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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인터뷰] '빨간 풍선' 홍수현이 풍덩 빠졌던 '바다'

정빛 기자

기사입력 2023-03-06 12:17 | 최종수정 2023-03-07 12:53


[SC인터뷰] '빨간 풍선' 홍수현이 풍덩 빠졌던 '바다'
홍수현. 사진 제공=FN엔터테인먼트

[스포츠조선 정빛 기자] 배우 홍수현이 데뷔 23차에도 '연기의 바다'를 끝없이 펼치고 있다. 트렌디한 작품에서는 통통 튀는 매력으로, 사극에서는 가슴 아린 절절함으로, 가족극에서는 얄미운 표독스러움으로 헤엄친 바다. 이어 TV CHOSUN 드라마 '빨간 풍선'에서는 한바다 역할로, 자신의 연기 세계가 '망망대해'라는 것을 또다시 증명해냈다.

한바다는 부잣집 딸이지만 배신이라는 거센 파도에 부딪히는 인물이다. 절친 조은강(서지혜)에게 남편 고차원(이상우)를 빼앗겨 괴로워하고, 시어머니(윤미라)의 온갖 모욕에도 설움을 참아낸다. 그야말로 넓은 바다 위 길을 잃은 쪽배와도 같은 셈. 홍수현 역시 한바다의 심정이 외로웠다고 표현했다. 그럼에도 헤쳐 나갈 수 있었던 이유는 시청자들의 응원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친구와 남편의 불륜으로 인해 바다가 겪은 슬픔들이 짧게 나왔는데 저에게는 길었다. 바다는 그 사실을 모르고 있으니, 그 답답함과 슬픔이 혼자만의 시간 같고 외롭고 힘들었다. 나중에 모든 것을 알고 나서 응징하려고 할 때, 시청자분들이 응원해주셨다. 그때 더 이상 혼자는 아니라는 것을 느꼈다. 바다를 응원해주셔서 이 외로운 길을 꿋꿋이 헤쳐 나갈 수 있었다. 저도 연기하면서 설레기도 하고 화도 나고, 답답하기도 했다. 때로는 통쾌하기도 하고. 이 많은 감정을 저또한 잊지 못할 것 같다."

극 후반부에는 사이다 일갈로 응징하면서도, 결국 절친과 남편을 용서하면서 마무리했다. 넓은 아량에서 왜 이름이 '한바다'였는지를 끄덕이게 한다. "바다 대사 중에 '나도 다 해봤는데 내 마음이 안 편하다. 복수하면 좋을 줄 알았는데 하나도 안 좋아'라는 게 있다. 그런 고민은 많이 남더라. 과연 복수를 하는 것이 좋은 것인가. 복수를 꼭 안 해도 나쁘게 산 사람들은 벌 받는다고 생각해서 그런 고민을 남겨주는 것 같다. 바다가 잘한 것 같다. 응징도 하고, 용서도 해주고."


[SC인터뷰] '빨간 풍선' 홍수현이 풍덩 빠졌던 '바다'
'빨간 풍선' 홍수현 스틸컷. 사진 제공=TV CHOSUN
고부간 대립, 남편의 불륜, 절친의 배신. 감정 폭이 큰 인물인 만큼, 연기도 힘들었을 것을 보인다. 특히 따귀를 때리는 신, 독백만 이어지는 신들도 있었다. "은강이 따귀 때린 장면은 따귀보다는 제 감정 위주로 준비했다. 그런데 시청자 반응도 뜨거웠고 잘했다고 해주셔서 기억이 난다. 대본을 읽을 때 오열하면서 읽었는데, 촬영에서 감정이 극에 달해서 힘든 부분도 있었다. 독백신은 혼자 하다 보니까, 의지가 되는 사람이 없어 외로움을 많이 느꼈다."

'빨간 풍선'은 문영남 작가의 역대급 스토리에 배우들의 열연이 더해지면서 최고 시청률 11.6%(제공 닐슨코리아)로 종영했다. 반면 일각에서는 전형적인 '불륜 막장극'이 아니냐는 말도 나왔다. "대본을 재밌게 읽어서 그런지 '막장이다' 그런 염려는 없었다. 대본 보고 이 캐릭터를 잘 할 수 있겠다는 확신도 들었다. 또 작가님이 시켜주시면 해야지라는 생각이었다. 특히 작가님이 항상 칭찬해주셨다. 궁금한 것 항상 물어보라고 하셨는데, 작가님 대사 속에 해답이 다 있더라. 의문 되는 신은 없었고 다 공감이 됐다. 작가님이 글을 잘 써주시고 감독님도 연출, 편집, 음악, 카메라 등 다 잘해주셨다. 삼박자가 다 잘 나온 것 같다."


[SC인터뷰] '빨간 풍선' 홍수현이 풍덩 빠졌던 '바다'
'빨간 풍선' 홍수현 비하인드컷. 사진 제공=TV CHOSUN
위태롭게 떨리는 목소리와 흔들리는 눈빛으로 안쓰러움을 살 때도 있었고, 완벽한 발성으로 막힘없이 추궁해 감탄을 자아내기도 했다. 홍수현의 연기 재발견이라는 호평이 상당한 까닭이다. 그러나 그의 연기 갈증은 아직도 해소되지 않았다. 홍수현이 연기 바다에 뛰어든 이유를 들으면, 그가 왜 23년 차에도 왜 목말라 하는지 수긍된다.

"올해로 데뷔 23년 차다. 연기하는 것을 좋아해서 열심히 해왔다. 이번 작품도 도전이었는데 사랑받고 인정받고 또 다른 것을 할 수 있게 됐다. 도전하는 것이 즐겁고, 매 순간 성실히 집중하려고 한다. 사실 뭔가 창조라고 하면 거창해 보이지만, 없던 캐릭터를 만들고 감정을 끌어들일 수 있어 만드는 것 자체가 재밌다. 고민하는 과정을 겪으면 연기력도 늘고, 그렇게 조금 더 확장되더라. 저 스스로 성장해가는 것을 보면서, 더 큰 것을 보여줄 수 있겠다는 생각도 든다. 아직 보여드린 게 많지 않다. 다양한 캐릭터를 해본 것 같지는 않다. 더 많이 보여드려야 한다. 더 보여드리겠다."


정빛 기자 rightlight@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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