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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조지영 기자] 박정민의 몸종이 된 강동원이라니. 모두가 깜짝 놀랄 의구심을 김상만(54) 감독이 확신의 그림으로 완성했다.
신분을 뛰어넘는 친구였으나 전쟁을 거치며 원수가 된 노비와 양반, 그리고 무너진 궁과 자신의 권위를 다시 세우기 위해 비열한 수단도 거리낌 없이 사용하는 왕과 이런 왕 앞에 머리 숙이는 이상주의자 의병장과 그를 비웃는 여전사 등 계급의식 사이의 충돌, 폭력, 부조리를 선명히 담은 '전,란'은 한국 영화를 대표하는 영화인들이 힘을 모아 완성해 낸 매력적인 사극 대작으로 시청자의 눈도장을 찍었다.
'해가 서쪽에서 뜬다면'의 미술감독으로 영화계에 입문한 뒤 라디오라는 소재를 스릴러적으로 비튼 '심야의 FM'(10), 아시아 오페라 역사상 100년에 한번 나올 만한 목소리라 주목받으며 최고의 리리코 스핀토로 떠오른 한국인 성악가를 전면에 내세운 '더 테너 리리코 스핀토'(14) 등의 연출로 관객을 만난 김상만 감독은 무려 10년 만에 꺼낸 신작 '전,란'으로 연출 필모그래피 방점을 찍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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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를 통해 '전,란'을 공개한 과정에 대해서 김상만 감독은 "개인적으로 넷플릭스 공개가 좋은 기회였다고 생각한다. 이제 OTT 플랫폼으로 영화를 공개하는 것은 거스를 수 없는 대세다. 동시에 많은 사람에게 영화를 선보이는 것도 감독으로서는 큰 장점이다. 그건 부정할 수 없는 시대의 변화다. 또 하나의 경험으로 볼 수 있고 OTT 플랫폼 공개가 부정적인 느낌은 없다. 실제로 촬영을 들어가면서 넷플릭스가 엄청나게 지원을 많이 해 주기도 했다. 부족한 기분은 전혀 들지 않았다"고 소신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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갱을 쓴 박찬욱 감독과 협업에 대해 "서로 의견의 차이라고 한다면 아무래도 박찬욱 감독은 시나리오에 있는 대사의 질문의 쉼표마저도 철저하게 본다. 하나도 쉽게 넘어가는 게 없다. 대사, 감정이라는 부분에 있어서 본인이 생각하는 스타일이 확실히 있을 수 있다. 박찬욱 감독은 몇몇 영화에서 볼 수 있듯 과도하게 강조되는 감정, 이른바 신파적인 요소가 갑자기 쓰이는 부분에 대해 큰 거부감이 있다. '이 정도는 괜찮지 않나?'라는 말에도 타협하지 않는다. 결과적으로 늘 박찬욱 감독이 이겼다. 과도하게 신파나 감상에 빠지지 않게 경계하는 부분이 있었지만 좋은 협업이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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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다들 의아한 캐스팅이라고 하지만 내 심정으로는 '영화를 보고도 그런 생각이 나올까?' 싶다. 이말년의 만화를 떠올린 것도 있지만 개인적으로 박정민이 양반 도련님 모습을 잘 보여줄 것 같았다. '동주' 작품을 보면 굉장히 지적이고 반듯한, 잘사는 청년의 느낌이 있다. 지금은 워낙 팔색조 같은 친구지만 양반 도련님도 전혀 무리가 없을 것이다고 생각했다"고 자신했다.
강동원에 대해서도 "강동원과 이야기 할 때는 가장 먼저 외모적인 변화를 이야기 했다. 이번 작품에서 강동원이 산발을 하고 얼굴에 수염을 달았다. 요즘은 사극에서 남자 주인공이 수염을 안 다는 비주얼이 대세다 보니 조심스러운 것도 있었다. 조심스럽게 강동원에게 제안을 했더니 오히려 선뜻 받아들였다. 게다가 강동원의 첫 등장 신은 내가 생각한 것 이상으로 오히려 강동원이 더 많은 제안을 했다. 이번 작품에서 과감한 시도를 했다"며 "배우로서 강동원은 매번 놀라움의 연속이었다. 작품을 굉장히 크게 본다. 작품을 객관적으로 보려고 한다. 작품 속에서 자신이 맡은 캐릭터가 어떤 톤 앤 매너로 연기해야 하는지 굉장히 철저하게 파악하려고 한다. 주연 배우가 가져야 할 덕목이다. 그런 지점이 놀라웠다. 본인 스스로도 약간 감독에게 맡기려고 하는 부분이 있다. 그래서 관객도 호평을 해줬고 내가 봐도 확실히 강동원은 이번 작품에서 좀 더 편하게 놀았다는 느낌이 있다"고 만족감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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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지영 기자 soulhn1220@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