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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해진 동선 외에는 들어가실 수 없습니다."
1987년 완공된 선라이프 스타디움의 내외관은 내로라 하는 국내 경기장보다 나은 수준이다. 애초에 미식축구(NFL)와 메이저리그(MLB) 경기 뿐만 아니라 각종 콘서트-행사가 가능케 만든 다목적 경기장이다. 건설 초기부터 지향점이 명확했던 만큼 동선과 시설 모두 완벽하다. 경기 성격에 따라 그라운드에는 각각 특성에 맞는 잔디를 깔고 손님을 맞는다. 좌석 역시 가변식으로 설계되어 경기, 공연 용도에 맞게 조정된다. 관리도 허투루 하지 않는다. 1주일 사이 A매치만 3경기가 열렸다. 잉글랜드가 5일과 8일 각각 에콰도르, 온두라스와 평가전, 10일 한국-가나전까지 일정이 이어진다. 경기만 유치하는 게 아니다. 철저한 관리로 최상의 경기가 치러질 수 있는 여건을 마련했다. 대한축구협회 관계자는 "앞서 2경기를 잇달아 치른 경기장의 그라운드 상태라고 보기 힘들 정도로 관리가 잘됐다"고 탄성을 뱉었다.
선라이프 스타디움을 관리하는 이들의 극성은 무관심에 방치 중인 일부 국내 경기장과 확연히 대비됐다. 여름만 지나면 누렇게 뜨는 잔디와 이를 대체하는 작업이 반복된다. '경기장'이라는 단순한 명칭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돈 먹는 하마'라는 달갑잖은 꼬리표를 떼어내지 못하고 있다. 과연 국내에선 언제쯤 선라이프 스타디움 같은 '경기장 다운 경기장'을 볼 수 있을까.
마이애미(미국)=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