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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②] '일타 스캔들' 오의식 "자폐 스펙트럼 연기? 오히려 내가 가진 편견"

문지연 기자

기사입력 2023-03-05 20:58 | 최종수정 2023-03-06 07:00


[인터뷰②] '일타 스캔들' 오의식 "자폐 스펙트럼 연기? 오히려 내가 …
사진=하이지음스튜디오 제공

[스포츠조선 문지연 기자] 배우 오의식(40)이 자폐 스펙트럼 연기에 대한 생각을 밝혔다.

오의식은 최근 서울 강남구의 한 카페에서 스포츠조선과 만나 tvN 토일드라마 '일타 스캔들'(양희승 극본, 유제원 연출)의 종영 인터뷰를 진행했다.

주인공들의 이야기도 중요했지만, 시청자들에게는 극중 재우의 성장도 중요한 키워드로 와 닿았다. 오의식은 그중 자폐 스펙트럼을 가진 인물인 남재우를 연기하며 가족들 사이에서는 아픈 손가락으로 활약하기도 했다. 특히 오의식이 기울인 노력들에 관심이 이어졌다. 극중 발달 장애인들을 고용한 회사의 티셔츠를 입고 등장하기도 했던 그는 실제로 해당 회사의 제작 과정과 배송 과정에 직접 참여하며 호흡해왔다는 설명이다.

오의식은 "처음엔 자료도 찾아봤고, '우영우'나 '사이코지만 괜찮아' 같은 작품을 보고 다른 배우의 연기도 보기도 했다. 또 지인분을 통해 아스퍼거 증후군을 가진 분과 가족들을 만나기도 했다. 이런 중에 재우를 연기하는 것만으로도 어렵고 부담이 되기도 했는데, 재우는 경계에 있는 친구기 때문에 그동안 영화와 드라마에서 보셨던 모습과는 다른 지점이 있었다. 그러던 중에 회사를 통해서 발달장애인 분들이 일하는 회사를 알게 됐고, 대표님을 만나 인터뷰를 했는데 저의 이글거리는 눈빛을 보셨는지 '일을 해보시겠냐'고 하시더라. 제가 찾는 정답을 찾을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라 생각해 함께했고, 업무를 안 하는 시간에는 휴게 공간에서 대본을 보기도 했다"고 말했다.


[인터뷰②] '일타 스캔들' 오의식 "자폐 스펙트럼 연기? 오히려 내가 …
사진=하이지음스튜디오 제공
이어 오의식은 "업무를 처음 하러 들어가면서 제 마음은 '옆에서 도와드려야 한다'는 것을 갖고 갔다. 그런데 그곳에서 저는 그냥 신입사원이었다. 아무것도 모르고, 기존에 있던 선배 직원들이 제게 알려주지 않으면 업무가 힘들었다. 내가 안 그렇다고 생각했지만, 내가 가진 선입견, 편견과 마주하는 순간이었다. 같이 업무를 하며 제가 오히려 도움을 받으면서 시간을 보내고, 대화를 하고, 그분들이 느꼈던 경험이나 슬펐던 일, 기뻤던 일을 얘기하며 제가 가졌던 생각들이 하나 하나 깨지더라. 자폐인들이 감정에 대해 무디다는 얘기를 많이 들었지만, 대화를 하다 보니 전혀 그렇지 않은 분들도 많고, 우리가 영화나 드라마로 익숙하게 생각하는 모습을 가진 분도 계시지만, 말하지 않으면 전혀 모를 것 같은 직원도 계셨다"고 했다.

그는 "정답이 없다는 것을 느꼈다. 열심히 공부했다고 느꼈지만, 저는 정말 '요만큼'밖에 모르는 일이고, 큰 깨달음을 얻었다. 그곳의 슬로건이 '자기만의 속도로 만듭니다'인데, 순간 '아 그렇구나'를 느꼈다. 나는 그냥 재우를 찾으면 되는구나. 장애를 어떻게 연기하고 어떻게 만들지를 고민하지 말고, 그냥 자기만의 속도로 가는 재우를 찾으면 되겠다고 생각하며 방향성이 바뀌었다. '발달장애인이니 불가능해'가 아니라, '재우가 왜 못해? 재우가 왜 웃을 수 없어? 울 수 없어?'로 바뀌었다. 그러면서 제가 지탱할 수 있는 뿌리가 생겼고, 누군가에게는 특별하게 보일 수 있지만, 내 스스로는 평범한 재우를 만들려고 노력했다. 그곳에서 얻은 것들이 귀하고 중요하다는 것을 깨달은 것"이라고 말했다.

연기에 있어서도 '인생 연기'라는 평을 받은 그다. 가장 행복했던 시청 평은 바로 함께했던 발달장애인들과 회사의 응원. 오의식은 "대표님과 대본을 가지고 대화를 나누고 자문을 많이 나눴는데, 대표님의 결론은 늘 '절대 그럴 수 없을까요? 절대 그럴 수 없지 않죠'였다. 그래서 연기하는 내내 도움을 받았고, 지금까지도 소통하고 있다. 중간에 대표님이 '장애인 연기를 과하지 않고, 오버스럽지 않게 일상적으로 그려주셔서 좋다'고 해주셨는데, 그 말이 저에게 힘이 되고 용기를 많이 얻을 수 있던 것 같다"며 웃었다.


[인터뷰②] '일타 스캔들' 오의식 "자폐 스펙트럼 연기? 오히려 내가 …
사진=오의식 개인 계정
오의식은 이 인연을 통해 해당 업체의 옷을 입고 등장하기도 하고, 배우들에게 옷을 선물하기도 했다. 오의식은 "직원 분들이 저의 공연을 보고 싶다는 분들이 계셔서 제 사비로 티켓을 사서 선물을 했었고, 너무 감사하게도 공연을 보시고는 너무 좋다고 회사 측에서 티켓을 사서 이벤트도 해주셨다. 그런 걸 보면서 '따뜻한 세상이구나' 싶었다. 업체에서 옷도 판매를 하시는데, 저도 그 이야기를 듣고 이번 작품을 하면서 자연스럽게 입고 나갔다. 홍보를 하고 싶던 마음은 전혀 없었고, 그냥 재우가 입으면 잘 어울릴 것 같아서 입었다. 사비로 옷을 몇 벌 사서 입고 출연을 했고, 작품이 주목을 받으면서 눈치가 빠른 시청자 분들이 어떤 옷인지 알고 많이 구매해주시고, 그러다가 제가 배우들에게 선물을 하고 싶었는데 고민을 하다가 옷을 선물을 했다. 홍보 목적이 아니라, 제가 사랑하고 좋은 사람이라 생각하는 이들에게 선물했고, 다같이 사진을 찍자고 했었다. 많은 분들이 구매를 해주셔서 중간에 솔드아웃도 된 적이 있더라. 이 제품들은 발달장애인이 일하기 때문에 사야 한다고 생각한다면 부족한 생각이다. 일반적인 회사에 제품의 퀄리티도 정말 좋다. 지금도 제가 나대지 않더라도 많은 분들이 아시고 이용하시는 회사다"라며 자신감을 내비쳤다.


'일타 스캔들'은 입시지옥에 뒤늦게 입문한 국가대표 반찬가게 열혈 여사장과 대한민국 사교육 1번지에서 별이 된 일타강사의 달콤쌉싸름한 스캔들을 그린 드라마. 매회 시청률 상승으로 15%가 넘는 시청률을 기록한 가운데, 오의식은 극중 남행선(전도연)의 남동생 남재우를 연기했다. 남재우는 자폐 스펙트럼을 가진 인물로, 최치열(정경호)과는 브로맨스를, 남해이(노윤서)에게는 든든한 삼촌으로 활약했다. 또 김영주(이봉련)와는 로맨스를 만들어냈다.


문지연 기자 lunamoo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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