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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조지영 기자] '닥터슬럼프'가 심폐 소생 로맨틱 코미디의 첫 페이지를 열었다.
그 후 14여 년이 흐른 현재의 여정우와 남하늘은 성형외과 의사, 마취과 의사로 각자의 삶을 살아가고 있었다. 하지만 "그날 그 사건은 그와 나의 인생을 무너뜨리기에 충분했다"라는 남하늘의 내레이션처럼, 두 사람의 인생도 역시 CPR(심폐소생술)이 필요한 순간이 찾아왔다. 먼저 여정우는 안면 윤곽 수술 중이던 환자의 과다 출혈 사망으로 위기를 맞았다. 마침 사고 당시에만 고장났다는 수술실 CCTV, 병원 쓰레기 더미에서 발견된 항응고제 약병으로 인해 모두가 여정우를 의도적 살인자로 의심했다. 의문의 의료 사고와 수상한 정황들, 이와 엮인 백억 원대의 소송으로 그는 인생 최악의 슬럼프에 빠지게 됐다.
남하늘은 여전히 앞만 보고 달리는 중이었다. 의사가 되기 전까지 공부에 미쳐 살았다면, 의사가 된 후로는 일에 미쳐 살았다. 그러다 보니 본인도 모르는 사이 몸과 마음은 지쳐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남하늘은 급성 담낭염으로 도로 위에 쓰러진 채 달려오는 트럭을 마주했다. 바로 그때 '차라리 죽는 게 낫겠다'라는 생각이 스쳤고, 이 기회로 병원을 찾게 된 남하늘은 우울증과 번아웃 증상을 겪고 있다는 진단을 받았다.
'닥터슬럼프'는 현대인이라면 누구나 겪을 법한 우울증, 번아웃, 슬럼프 등 '마음의 병'들을 소재로 첫 방송부터 제대로 현실 공감을 불러일으켰다. '스타 의사' 여정우와 '열정 닥터' 남하늘은 각자의 이유로 다른 병을 가지고 있지만, 같은 시기의 인생 암흑기 속에서 서로 희미한 빛을 비추며 다시 만났다. 이는 두 사람이 서로가 서로에게, 그리고 보는 이들에게 어떤 위로와 힐링을 선사할지 기대를 더했다.
무엇보다 첫 회 만에 '로코력 만렙' 시너지를 최대로 끌어낸 오현종 감독의 감각적인 연출과 백선우 작가의 위트 있는 대본, 그리고 기대를 확신으로 바꾼 배우들의 케미스트리까지 더할 나위 없었다. 특히 박형식과 박신혜는 극 중 14년이라는 세월의 흐름뿐만이 아니라, 양극단을 오가는 감정 변화까지 디테일하게 그려내며 다시 한번 그 진가를 확인시켰다.
조지영 기자 soulhn1220@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