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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인터뷰] "나희도 연기해 영광"..김태리, '스물다섯 스물하나'로 찾은 단단한 성장(종합)

문지연 기자

기사입력 2022-04-03 11:20 | 최종수정 2022-04-04 08:26


사진=매니지먼트mmm 제공

[스포츠조선 문지연 기자] 배우 김태리가 '스물다섯 스물하나'를 통해 또 한 번 성장했다.

tvN 토일드라마 '스물다섯 스물하나'(권도은 극본, 정지현 연출)은 1998년을 배경으로 사회의 혼란 속에서 만난 두 남녀의 사랑과 청춘을 담아낸 드라마. 열여덟과 스물둘로 만났던 두 사람이 스물하나, 스물다섯이 돼 사랑하는 모습이 그려지는 등 시청자들에게 뜨거운 반응을 얻고 10%를 넘나드는 시청률을 기록했다.(닐슨코리아, 유료가구 전국기준)

2018년 방영됐던 tvN '미스터 션샤인' 이후 4년 만에 두 번째 드라마에 도전한 김태리는 극중 펜싱 국가대표 선수 나희도를 연기하며 백이진(남주혁)과의 러브라인, 고유림(김지연(보나))와의 우정, 그리고 지승완(이주명), 문지웅(최현욱) 등과의 이야기까지 담아내며 시청자들의 공감도를 높였다.

김태리는 드라마 종영 전 스포츠조선과 만나 "결말에 대해서 주변에서도 많이 물어보시는데, 제가 절대 답하지 않고 있다"며 "결말에 대해서는 제가 만족, 불만족을 말할 부분은 아닌 것 같고. 시청자로서의 저의 입장은 너무 슬프다. 너무 안타깝고 '잉'하는 마음이다"라며 눈물을 흘리는 시늉까지 하며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스물다섯 스물하나' 속 나희도는 자신의 행보에 늘 당당하고 편견이 없는 인물. 이 때문에 시청자들의 무한한 지지를 받기도. 김태리는 "희도라는 캐릭터 자체가 매력적인 인물이잖나. 배우로서 제가 그 아이를 연기할 수 있어서 영광이라고 할 정도로 멋진 캐릭터고, 희도는 정말 좋은 캐릭터다"라며 "이렇게까지 사랑을 받을 줄 정말 상상도 못했고, 너무 감사한 일이다. 원래도 결과를 기대하고 하지는 않지만, 상상을 못했다. 이렇게 큰 사랑을 받고, 희도를 이렇게 사랑해주실 줄은. 이만치 사랑해주실 줄 알았다면, 상상을 했다면 더 연기를 재미있게 잘 했을 것 같은 아쉬움이 들 정도로 너무 큰 사랑을 주셨다. (시청자들이)너무 든든한 아군이잖나. 이 사람들은 희도가 뭔 짓을 하더라도 다 사랑스럽고 '어우! 귀여워!'해주는 부들이다. 내가 만약 미래를 다녀왔다면, 더 재미있게 좋은 장면들을 구성할 수 있었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그렇기에 나희도를 완성하기 위한 고민도 컸다. 김태리는 "제가 설정한 희도는 톤이 굉장히 높지 않나. 희도는 너무 밝고 강하고 건강하고, 그 자체로 누구의 도움이 없더라도 너무나 잘 살아갈 충분한 아이다. 이미 본인이 가진 재료도 많고 행운도 갖고 있다. '내가 하고자 하는 일이 재미있고, 꿈꾸는 일이야!'라는 것이 큰 행운이라 생각한다. 희도는 그런 행운을 본인이 찾을 줄 아는 아이였다. 행복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지'는 희도에겐 없는 질문이다. 행복을 본인 스스로 만들 수 있다. 칠전팔기의, 넘어져도 곧바로 일어나는 힘을 가진 강하고 건강한 아이다. 그래서 모든 장면들이 희도로서 특별했고 기억에 남았다. 다만,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따고 그런 제가 절대 알 수 없던 기분을 충분할 정도로 표현했을지에 대해서는 아쉽기도 했다"고 했다.


사진=매니지먼트mmm 제공
인터뷰 내내 김태리가 곧 나희도라고 할 정도로 높은 싱크로율을 보여준 그다. 말투부터 행동까지 어느 것 하나 나희도가 아닌 부분이 없었을 정도. 김태리는 "희도와 저의 싱크로율은 높은 편이었다. 아무래도 김태리가 표현한 나희도가 나온 것이겠지. 그래서 되게 많은 부분이 비슷하다. 창조하는 것보다는 나로부터 시작해야한다는 생각을 선택한 배우고, 이미 쓰여진 글 속의 희도가 나와 닮은 구석이 많았다. 그래서 내가 굳이 이 사건, 저 사건, 나의 인생에 있던 것들을 생각하지 않더라도 공감가는 부분이 많았고, 어려움보다는 재미가 컸다"고 말했다.

'멋진 인물' 나희도를 연기하며 배워간 것도 많았다. 김태리는 "희도는 자격지심이 없고, 있는 그대로를 바라볼 줄 아는 아이다. 나는 그렇지 못하다. 나는 나의 잘못을 심하게 찾고 땅굴을 판다. 그런데 희도는 있는 그대로를 바라보고 비난을 하면 '맞아!'하고 인정할 건 인정한다. 저는 인정을 너무 심하게 해서 그렇지, 희도는 인정을 하면서 '근데 그건 아니지 않아?'하는 얘기를 던진다. 근데 그게 자격지심에서 나온 게 아니다. 저는 그걸 배우려면 다시 태어나야만 한다. 평생 (저는)이렇게 살 것 같아 막막하다"고 하기도.


올해로 서른 셋. 김태리는 열 여덟으로 시작해 스물 하나, 그리고 스물 둘이 되는 나희도의 모든 순간을 폭넓게 표현해냈다. 그는 "10대를 연기한다는 것이 저에게 큰 부담은 아니었던 것 같다. '고딩은 이래야 돼!'라는 생각을 하며 연기하진 않았다. 그래서 너무 즐거웠고, '내가 고등학생을 어떻게 해!'라는 생각은 하지 않았다. 그렇지만 사람들에게 말할 때는 장난으로 '제가 고등학생을 해야 하거든요! 열 여덟살이 돼야 하거든요!'하면서 지인들과 우스갯소리를 하긴 했다"며 "그래도 피부과를 열심히 다녔다. 촬영기간 중에는 너무 가고 싶었는데 시간이 없어서 못 갔고, 펜싱 연습할 때는 일주일에 한 번씩 무조건 피부과에 가려고 노력했다. 그게 나름의 부담이라기 ?塤 '이 정도는 준비를 하자!'는 느낌이었다. '열여덟 살의 피부는 만들자. 최대한 가까이 가보자!'고 했다"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사진=매니지먼트mmm 제공
매사가 '진심'인 김태리는 펜싱 연습에까지 진심으로 임했다고. 그는 "촬영 6개월 전부터 펜싱을 배웠고, 무조건 10시반에 가서 한 시간 반을 배웠다. '너 너무 심해!'하는 분들도 계시지만, 저는 선생님을 포로로 만들어버린다. '내가, 제자가! 이렇게 열심히 하려고 열의를 갖고 임하는데! 선생님이 안 따라올거야!'라고 하면서 부담감을 싣는다. 그러면 그게 가끔 한 시간 반에서 두 시간이 되고, 두 시간 반도 가르쳐주신다"며 "저는 제 몸에 눈에 띄는 변화가 있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임했다. 펜싱은 한 손만 쓰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칼의 무게를 지탱하면서 전완근이 왼쪽보다 굵어지게 된다. 마치 변하지 않는 몸무게를 매일 측정하는 것처럼 매일 두 팔을 대고 보며 '좀 커졌는데?'하고 비교하는 게 저의 소소한 행복이었다"고 설명했다.

'스물다섯 스물하나'는 단단했던 김태리에게 조금은 내려놓는 법을 알려준 작품이다. 김태리는 "이제는 '좀 내려놔도 되지 않나. 내려놓으면 어떻게 해야 할까. 두려움을 어떻게 이길 수 있을까'하는 생각을 많이 한다. 늘상 진심인 사람은 힘들다. 특히 배우로서 어떻게 늘상 진심일 수 있겠나. 현실적으로 얼마나 많은 벽에 부딪히나. '내가 이 제품 쓰지 않았는데 어떻게 광고하겠냐. 며칠만이라도 써보고 광고하겠다. 그렇지 않으면 거짓말이라 못한다'고 하고, '이 멘트? 이렇게 생각하지 않아요. 고쳐주세요'라고 했었다. 그런데 요새는 그게 힘에 부친다. 그러면 아무것도 못하고, 같이 일하는 사람들도 힘드니 '어느 정도는 내가 내려놔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내려놓는 게 두려운 것은, 내가 그걸 내려놓지 않았기에 지금의 내가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스스로 좀 싸우고 있다"고 했다.

김태리는 또 "저는 확실히 단단한 사람이다. 하지만 그만큼 최악의, 빛이 하나도 안 보일 정도로 무너질 줄 아는 사람이기도 하다. '스물다섯 스물하나'를 하면서 많이 느낀 것이, 이전에도 이 작품 저 작품을 동시에 하는 것을 저는 절대 못할 사람이라고 생각했지만, 이 작품을 하면서 '이 정도의 스케줄을 소화하며 내가 원하는 것 그 이상에 근접할 수 있는 사람은 못된다'고 생각했다. 나중에 베테랑이 되면 그럴 수 있을까 싶지만, 지금의 나는 그러지 못하는 사람이다. 휴식시간이 하루라도 있어서 복기하고 문제점을 발견하고, 판단하고, 내일을 준비하는 시간이 필요한 사람이라고 느꼈다. 다음 작품을 할 때는 그런 점도 심사숙고 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사진=매니지먼트mmm 제공
'아가씨'로 혜성처럼 등장한 뒤 '1987', '리틀포레스트', '승리호' 등 영화에서 활약한 그는 드라마에는 '미스터 션샤인' 이후 '스물다섯 스물하나'로 고작 두 편에 도전했을 뿐. 그만큼 브라운관에서 보기 어려웠던 배우 김태리는 "TV에서 네가 자주 보고 싶어!"라는 지인들의 이야기와 행복감을 채워줄 수 있음에 만족할 수 있게 됐다고. 가족과 지인들이 좋아해주는 작품을 선택해 "인간 김태리로서 정말 잘했다. 많이 배웠다!"라는 생각까지 했다는 소감을 밝혔다.

앞으로도 김태리는 많은 고민을 거듭하며 연기를 해나갈 예정이다. 그는 "배우로서 고민과 사람 김태리로서의 고민이 연결되는 것 같다. 구분 짓지는 않는다. 연기를 하는 게 저는 되게 큰 스트레스를 받는다. 제가 처음 연기를 하고자 했던, '평생 직업으로 삼겠어!'라는 동기는 재미였다. 그런데 늘 재미있지 않고, 너무 어렵고, 그 어려움이 갈수록 더해진다. 내가 몇 작품을 더 한다고 해서 편해질 것 같지가 않다. 이렇게 힘든 걸, 이렇게 스트레스받는 일을 내가 어떻게 떼어놓고 봐야 할지. '이건 내 직업이야!'라고 받아들여야 할지, 아니면 내가 너무 사랑했고 하고 싶던 재미를 찾아가야 할지에 대한 퀘스천마크(물음표)가 붙은 상태다"라면서도 용기를 채워 돌아올 것임을 약속했다.

'스물다섯 스물하나'는 3일 방송을 끝으로 종영했다.

문지연 기자 lunamoo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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