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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초점] "황금기 지났단 말 믿지 말라"…76세 윤여정→61세 양자경이 쓴 경이로운 亞전설

조지영 기자

기사입력 2023-03-14 11:08 | 최종수정 2023-03-16 07:20


[SC초점] "황금기 지났단 말 믿지 말라"…76세 윤여정→61세 양자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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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조지영 기자] "여성 여러분은 황금기가 지났다는 말을 절대 믿지 마세요." 백인 잔치였던 할리우드 무대 한복판에서 유색 인종의 중견 배우가 쏘아 올린 한 마디가 전 세계 여성에게 큰 울림을 선사했다.

미국 영화제작에 직접 관여하는 회원만이 투표권을 가진 미국 내 최고의 권위를 자랑하는 아카데미 시상식이 지난 13일(한국 시각)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 할리우드의 돌비 극장(Dolby Theatre)에서 성대하게 열렸다.

올해 95회를 맞은 아카데미 시상식 역시 화제의 순간이 탄생했다. 이날의 주인공은 주요 7개 부문을 독식한 다니엘 콴·다니엘 쉐이너트 감독의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였다. 특히 여우주연상을 수상한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의 주인공 양자경이 많은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SC초점] "황금기 지났단 말 믿지 말라"…76세 윤여정→61세 양자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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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계 여성 배우 최초 아카데미 여우주연상이자 흑인 배우 할리 베리 이어 두 번째 유색 인종 여우주연상의 영예를 안게 된 양자경. 무엇보다 시상자로 나선 할리 베리가 양자경의 이름을 호명하고 무대 위에 오른 양자경을 있는 힘껏 안으며 축하를 아끼지 않는 모습은 100여년의 역사 동안 불문율로 여겨졌던 '오스카 소 화이트(OscarSoWhite)'를 깨부수는 순간으로 방송을 지켜본 팬들에게 짜릿한 쾌감을 안겼다.

1962년, 올해 만 61세임에도 현역으로 오랫동안 연기 활동을 이어온 양자경은 말레이시아에서 태어나 홍콩에서 배우 터전을 잡은 중화권 스타다. 2000년 이안 감독의 '와호장룡'의 성공을 발판 삼아 할리우드로 진출해 '게이샤의 추억' '미이라 3: 황제의 무덤'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VOL.2' '샹치와 텐 링즈의 전설' 등의 작품에 출연하며 독보적인 커리어를 쌓았다. 이런 그가 아시아 이민자, 그리고 히어로와 같은 어머니, B급 감성으로 버무려진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를 통해 아카데미 최초의 역사를 쓰면서 제3의 전성기를 맞은 것.

양자경은 수상 직후 무대에서 "오늘 밤 나와 같은 모습으로 지켜보고 있을 어린아이들에게 이것이 상이 희망의 불꽃이 되기를 바란다. 큰 꿈을 꾸고 꿈은 실현된다는 것을 보여주길 바란다. 또 여성 여러분은 황금기가 지났다는 말을 절대 믿지 마시라. 이 상을 전 세계 어머니들에게 바치고 싶다. 왜냐하면 그분들이 바로 영웅이기 때문이다. 그분들이 아니었다면 그 누구도 오늘 이 자리에 있지 못할 것이다. 이것은 역사를 만들어가는 것이다"라는 남다른 소감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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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초점] "황금기 지났단 말 믿지 말라"…76세 윤여정→61세 양자경…
양자경에 앞서 2년 전 한국의 대표 '국민 배우'이자 'K-신드롬'의 중심으로 전 세계의 뜨거운 지지를 받은 윤여정도 아카데미의 경이로운 역사에서 빠질 수 없다.

윤여정은 한국계 미국 연출자 정이삭 감독의 독립영화 '미나리'에서 열연을 펼치며 제93회 아카데미 시상식 여우조연상을 수상했다. 윤여정의 아카데미 여우조연상 수상은 아카데미 작품상을 수상하며 한국 영화계에 기적 같은 낭보를 전한 데 이은 두 번째 쾌거였다. 한국 영화사 102년 최초 아카데미 배우상이자 1957년 개봉한 조슈아 로건 감독의 '사요나라'에 출연한 우메키 미요시가 수상한 제30회 아카데미 여우조연상에 이어 63년 만에 탄생하는 두 번째 아시아 여우조연상, 그리고 여섯 번째 아카데미 비영어권 연기 배우상으로 의미를 더했다. 당시 윤여정은 아카데미 수상 외에도 영국 아카데미(BAFTA), 미국 배우 조합상(SAG), 미국 독립영화상 등 전 세계 유력 영화제에서 모두 합쳐 42관왕을 달성하는 진기록을 세워 전 세계를 깜짝 놀라게 만들었다.


수상 당시 나이 만 74세였던 윤여정을 향한 영화인, 그리고 영화 팬들의 찬사는 역대급이었다. 스스로 '한국의 노배우'라고 겸손을 보인 윤여정은 역대급 몸값을 자랑하는 할리우드 톱스타들 앞에서도 기죽지 않는 쿨하고 당당한 모습으로 많은 주목을 받았다. 그는 수상 소감으로 "나는 사실 경쟁을 믿지 않는다. 글렌 클로즈와 같은 대배우와 어떻게 경쟁하겠나? 글렌 클로즈의 훌륭한 연기를 너무 많이 봤다. 다섯 명의 후보 모두 각자 다른 영화에서 수상자다. 우리는 각자 다른 역을 연기했다. 우리끼리 경쟁할 수 없다. 단지 오늘 내가 이 자리에 있는 건 그냥 운이 좀 더 좋았을 뿐이다. 또 미국인들이 한국 배우에게 주는 미국식 환대일지도 모른다"며 세련된 겸손을 잊지 않았고 "나의 두 아들에게도 감사하다. 두 아들이 엄마인 내게 일하러 나가라고 종용했다. 아이들의 잔소리 덕분에 나는 일하게 됐다. 사랑하는 아들들아, 이게 엄마가 열심히 일한 결과란다"라고 워킹맘의 애환을 녹여낸 재치로 전 세계 어머니의 공감을 사기도 했다.

한국의 윤여정과 말레이시아 출신 양자경까지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라는 열정 법칙을 증명하며 경이로운 콧대 높은 할리우드 중심에서 경이롭고 찬란한, 어떤 기록보다 눈부신 전설을 썼다. 인생은 60부터, 황금기를 맞은 윤여정과 양자경의 다음 행보가 더욱 기대되는 이유다.

조지영 기자 soulhn1220@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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