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C현장]"배철수 건강이 허락되면 계속"…35주년 '배캠', 50주년까지(종합)

정빛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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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25-03-25 15:34


[SC현장]"배철수 건강이 허락되면 계속"…35주년 '배캠', 50주년까…
배철수. 사진 제공=MBC

[스포츠조선 정빛 기자] 올해 35주년을 맞은 '배철수의 음악캠프'가 40주년, 50주년을 더 내다봤다.

'배철수의 음악캠프' DJ 배철수와 남태정 라디오 PD는 25일 서울 마포 상암 MBC사옥 M라운지에서 간담회를 열고, '배철수의 음악캠프' 35주년의 여정을 돌이키는 시간을 가졌다.

1990년 3월부터 매일 청취자들의 퇴근길을 책임져온 '배철수의 음악캠프'가 올해로 35주년을 맞았다. 대한민국 최장수 라디오 프로그램으로, 고정 진행자가 한 번도 교체되지 않고 오랜 시간 이어왔다는 점에서 'MBC 라디오 자존심'이라 할 수 있다.

배철수는 "오래한 건 맞는데, 너무 오래한 것인지는 제가 판단할 문제는 아닌 것 같다. 한국에서는 단일 프로그램으로는 제일 오래한 것 같다. 36년 차에 접어들었다. 언제까지 할지는 저도 잘 모르겠다"며 웃었다.

또 "MBC에서 저를 필요로 한 것은 청취자들이 '네가 아직 쓸모 있다'라는 뜻인 것 같다. 건강이 허락되는 한, 계속할 것 같다. 언제까지는 저도 잘 모르겠다. 청취자분들이 결정할 문제인 것 같다"라며 '배철수의 음악캠프' DJ 은퇴 시점을 에둘러 말했다.


[SC현장]"배철수 건강이 허락되면 계속"…35주년 '배캠', 50주년까…
사진 제공=MBC
지난해 건강상 이유로 잠시 DJ 자리를 비웠던 일도 언급했다. "작년에 아파서 제가 처음으로 일주일 동안 자리를 비운 적 있다. 그때 정말 심각하게 생각한 것은 '내가 젊지 않구나, 이제 나이 먹었구나'라는 것이었다. 나이 70 먹고 한 생각치고는 늦기는 했다. 그런데 사람이 정말 늘 건강할 수 없겠더라. 물리적인 세월 흐름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것이다. 몸은 늙어가고 쇠약해지지만, 정신만은 늙으면 안 되겠다고 생각했다"며 고백했다.

그러면서 "앞으로 제가 더 할 수 있을지는 청취자 여러분, MBC 라디오, 그리고 제 몸이 결정할 것 같다. 하루하루 재밌고 늘 즐겁게 방송하겠다"고 말했다.

그러자 남 PD가 "저보다 오래하실 것 같다"라고 너스레를 떨며 "저는 고등학생 때부터 원래 청취자였고, '배철수의 음악캠프' 팬이었다. 여전히 지금도 팬심도 있고, 프로그램을 하면서 음악적 지식도 알게 됐다"고 거들었다.


[SC현장]"배철수 건강이 허락되면 계속"…35주년 '배캠', 50주년까…
남태정 PD. 사진 제공=MBC

35주년을 맞은 만큼, 어떤 특별한 이벤트를 준비했을지에도 궁금증이 생긴다. 남 PD는 "30주년에는 영국 BBC 가서 방송하고, 방탄소년단과 함께 하기도 했다. 그때 LP를 만들기도 했었다"라며 운을 뗐다.

이어 "이번에는 LG전자에서 만든 '배철수의 음악캠프' 35주년 기념 라디오를 청취자분들께 드렸다. 그리고 이번에 배철수 선배님께서 휴가를 가시는데, 그 자리를 메우기 위해 반가운 손님들이 오신다. 배철수와 아이들 같은 느낌이다. 역대 DJ 중에서 뮤지션분들을 모았다. 옥상달빛, 윤도현, 이루마, 유희열이 2주 정도 자리를 채워주실 예정이다"고 예고했다.

또 "5년 전 BBC에 갔듯, 올해는 미국 시카고로 간다. 세계 최대 음악 페스티벌인 롤라팔루자에 가는 것이다. K팝 아티스트가 다섯 팀이 출연해서, 그분들도 만날 것이다. 다른 헤드라이너 아티스트들도 섭외 진행 중이다"라고 귀띔했다.

오래할 수 있는 비결을 짚기도 했다. 남 PD는 "대중문화를 봤을 때 '다양성'이 중요한 것 같다. '배철수의 음악캠프'가 매일 만나는 방송이긴 하지만, 희귀아이템이다. 동양권에서 팝 음악 전문 방송을 꾸준히 제작하는 것은 드문 일이다. 그건 배철수 선배님께서 관리도 잘 하시고, 선배님이 또 좋은 영향을 주셨기 때문이라 본다. 저는 청취자 시절부터 그 일관성을 쭉 느껴왔다"라고 분석했다.

배철수는 처음 '배철수의 음악캠프' DJ 자리에 앉았던 순간을 떠올렸다. "먼저 이렇게 오래 할 수 있게 해준 MBC에 감사한다"는 배철수는 "제가 처음 방송했을 때만 해도 DJ들이 속삭이듯 방송을 했다. 저는 목소리가 굉장히 투박하고, 음악도 록 음악이나 긴 음악을 많이 틀기도 했다. 그 시절만 해도 이상한 DJ였다. 그런 걸 MBC 라디오에서 받아줬다"고 회상했다.

위기의 순간을 돌이키기도 했다. 배철수는 "유난히 저를 싫어하시는 국장님이 계셨는데, 그 국장님 임기 동안 그만둘 뻔한 위기가 있었다. 그분이 왜 저를 싫어하실지를 생각했는데, 머리 길고, 수염 길고, 여름에는 가죽 샌들을 신고 다니고 그래서 싫어하신 것 같다"며 웃었다.


[SC현장]"배철수 건강이 허락되면 계속"…35주년 '배캠', 50주년까…
사진 제공=MBC
특히 프로그램의 35주년을 특별하게 자축했다는 점이 관심사다. 배철수가 '배철수의 음악캠프' 35주년을 기념해, 솔로앨범 '플라이 어게인'을 발표한 것이다. 배철수의 솔로앨범은 1985년 발매된 '배철수 사랑이야기' 이후 40년 만이다.

배철수는 "죽기 전에 제 음악 생활에 대해 정리해야 한다고 생각했는데, 2022년에 구창모씨와 송골매로 공연을 했었다. 그 공연을 쭉 해오면서, 마지막으로 더 나이 들기 전에, 그리고 목소리 안 나오기 전에, 새 앨범을 내야 한다고 생각했었다. 마침 프로그램이 35주년이 돼서 청취자분들께 드릴 게 없을까하고 고민했었다. 이 앨범을 선물로 드리면 좋아하실 것 같다는 생각이 들더라"며 신보를 발매하게 된 이유를 밝혔다.

이어 "음질에도 신경을 많이 썼다. 제 생각엔 요즘 팝음악도 그렇고 우리 가요도 과도하게 장식이 많은 것 같다. 듣고 있으면 음악이 거의 비슷하다. K팝이 사운드가 비슷하고, 팀마다 차별화되는 점이 없더라. 사람이 아니라 AI가 부르는 것 같은 느낌도 든다. 이 앨범은 아날로그 느낌으로 들을 수 있다"며 자부했다.

새 앨범 활동 계획에 대해서는 "주변에서 이 앨범을 가지고 '쇼! 음악중심'에도 나가라고 하고 그러더라"고 웃으며 "그런데 이걸로 어딜 나간다는 생각은 전혀 없다. 활동을 할 것도 아니다"라고 답했다.


[SC현장]"배철수 건강이 허락되면 계속"…35주년 '배캠', 50주년까…
배철수(왼쪽), 남태정 PD. 사진 제공=MBC
끝으로 배철수는 "우리 프로그램은 정치 시사를 논하는 프로그램도 아니고, 그냥 사는 얘기를 나누는 프로그램이다. 제작진은 청취율 잘 나오길 바라겠지만, 청취자분들이 퇴근길에 좋은 음악 듣고, DJ 농담에 피식하고 웃으신다면, 저는 그걸로 족한다. 이것만으로도 프로그램 존재 이유가 충분하다고 생각한다"라며 "그래도 '배철수의 음악캠프'가 대한민국 문화 발전에 조그만 돌이라도 쌓았다고 생각하면서 스스로 뿌듯함을 느낀다"라며 벅찬 감정을 표했다. 남 PD도 "홍콩에 단일 프로그램 50년 동안 한 분이 계시더라. 저희도 40년, 50년 가능하다고 생각한다"라며 고개를 끄덕였다.


정빛 기자 rightlight@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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