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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라!! 브라질에 있는 KBSN 스포츠 아나운서 정인영이에요. 벌써 월드컵도 반이 지나가고 있네요. 독자 여러분들도 다들 밤낮 바뀌는 생활로 힘드시죠. 저도 이곳에서 매일 힘든 나날을 보내고 있답니다.
제가 하루를 보내는 곳은 리우데자네이루에 있는 코파카바나 특설 오픈 스튜디오랍니다. 방송을 보시면 해운대같이 생긴 해변에 스튜디오처럼 생긴 건물이 하나 있는데 바로 그 건물이에요. 전세계 방송사 가운데 딱 8개 방송사만 입주해있어요. 아침 9시까지 출근해서 밤 10시에 퇴근한답니다. 언제나 도시락만 먹고 있고요.
그래도 딱 하나 좋은 것이 있어요. 바로 축구 레전드들과의 만남이랍니다. 앞에 얘기한 것처럼 특설 오픈 스튜디오에는 영국의 BBC, 중동의 알 자지라 그리고 유럽과 북미를 아우르는 beIN Sports 등이 있어요. 그러다보니 많은 축구 전문가들이 왔다갔다 한답니다. 그들을 바로 옆에서 보는 재미는 쏠쏠한데요. 그 가운데서도 몇몇 기억에 남는 일화를 소개할게요.
우선 가장 인상적인 분은 아리고 사키 전 이탈리아 감독이에요. 뭐랄까요. 상당히 귀여운 할아버지에요. 사키 감독과는 스튜디오로 올라가는 엘레베이터에서 만났어요. 저를 딱 보더니 "하이, 하이" 그러더라고요. 전 인사인 줄 알았는데 제 머리에 손을 가져다대면서 "하이 베리 하이, 굿피지컬"이라더군요. 한 마디로 제 키가 크다는 'high'였죠. 제가 감사하다면서 "평소 팬이었어요. 감독님 기념 사진 찍어주세요"라고 하자 활짝 웃으시더니 옆에 서시더라고요. 그런데 왼손으로 제 허리를 두르는데 살짝 놀라기도 했어요. 그 때 여자 스태프가 함께 있었는데 아는 척을 하지 않았어요. 그러자 사키 감독은 서운했던지 헛기침을 하더라고요. 그러더니 영어로 "안녕하세요. 제 이름은 아리고 사키에요. 이탈리아 감독을 했답니다"라며 자기 'PR'을 하더라고요. 그제서야 우리 여자 스태프가 "네 알고있습니다. 팬입니다"라고 하자 함박웃음을 지었어요. 귀엽죠.
또 기억에 남는 사람은 크리스티안 비에리였는데요. 맞아요. 2002년 한-일월드컵 16강에서 우리를 상대로 골을 넣었던 그 비에리 선수요. 사키 감독과 사진울 찍고 며칠 뒤에 제가 잠시 자리를 비웠을 때 우리 스튜디오로 찾아왔데요. 그러더니 "혹시 그 키 큰 아나운서는 오지 않았느냐. 같이 밥먹고 싶다"고 했다고 하더라구요. 그 이야기를 전해듣고는 조금은 무서웠어요.
잉글랜드 축구의 자존심 앨런 시어러는 정말 '젠틀'했어요. 항상 웃어주고 친절했어요. 주위에서는 다들 "카리스마가 느껴지는 배우같다"고 하더라고요.
아르센 벵거 감독 역시 상당히 멋있었는데요, 특히 정장이 잘 어울렸어요. 그런데 사진 찍고 난 다음에 상파울루에서 열리는 잉글랜드와 우루과이 경기 해설하러 간다고 하더라고요. 다음에 만나면 홧병 나지 않았나 물어보려고요. BBC 패널로 나서는 티에리 앙리와도 한 컷 찍었는데요. 같이 사진 찍기가 정말 어려웠어요. 오픈 스튜디오에 올때마다 사진 촬영을 요구하는 사람들이 너무 많았어요. 그래도 그 때마다 환한 웃음으로 포즈를 취해주는데 '정말 좋은 사람이구나'는 것을 느꼈어요. 축구 레전드들과의 사진은 제 SNS를 통해서도 종종 올릴테니 다들 오셔서 구경 많이 해 주세요.
KBSN스포츠 아나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