데 누가 누구에게 충고를 하겠냐"고 말한 바 있다.
솔직함이 그대로 밴 그의 인터뷰를 보면 알 수 있듯이 그가 시청자의 사랑을 받는 가장 큰 이유도 '솔직함'에 있다. 내놓으라 하는 요리 고수들이 총출동하는 '냉장고를 부탁해'에서 김풍은 그들을 따라가기 위한 '이도저도 아닌 요리'는 하지 않는다. 그들 사이에서 당당히 자신을 '자취 요리 전문가' '인스턴트 음식 전문가'라고 칭하며 고급 요리 사이에서 '싼 맛'을 외치는 용기를 보여준다. 15분간의 조리 시간 중에 끊임없이 들려오는 다른 셰프들의 지적 사항과 조언을 그때그때 수용하는 뻔뻔한 흡수력까지 갖췄다. 이것이 그가 보는 사람도 불안하게 만드는 조리 과정을 보여주다가도 셰프들 마저 놀라게 만드는 '맛있는 요리 한 접시'를 낼 수 있는 비결임에 틀림없다. 셰프들 사이에서는 '부족한 야매 요리사' 지만 요리 하수들과 함께 하는 올리브TV '비법'에서 그는 전문 셰프 못지 않다. 한참 부족한 요리실력을 가진 윤종신, 김준현, 강남, 정상훈 사이에서 '냉장고를 부탁해'에서 갈고 닦았던 실력과 지식을 유감없이 발휘하며 '시어머니' 역할을 톡톡해 해내고 있다.
그렇게 '한 요리'하는 김풍은 놀랍게도 전문적으로 요리를 배워 본 적이 없는 사람이다. 그렇다고 박준우처럼 요리 서바이벌 등에 도전한 적도 없다.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린 웹툰 '폐인의 세계'으로 단숨에 주목받는 웹툰 작가가 된 그는 최대 포털사이트 네이버에서도 웹툰('내일은 럭키 곰 스타')을 연재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스스로 4년간의 백수의 길을 걷기 시작한 그는 그동안 SNS에 자신이 직접 만든 2% 부족한 요리를 올리기 시작했다. 그러더니 요리 전문 채널 올리브TV 프로그램에 출연하기 시작했고 마침내 '냉장고를 부탁해'로 만개한 거다.
이쯤되면 '팔방미인'이라는 단어가 작가, 야매 요리사, 방송인으로 모자라 영화의 단역 배우로도 활동한 바 있는 김풍에게 가장 잘 어울리는 단어가 아닐까 싶다. 앞서 그는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요리는 짝사랑, 만화는 마누라 같다"고 말한 바 있다. '팔방미인'으로서 공사가 다망한 와중에도 요리에 대한 짝사랑은 식지 않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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