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포츠조선 정빛 기자] 이제 손으로 세기도 힘들 정도다. 배우 최민식이 디즈니+ '카지노(극본, 감독 강윤성)'의 차무식 역할로, 또 한 번 인생 캐릭터를 추가했다.
이처럼 25년 만의 시리즈물로 화려한 귀환을 알렸지만, 정작 최민식은 삼중고에 시달렸다며 고충을 토로했다. "영화에서 도저히 상상할 수 없는 분량을 찍었다. 찍으면서 매일 '왜 이걸 했지?'라고 후회했다. 필리핀 가기 전에 코로나에 걸려, 냄새도 못 맡고 목도 쉬고 후유증이 심했다. 또 한여름 뙤약볕에 정신을 못 차리겠더라. 많은 분량을 찍어야 하는 압박감, 코로나 때문에 나빠진 신체적 조건, 더운 날씨로 삼중고에 시달렸다. 그래도 이제는 그 시절이 아련하게 떠오르더라."
|
차무식에 대한 애정도 남달랐다. 차무식은 타고난 역량으로 필리핀 현지를 장악하는 인물이지만, 최민식은 차무식을 '평범한 사람'으로 봤다. "차무식을 평범함에 뒀다. 선과 악의 경계를 명확하게 구분 짓지는 않았다. 가장 평범한 사람도 악행을 저지를 수 있다. 환경이 이사람을 이렇게 만들었다고는 안 본다. 불우해도 바른 생각을 가지는 사람이 있는데, 인간 내면의 욕망을 좇다보니 자기 자신도 그런 무리를 만나게 된 것 같다. 차무식이 돈과 권력을 추구하다 보니, 그렇게 흘러간 것 같다. 100% 나쁜 사람이나 착한 사람은 없다고 본다. 인간의 다중성이 표현됐으면 했다. 그리고 차무식은 이름 그대로 무식한 놈이다. 거래할 때도 합법적이거나 논리적으로 얻는 것이 아니라, 무식하게 밀어붙이는데 그래도 나름 비즈니스맨이라 생각한다(웃음)."
|
"마지막에 조촐한 만찬을 할 때 미술팀한테 시들시들한 들꽃을 준비해달라고 했다. 간파하셨을지 모르겠는데, 화무십일홍을 표현하고 싶었다. 마지막 만찬 예감이라도 하듯, 사람이 코너에 몰릴 때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심정인데, 내 주위 가깝다고 생각하는 사람한테 정서적으로 비비고 싶고, 하소연하고 싶은 것을 꽃으로 표현하고 싶었다. 또 차무식 사망 장면은 꽃잎이 떨어지는 듯 차무식이 퇴장하는 게 맞는 게 아닌가라는 생각이었다. 정말 열흘 동안 붉은 꽃이 없다. 그걸 뻔히 알면서도 욕망을 향해 치닫는데, 그게 우리 주제다."
독보적인 캐릭터였던 만큼, 명대사도 많다. 특히 차무식이 영어학원 원장 출신이자, 필리핀을 장악한다는 점에서 차무식 특유의 콩클리시가 인상적이라는 평가가 상당하다. 그런 만큼 차무식의 대사를 따라 하는 콘텐츠도 늘어나고 있다. 최민식이 영화 '범죄와의 전쟁: 나쁜놈들 전성시대' 최익현에 이어, '카지노' 차무식으로 또 성대모사 대상이 된 것이다.
"배우들은 몸이 악기다. 몸을 통해 표현하는 것인데, 내가 쓰는 말이 아닌 영어로 의사 표현하고 감정을 표현하니 저 스스로 닭살도 돋더라. 그래도 차무식은 영어 학원도 하고, 한국 사람들 특유 콩클리시가 허용되는 캐릭터니까"라고 짚은 그는 최익현 대신 차무식 성대모사가 늘었다는 말에 "아유, 큰일 났다. 이제 또 몇 년 가겠다"라고 웃었다.
맡은 역할 마다 성대모사로 화제가 된다는 것은, 최민식이 역할 그 자체로 보이게 했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벌써 햇수로는 연기 인생 35년 차, 기분 좋은 '성대모사 계보'를 계속 이어가는 그에게 박수가 쏟아지고 있다.
|
정빛 기자 rightlight@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