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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조지영 기자] 뛰고 구르고 빠지고 넘어지며 생고생 길을 자처한 배우 이제훈(40)이 무서운 독기와 집념으로 여름 스크린 화려하게 컴백했다.
무엇보다 '탈주'는 어떤 장벽도 직진으로 돌파하는 북한 병사로 변신한 이제훈의 고군분투가 돋보이는 작품이다. 뛰고 구르고 물과 늪에 빠지는 것은 물론 차가 뒤집히고, 지뢰밭을 내달리는 등 목숨 건 추격전을 완성한 이제훈은 흔들림 없는 집념과 절박함을 완벽히 소화하며 '탈주' 속 존재감을 드러냈다.
특히 '탈주'는 이제훈의 남다른 '구교환 사랑'으로 성사된 캐스팅으로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앞서 이제훈은 지난 2021년 열린 제26회 부산국제영화제에서 구교환을 향한 1차 팬심을 고백했고 곧바로 그해 열린 제42회 청룡영화상에서 신인감독상 시상자로 무대에 올라 남우조연상 후보로 오른 구교환을 향해 손하트를 보내며 "구교환과 함께 작품을 하고 싶다"고 러브콜을 보냈다. 결국 원하던 만남이 '탈주'로 이어지며 '성공한 덕후'로 소원을 이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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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계 대표 '구교환 앓이'를 온 몸으로 표현한 이제훈은 "구교환이 대중적으로 알려지기 전부터 나는 구교환 형을 알고 있었다. '꿈의 제인'이라는 작품으로 구교환 형에 대한 궁금함을 갖게 됐다. 구교환은 배우이기도 하지만 감독으로 활동했던 시절도 있었다. 윤성현 감독의 단편 '아이들'이라는 작품에서 처음 보게 됐다. '아이들' 이후 '파수꾼'이라는 작품이 생겼다고 생각하는데 그때부터 마음으로 흠모했다. 그래서 여기저기 구교환 형을 이야기를 하고 다녔다"고 찐 애정을 드러냈다.
그는 "이 작품을 읽고 현상 이야기가 나왔을 때 너무 강력하게 구교환 형 이야기를 했다. 공식석상에서 사심이 담긴 표현을 하기도 했는데 구교환 형이 당황할 수도 있음에도 기쁘게 내가 날린 하트를 하트로 받아줬다. 그 다음날 바로 시나리오를 보내 이야기를 나누고 싶었다. 너무 기쁘게도 빠르게 답이 왔고 좋은 시그널을 받았다. 뭔가 꿈을 이뤘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캐스팅만으로도 그렇게 행복할 수가 없었다. 함께하면서 이 사람 매력의 끝은 어디인가 싶을 정도로 빠져 들었다. 구교환 형은 아직 보여주지 못한 부분이 훨씬 많은 것 같다"고 덧붙였다.
이어 "작품을 하면서도 현상 캐릭터를 양파 같이 만들었다. 따뜻하면서도 집념과 카리스마를 보여줬다. 그 온도차가 컸는데 너무 손쉽게 다가갈 수 있는 사람이면서도 내가 감히 눈 앞에서 마주할 수 없을 것 같은 에너지를 느꼈다. 구교환이 아니면 그렇게 하지 못했을 것 같다. 내가 현상을 연기한다고 해도 구교환 형처럼 못할 것 같다. 너무 뛰어나게 자신만의 색깔로 표현하니 멋졌다. 이 작품을 통해 만나게 됐지만 앞으로 기회가 있다면 다른 스토리, 장르로 만나면 더 재미있을 것 같다. 혹은 감독 구교환, 배우 이제훈이거나 반대로 내가 감독이 된다면 구교환 형을 1순위로 캐스팅하고 싶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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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 "이 작품을 하고 나서 오른쪽 밖 무릎 인대가 안 좋게 됐다. 높은 곳에서 계단을 내려올 때 내려오는 시간이 길어지면 무릎이 접히지 않더라. 병원에 가서 진단을 받기도 했는데 무리가 많이 갔다고 하더라. 앞으로는 조심해야 한다는 진단을 받았다. 다시금 그런 순간이 오더라도 할 것이냐고 묻는다면 하겠다고 하겠다. 산에서나 계단에서 내려올 때 난간을 짚고 내려와야 하는 불안함이 있지만 이 작품을 한 것에 대한 후회가 없다. 스스로에 대한 후회는 없다"고 답했다.
'탈주'를 위해 극한 다이어트도 녹록하지 않았다. 이제훈은 "많이 달리다 보니 살도 많이 빠졌다. 규남은 쉽지 않은 군생활을 10년간 했고 심지어 먹을 것도 동료들에게 나누지 않나? 처음부터 마른 장작으로서 표현되길 바라는 마음에 체중을 감량했다. 4달간 촬영했는데 가면 갈수록 피폐해진 모습을 보여주고 싶어서 식단을 강하게 했다. 점심과 저녁 밥차를 바라보며 외면을 해야 했던 부분이 있었다. 지금 60kg 중반인데 '탈주' 촬영할 때는 키가 177cm인데 58~60kg까지 감량하기도 했다. 앞으로는 그렇게 못할 것 같다. '탈주' 촬영 때는 최소한의 단백질과 에너지를 위한 탄수화물 조금 먹었다. 단백질 쉐이크를 달고 살았던 것 같다"고 고충을 털어놨다.
영화 속 등장하는 전신 탈의 장면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이제훈은 "영화 완성본을 보니 눈 깜빡 할 사이에 지나갔더라. 규남의 육체에 대한 표현을 위해 준비도 열심히 했는데 너무 짧게 나왔더라. 관객도 영화를 보고 아쉽다면 한 번 더 관람을 부탁한다"며 "전신 탈의 촬영 당시 정말 추웠다. 실오라기 걸치지 않는 뒷모습에 물세례를 받았는데. 쪼그라든 모습의 규남을 표현하고 싶었던 것 같다. 깃털처럼 날아갈 것 같은 모습이었다. 존재감에 있어서 쉽게 누르면 없어질 수 있지만 그것이 작은 촛불의 불씨처럼 보이길 바랐다. 그래도 희망의 눈빛을 담아내고 싶었다. 한해한해 갈수록 체력 관리가 힘들다는 생각도 든다. 서른 막바지, 39살에 찍은 작품이었는데 스스로에 대한 체력을 믿고 몸을 내던진 스타일이고 그 어떤 시간보다 강력하게 몰아붙였는데 예전과 다르지 않다는 걸 느꼈다. 그래서 두려움도 느꼈다. 더 처절하게 하려고 했고 오히려 주변에서 그만 하려고 해서 말리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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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수술을 결정하고 나서 사망동의서에 사인도 해야 하는데 '여기에서 죽을 수 있겠구나' 싶으면서 시간이 주마등처럼 지나가더라. 그렇게 진통제를 맞고 잠들었다가 수술 후 깼다. 너무 다행이라고 생각이 들면서 그 순간에 내가 인생을 후회 없이 살고 있었느냐에 대해 짧지만 생각을 많이 하게 됐다. 깨어나서 여러 생각이 들었다. '앞으로 인생 마음대로 살거야'라며 마음 먹기도 했다. 억울하더라. 삶을 즐기지 못한 것 같았다"고 곱씹었다.
하지만 이제훈은 '막 살기로 했던' 다짐과 달리 또다시 열일에 빠졌다고 고백해 모두를 웃게 만들었다. 그는 "그런 마음을 먹고 나서도 끊임 없이 작품을 하는 걸 보니 나는 글렀다. 내 몸에게 스스로 미안하기도 하다. 끝나고 나서도 예정된 작품이 있으니까 쉴 수가 없다. 내 인생은 이런 것 같다. '막 살 거야'라는 부분이 아직 실행되지 않았다"고 머쓱하게 웃었다.
차기작에 대해 이제훈은 "'시그널2'와 '모범택시3'가 기다리고 있다. 대본을 보면서 미쳤다는 말밖에 안 나온다. '시그널2'는 대본이 다 나오지는 않았지만 초반 부분만 봐도 '미쳤다'라는 말이 나온다. 사람들의 상상 이상의 것을 보여줄 수 있는 작품이 될 것 같다. '김은희는 역시 김은희다'가 아니라 '김은희가 더 김은희했다' 정도인 것 같다"고 자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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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지영 기자 soulhn1220@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