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C리뷰] '비상선언' 송강호X이병헌 끌고 임시완 밀어 올린 韓최초의 항공 재난(종합)

조지영 기자

기사입력 2022-07-29 12:40 | 최종수정 2022-07-29 12:52



[스포츠조선 조지영 기자] 지상에선 송강호가, 공중에서는 이병헌이 끈다. 여기에 지금껏 본 적 없는 자비 없는 빌런 임시완이 뒤를 든든하게 받쳐주는 한국 최초의 항공 재난 영화가 탄생했다.

항공 재난 영화 '비상선언'(한재림 감독, MAGNUM 9 제작)는 사상 초유의 항공 테러로 무조건적 착륙을 선포한 비행기를 두고 벌어지는 이야기를 다뤘다. 지난 2021년 7월 열린 제74회 칸국제영화제 비경쟁부문에 초청돼 전 세계 최초 선공개된 데 이어 무려 1년여만에 관객을 만나게 됐다.

'비상선언'은 코로나19 팬데믹을 관통한 작품으로 여러 우여곡절 끝에 올여름 극장가에 등판했다. 앞서 '비상선언'은 촬영 초반 할리우드에서 공수될 비행기 세트가 취소되면서 제작이 지연됐고 팬데믹 상황이 좀처럼 잦아들지 않아 개봉 연기 또한 감행해야 했다. 결코 순탄하지 않은 비행을 이어갔지만 그래도 고생 끝에 낙은 찾아오는 법. 모두의 피땀 눈물로 만든 국내 재난 장르에서 본 적 없는 스토리와 설정, 압도적 스케일로 재난 장르의 종합선물세트를 완성했다.


일단 '비상선언'은 크게 공중 스토리와 지상 스토리로 나뉘는 독특한 방식을 택해 신선함을 안긴다. 재난의 시발점이 된 공중 스토리는 저마다 다른 이유로 비행기에 몸을 실은 사람들 각각의 스토리와 성격에 곳곳에 묻어나 긴장감을 유발한다. 특히 심한 공황장애에도 딸을 위해 비행기에 탑승한 탑승객 재혁(이병헌)의 부성애, 그리고 부기장 현수(김남길)와의 관계 등 다양한 스토리로 공중을 가득 채운다.

반대로 지상에서는 하늘에서 발생한 재난을 해결하기 위해 발 벗고 뛰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주를 이룬다. 아내가 탄 비행기를 지상으로 돌릴 수 있도록 고군분투하는 형사 인호(송강호)를 중심으로 국토부 장관 숙희(전도연), 청와대 위기관리센터 실장 태수(박해준)가 얽히고설켜 있다.


이미 이륙한 비행기라는, 어디로도 탈출할 수 없는 특수한 환경과 이를 지켜볼 수밖에 없는 사람들이 가진 혼돈과 불안, 공포감 속에서 인간의 본질적인 인간성을 꺼낸 '비상선언'은 마지막까지 묵직한 메시지를 던지며 깊은 여운을 남긴다. 재난을 맞닥뜨린 인물들이 각자의 방식으로 소중한 사람을 지켜내기 위해 애쓰는 모습을 그려낸
'비상선언'은 송강호, 이병헌, 전도연이라는 명품 배우들의 메소드 열연을 빌려 인간이기에 할 수 있는 숭고한 선택에 대한 의미를 전하는 데 총력을 다했다.


'비상선언'의 시작이자 끝인 빌런 임시완의 파격 변신도 빼놓을 수 없다. 행선지를 정하지 않고 공항에 온 승객 진석으로 변신한 임시완은 하얗고 말간 얼굴을 한 모습으로 초반 마음을 빼앗다가 이와 대비되는 섬뜩한 테러범으로 변신해 강렬한 한 방을 먹인다. 이미 '변호인'(13, 양우석 감독) '불한당: 나쁜 놈들의 세상'(17, 변성현 감독)을 통해 연기력을 인정받은 임시완이지만 '비상선언'에서는 그동안 보지 못한 또 다른 얼굴을 꺼내는 데 성공, 새로운 인생 캐릭터를 경신하며 강렬하고 압도적인 존재감을 드러냈다.


두말하면 입 아픈 명품 배우들의 열연도 좋지만 '비상선언'의 백미는 한국 영화에서 처음 본 항공 액션의 정수라는 점이다. 할리우드 세트 제작 업체와 협력해 실제 대형 비행기 세트를 제작한 '비상선언'은 마치 관객이 비행기 내부에 탑승한 듯한 공포감을 선사, 체험형 영화로 관객의 오감을 만족시킨다. 무엇보다 비행기 기장의 부재로 방향을 잃은 혼돈의 비행을 표현하기 위해 비행기 세트에 롤링 짐벌을 부착, 360도 회전 시퀀스를 완성한 대목은 '비상선언' 최고의 관전 포인트로 꼽힌다.


이렇듯 올여름 세 번째 텐트폴 영화로 베일을 벗은 '비상선언'은 재난 영화가 가진 극강의 공포와 현실적인 공감을 쏟아부으며 항공 재난 영화의 패러다임을 새로 썼다. 영화보다 더 영화 같은, 어지럽고 혼란스러운 세상에 '비상선언'이 의미 있는 메시지를 내세워 흥행 활주로에 무사 착륙을 선포할지 관심이 쏠린다.


'비상선언'은 송강호, 이병헌, 전도연, 김남길, 임시완, 김소진, 박해준 등이 출연하고 '더 킹' '관상' '우아한세계'의 한재림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오는 8월 3일 개봉한다.

조지영 기자 soulhn1220@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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