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포츠조선 조지영 기자] 쿨하고 당당한 '칸의 여왕' 배우 전도연(51)이 돌아왔다.
범죄 영화 '리볼버'(오승욱 감독, 사나이픽처스 제작)에서 약속된 대가를 찾기 위해 거침없이 직진하는 하수영을 연기한 전도연. 그가 5일 오전 서울 종로구 삼청동에서 스포츠조선과 만나 '리볼버'의 출연 계기부터 작품을 향한 애정과 열정을 털어놨다.
특히 '무뢰한'(15)으로 오승욱 감독 호흡을 맞춘 뒤 9년 만에 재회한 전도연은 전작보다 더 야성적인 날 것의 연기 변신으로 '리볼버' 전체를 이끌었다. 전도연이 '리볼버'에서 연기한 하수영은 비리에 연루되어 감옥에 다녀온 전직 경찰로 비리를 뒤집어쓰는 대신 큰 보상을 받기로 했지만, 2년 후 출소에도 약속받았던 모든 것을 받지 못하게 되면서 받아야 할 몫을 집요하게 받아내려 질주하는 캐릭터로 변신했다. 건조하며 차갑고 냉한 하수영의 얼굴로 보는 이들을 놀라게 만드는 전도연의 연기 차력쇼가 압권인 '리볼버'다.
|
많은 고민과 우려 속에서도 '리볼버'를 선택한 전도연은 "결국은 약속이지 않나. 어쨌든 약속이다. 오승욱 감독이 나와 이야기를 하면서 4년이란 시간을 '리볼버'에 올인했다. 내가 안 하고 싶다는 마음을 가진 것은 이 작품을 하면서 내가 도움이 될 수 있을까에 대한 걱정이었다. 그래도 약속은 지켜야 한다. 하기로 한 걸 잘 해내고 싶었다. 다만 앞으로 오승욱 감독과 약속은 조금 조심해야 할 것 같다"고 농을 던졌다.
오랫동안 '칸의 여왕'으로 독보적 필모그래피를 쌓아온 전도연은 "사람들이 나를 굉장히 어려운 배우라고 생각했고 작품적으로 그런걸 깨고 싶었지만 그러한 작품이 많지 않았다. 그나마 최근에 드라마 '일타 스캔들'을 통해 깼던 것 같다. '리볼버'도 시나리오만 보면 어두웠다. '리볼버'가 여러 장르로 느껴질 수 있었던 것은 함께한 배우들의 힘인 것 같다. 하수영의 이야기만 따라갔으면 다양한 장르가 나오지 않았을 것이다. 출연한 배우들이 함께 만들어낸 새로운 장르의 영화가 됐다"며 "예전에는 '칸의 여왕'을 벗어나면 사람들이 나를 편하게 생각할까 싶었는데 이제는 나의 또 다른 모습인 것 같다. 스스로 그걸 받아들이는 시간을 가진 것 같다. 증명까지는 아니겠지만 사람들과 만남을 가지고 어떤 작품을 선택하는지 관심을 받고 있다. 최근에는 개인적으로 마음에서 자유로워졌다. 작품적으로 관객과 소통하는 게 가장 편한 것 같다"고 고백했다.
'길복순'에 이어 '리볼버'로 다시 한번 액션 연기에 도전한 전도연은 "'길복순' 이후 액션 연기 은퇴를 선언했는데 '리볼버'는 4년 전 약속이라 피해갈 수 없었다. 액션 은퇴 여부와는 상관 없었다. 그런데 '리볼버'는 시나리오에서 액션 영화라고 느껴지지 않았다. 그럼에도 액션이 나와서 연습을 해야 하지 않을까 싶었다. 허명행 무술감독이 '길복순'을 경험했으니 현장에서 충분히 할 수 있다고 하더라. 그래서 현장에서 했다. 이제는 액션을 조금 잘 할 수 있을 것 같다. 액션 은퇴 번복까지는 아니지만 그래도 앞으로는 몸보다 마음을 쓰고 싶다. '길복순' 때는 액션을 지나치게 어렵게 생각했다. 더 편하게 생각하거나 쉽게 할 수 있는 것도 어렵게 느껴진 것 같다. 만약 지금 '길복순'을 다시 찍으면 더 잘 할 수 있을 것 같기도 하다"고 웃었다.
|
워맨스 호흡을 맞춘 임지연에 대해서도 특별한 기억을 남긴 전도연이다. 그는 "'더 글로리'가 너무 잘됐고 이후 더 비중 있는 작품을 할 줄 알았다. 처음에 임지연이 캐스팅 됐다는 이야기를 듣고 '정말 임지연이 한다고 했나?'라고 물을 정도였다. 정말 놀라운 캐스팅이었다. 오승욱 감독이 그 배우들이 선택해준 만큼 배우들의 향연을 만끽할 수 있는 작품을 만든 것 같다"고 밝혔다.
'한예종 전도연'으로 불렸다는 임지연은 현장에서 전도연을 향한 애정공세를 쏟아냈다는 후문에 "거짓말이다. 나에게 애정공세를 했다고 하는데 정말 쿨하게 한 것 같다. 내게 '너무 팬이다' 이런 것도 없이 각자 현장에서 각자 일을 열심히 했다. 함께 밥을 먹어본 것도 아니었다. 내가 임지연의 마음을 알 수가 없지 않나? 처음에는 현장에서 예민한 친구구나 싶었다. 작품이 워낙 어둡기도 했고 예민하게 열심히 하는 친구더라. 오히려 최근에 홍보로 만나면서 친해진 것 같다. 귀엽더라. '핑계고'를 통해 알게 됐는데 밝고 귀여운 친구더라"고 웃었다.
이어 "'독립영화계 전도연이다' 등의 이야기가 많더라. 어느 순간 내가 그런 배우가 된 것 같더라. 정말 어렵더라. 마냥 그런 이야기를 듣는다고 기쁘지도 않고 책임감이 생기거나 부담이 되는 것은 아니더라. 어느 순간 자연스럽게 들리더라. 그래도 나는 머물러 있지 않고 끊임없이 작품을 하고 있지 않나? 나도 정진하고 있고 그 친구들도 정진하고 있다. 어느 순간 나를 대체하는 친구도 나올 것이다. 다만 아직은 스스로 건재한 것 같다"고 답했다.
|
|
조지영 기자 soulhn1220@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