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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령, 자비에 돌란 감독의 영화 '마미'(2014)에서 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ADHD)에 시달리던 주인공 스티브가 보드를 타면서 양손으로 화면을 열어젖히는 시늉을 할 때 나오는 '오아시스'의 '원더월'(Wonderwall)은 영화를 아예 다른 차원으로 끌어올린다. 노래가 흐르면서 답답했던 1대1의 화면비율은 열려가는 스티브의 마음을 상징하듯 2.35 대1로 늘어난다. 돌란은 카타르시스라는 말이 절로 나올 정도의 강력한 '영화적 마법'을 관객에게 건다. 영상과 소리를 동시에 활용하면서다.
최근 개봉해 10만 관객을 동원한 예술영화 '퍼펙트 데이즈'도 소리의 효과를 극도로 높인 케이스다. 빔 벤더스가 연출한 이 영화는 거의 10분간 아무 대사 없이 주인공의 반복되는 일상만을 보여준다. 그러다 트럭 카세트에서 흘러나오는 올드팝 '더 하우스 오브 더 라이징 선'(The House of The Rising Sun)을 활용해 영화의 본격적인 시작을 알린다. 관객에게 영화의 출발을 알리는 동시에 강력한 임팩트를 안기는, 효과적인 전략이다.
음악을 쓰지 않고도 소리만으로 영화에 운율을 부여하는 감독들도 있다. 로베르 브레송이 대표적이다. '호수의 랜슬롯'(1974)에서 갑옷이 철커덕거리는 소리, '무셰트'(1967)에서 여주인공의 구둣발 소리, '소매치기'(1959)에서 주인공이 파리의 보도(步道)를 걷는 소리는 영화를 다 본 이후에도 환청처럼 관객들의 귀를 사로잡는다. 일상의 규칙적인 소리와 리듬이 때론 선율보다도 더 강렬한 음악적 요소로 작용한다는 사실을 브레송은 이 영화들을 통해 웅변하듯 보여준다.
프랑스 영화 전문지 '카이에 뒤 시네마' 출신 유명 평론가 미셸 시옹이 쓴 '영화, 소리의 예술'(문학과지성사)은 소리에 천착한 영화 비평서다. 채플린 시절부터 비교적 근작 영화까지 749편의 영화들을 비교하고, 비평하면서 소리가 영화에 미친 영향을 분석했다. 프랑스 작가 특유의 단정적인 말투가 다소 거슬릴 때도 있지만, 소리에 대한 다양한 감각을 일깨워준다는 점에서 책은 유용하다.
이윤영 옮김. 876쪽.
buff27@yna.co.kr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