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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자, 눈물의 커밍아웃 "10년 연 끊은 父, 딸 지켜준다고" ('세치혀')[SC리뷰]

이우주 기자

기사입력 2022-12-19 00:38 | 최종수정 2022-12-19 06:50



[스포츠조선닷컴 이우주 기자] '세치혀' 풍자가 세 번의 커밍아웃 끝 가족 앞에서 당당하게 딸로서 인정받았다.

18일 방송된 MBC '혓바닥 종합격투기 세치혀'에서는 아버지에게 커밍아웃을 한 풍자의 이야기가 공개됐다.

'마라맛 세치혀' 풍자의 이야기 주제는 커밍아웃이었다. 풍자는 "저는 부모님에게 커밍아웃을 세 번을 했다. 첫 번째는 중학교 때였다. 아버지께 여자로서 살고 싶다 했는데 아버지가 웃으셨다. 이제 이렇게 반항하냐더라. 고등학교 때 또 커밍아웃을 했다. 그땐 정신적으로 문제가 있는 거라 생각했다. 그래서 저의 손을 잡고 '꼭 고쳐줄게. 사람처럼 살게 해줄게. 미안해. 조금만 더 버텨보자'고 했다"고 밝혔다.

세 번째 커밍아웃은 스무살 때였다. 풍자는 "'난 어디가 아픈 것도 아니고 남들과 좀 다르지만 난 열심히 살겠다. 여자가 되겠다'고 했다. 아빠가 아무 말 없이 주방에서 식칼을 가져와 '절대 용납 못하겠다. 정말 여자로 살 거면 이 칼로 나를 죽이라'더라"라며 "아빠가 잠시 자리를 비웠을 때 여자가 되기 위해 가출했다. 10년간 가족들과 연락도 못하고 얼굴도 단 한 번도 못 봤다"고 가족과 10년간 연을 끊었다고 고백했다.


울컥해 말을 잇지 못하던 풍자. 풍자는 "10년을 연락을 못 하고 지냈다. 몰래 집 근처를 배회한 적도 있다. 얼굴이라도 보고 싶었다. 집도 이사를 가게 돼서 행방을 모르는 상황이 왔다"며 "어느날 연락이 왔다. 남동생이 길에서 이유 불분명으로 쓰러졌다더라. 가보지 못하는 상황이라 발만 동동 구르고 있었는데 새벽에 아빠한테 전화가 왔다. 막내 남동생이 일어나자마자 한 말이 '큰 형이 보고 싶어. 얼굴을 잊어버릴 거 같다. 큰형을 보게 해줘'였다"고 밝혔다.

풍자는 "(아빠가) '고집 한 번 꺾으면 될 거 가지고 어떻게 험난한 세상을 그 꼴로 살겠다고 부모말까지 어기고 그렇게 사냐더라. 그때 정말 억장이 무너졌다. 어떻게 이럴 수 있나, 내가 이기적인가 싶었다. 근데 저희 아빠가 한 마디 하시더라. 집에 와라. 우선 인정 해줄 테니까 만나자더라"라며 "만나는 날짜를 정했는데 아빠, 동생들은 어떻게 변했을까 싶더라. 택시를 타고 가는데 심장이 입 밖으로 나온다는 감정을 느꼈다. 내렸는데 정말 서로를 못 알아보더라"라고 떠올렸다.


상의 사이즈가 110 이상일 정도로 풍채가 있으셨던 풍자의 아버지는 몰라보게 쇠약해졌고, 초등학생이었던 막내 남동생은 키가 180cm가 넘는 청년이 되었다. 풍자는 "미묘하더라. 내가 너무 이기적이구나 싶었다. 내가 힘든 만큼 이들도 힘들었겠다 싶었다"고 털어놨다. 10년 만에 만났지만 문제는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10년의 간극만큼 서먹서먹해진 사이. 풍자는 "너무 친해지고 싶고 인정받고 싶었다. 시간도 많이 잡아보고 연락도 많이 하려 했는데 너무 쉽지 않더라"라며 "집 나오기 전에 막냇동생 신발을 사줬다. 발 사이즈가 190mm였는데 285mm가 됐다. 마음이 너무 아프더라. 뭐하느라 10년을 보냈지, 가족한테 왜 그랬지 싶어 눈물이 나더라. 또 가족 앞에서 울기 싫어서 세수를 하고 나왔는데 아빠가 갑자기 화장실 앞에 서계시더라. 그때 하신 말씀이 있다. 정말 세상에서 잊을 수 없고 마음에 팍 꽂힌 얘기를 하셨다"고 밝혔다.


풍자의 아버지가 한 말은 모두를 울렸다. 풍자는 "어머니가 일찍 돌아가셨는데 아빠가 '우리 딸 지 엄마랑 똑같이 생겼네'라더라. 그 한 마디를 듣는데 그 자리에서 굳어버렸다"며 "내가 너를 여자로 받아주기까지는 정말 오랜 시간이 걸릴 거야. 하지만 네가 여자든 남자든 내 자식이고 내 새끼이기 때문에 내가 너를 지켜줄게. 내가 너에게 날아오는 모든 비난을 받아주겠다더라. 아빠 있으니까 당당하게 여자로 살아보라더라"라고 아버지의 말을 전했다.


남동생, 여동생도 따뜻하게 풍자를 맞아줬다. 풍자는 "남동생은 어깨에 손을 올리더니 '우리 누나 돼지네?' 라더라. 거기서 '맞아 너네 누나 돼지야'라면서 울었다. 여동생은 손편지를 써줬다. 엄마 없이 남자 셋 있는 집에서 엄마 빈자리가 너무 컸는데 엄마가 생긴 거 같다. 언니로서, 엄마로서 잘 지내보자더라"라고 밝혀 모두를 뭉클하게 했다.

지금은 함께 여행도 갈 정도로 화목하게 잘 지내는 풍자네 가족. 하지만 풍자의 가족은 풍자가 받을 비난의 시선이 두려워 풍자의 방송을 아직까지 보지 못하고 있다고. 풍자는 "여러분처럼 저를 응원해주시는 분들 많다는 걸 아버지께 말씀 드리고 싶다"고 말해 뜨거운 박수를 받았다.

wjlee@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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