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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정빛 기자] 탱글탱글했던 풍선이 펑 하고 터지는 순간이었다. 배우 서지혜가 불륜을 저지르는 역할이라니. 그것도 상대적 박탈감을 느껴 친구 남편을 빼앗는, 천하의 고약한 여자로 말이다. 서지혜가 TV CHOSUN 드라마 '빨간 풍선'으로 그간 단단했던 도시적인 냉미녀 이미지를 벗어던졌다.
그럼에도 친구 남편과 불륜을 저지르는 역할은 쉽지 않았을 것으로 보인다. "친구가 부러워서 탐내는지, 아님 진짜 뭐가 있었는지. 대충 흘러갈 스토리를 알고 연기하는데, 이 드라마는 전혀 그런 게 없어서 새롭게 놀라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어렵기도 했다. 은강이는 감정선이 되게 다채롭다. 여러 가지 심리가 담긴 인물이라 연기하기 어려웠고 스트레스도 많이 받았다. 저와 은강이가 반대라, 어떻게 이해해야 하는지 연기적으로 딜레마 아닌 딜레마에 빠지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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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이 고민한 덕분일까, '빨간 풍선' 반응도 뜨거웠다. 시청률 두 자릿수는 물론, 넷플릭스 국내 시리즈 톱2에도 올랐다. 여기서 서지혜는 연기를 잘한 덕분에 기분 좋은 욕도 많이 먹었다. "욕이 대부분이었다(웃음). 그래도 제가 원래 그런 걸 보고 또 깊게 생각하는 편은 아니다. 악플에 원래 신경 안 쓰는 스타일이다. 그래도 다들 욕하면서 보는 드라마라고 하더라. 초반에는 조금 잘 몰랐는데, 요 근래에 야외 촬영가면 많은 분이 '빨간 풍선' 재밌게 보고 있다고 하신다. 막 지나가다가 '조은강!'이라고도 하셔서, 드라마 인기가 많다는 걸 느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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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빨간 풍선' 같은 작품이었다. 되게 어려웠다. 이렇게 어려운 배역을 맡아본 적이 없었던 것 같다는 생각이 들 정도다. 저한테는 하나의 도전적인 작품이었다. 작년에 데뷔 20주년이었는데, 이제는 무작정 '주인공을 해야 해, 예쁜 것만 해야 해'라는 것은 없어졌다. 엄마 역할도 할 수 있고, 친구 이모 역할을 할 수도 있다. 캐릭터가 저에게 매력적이라면, 어떤 연기라도 하는 것이 배우 직업인 것 같다. 예쁘고 어린 후배들도 생기고 하는데, 이제 제 위치에 알맞은 배역이 있을 것 같다고 생각하니 조급한 마음이 사라지더라. 과거에 묶여있던 적도 있었는데 현재의 제가 행복하지 않으면 아무것도 안 되더라. 이제는 현재가 충실하다. 미래도 어떻게 될지 모르니 현재에 충실하겠다는 마인드다."
정빛 기자 rightlight@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