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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기사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돼 있습니다.
최근 넷플릭스로 공개된 '스위트홈'(홍소리 김형민 극본, 이응복 연출)은 김남희에게는 또 다른 터닝포인트가 됐다. 스위트홈'은 은둔형 외톨이 고등학생 현수(송강)가 가족을 잃고 이사 간 아파트에서 겪는 기괴하고도 충격적인 이야기를 담은 드라마로, 인기 웹툰을 원작으로 하는 작품. 공개 4일 만에 해외 13개국에서 1위, 70개국 이상에서 TOP10 순위에 들며 단숨에 해외 시청자들까지 사로잡았다. 김남희는 선과 정의에 대한 강력한 믿음을 가진 정재헌 역을 맡아 열연했다. 조용하고 얌전한 말투를 가진 기독교 신자이자 국어 교사지만, 괴물에 대한 공포보다는 남을 위해 목숨을 거는 이타적 인물이다. 이로 인해 호쾌한 진검 액션을 선보이는 바. 여기에 윤지수(박규영)과의 감정선이 시청자들의 심장을 뛰게 했다.
김남희는 30일 오후 스포츠조선과 화상을 통해 만나 '스위트홈'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김남희는 "재헌이가 '저는 국어교사입니다. 교회를 가요. 국어 교사입니다'하면서 얌전한 모습을 보여주는데, 의도한대로 한 게 아니라 대본대로 충실하게 연기한 거다. 요즘 사회가 본의 아니게 '예수빌런'이라고 하고, 독실한 기독교 신자를 비하하는 분위기가 있더라. 그러다 보니 처음부터 '저 친구 수상하고 지수 괴롭히겠다. 십자가 괴물이 되겠다'는 말들이 있었다. 그 포인트에서 반전된다고 느낀 거 같다. 갑자기 칼을 들고 사람들을 구하는 모습에서 '반전이 있을 거야'라고 했는데 계속해서 착하게 가니 반전이었던 거 같다. 중간 중간 칼을 닦는 모습에서 재헌이가 복합적 연기를 하려고 했다. 이 사람들을 구해주려 하는 건지, 해치려는 건지 두 신 정도를 이중적으로 연기하려고 했었다"고 말했다.
이어 김남희는 "저희 집안은 원래 기독교 집안이다. 저도 모태신앙이다. 어릴 때부터 꾸준히 교회를 다녔다. 그러다가 나이를 먹으며 귀찮아졌는지 교회를 안 다니기 시작하고, 가끔씩 집안에서 다같이 크리스마스 때나 가끔 가고 가족 행사 식으로 갔는데 요근래에는 기독교 신자라고 말하기에는 올바른 행동을 하면서 교회를 다니지는 않아서 무교라고 봐야 할 거 같다. 현재는 무교지만 독실한 기독교 신자의 경험이 있으니 그때의 경험을 생각하며 연기했다"고 밝혔다.
또 극중 정재헌은 "그 멋진 근육도 결국 이분에겐 별 수 없나봐. 생갭다 허접한데? 안 그래? 고깃덩어리", "아 마스터 남은 건 키핑입니다" 등 문어체적 만화 대사를 만들어야 했던 인물. 김남희는 "제가 연극도 해봤고 셰익스피어 연극도 해봤다 보니 감독님도 '소화할 수 있을 거 같다. 자칫하면 우스꽝스럽거나 오글거릴 거 같은데 자연스럽게 녹일 수 있겠냐'는 주문이 있었기 때문에 제 스스로 부끄럽다고 느끼고 멋있는 척을 했으면 오글거렸을 거 같다. 최대한 담백하고 자연스럽게, 이 사람은 정말 그렇게 대답하고 살 거 같은 사람이라고 생각하고 준비했다. 처음 대본을 받았을 때는 저도 당황했다. 일상에서 쓰는 말은 아닌데 잘 할 수 있을지. 그런데 그게 캐릭터적으로 도움이 됐다. '이 사람 독특한 사람인데, 알고보니 괜찮은 사람이구나'로 만들어진 거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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액션 연기도 시선을 모았다. 경비 괴물과의 최종 결투가 시선을 모은 것. 김남희는 "그 신을 찍을 때는 모든 스태프들이나 저도 기대감이 컸었다. 아무래도 제일 큰 액션 신이고, 피가 많이 나오고. 그런데 그 신이 대사가 있는 게 아니기 때문에, 대사보다는 온전히 상황에 충실해서 계획하지 않고 연기를 해보자 했다. 굵직한 동선만 생각했다. 기술적으로는 굵직한 것만 연습했고 그 외의 감정적 부분이나 연기적 부분은 하나도 다른 것이 없이, 즉흥연기 식으로 했다. 목적성은 하나 있던 것이 재헌이가 어찌 보면, 캐릭터적으로 볼 때 '하나님이 부르는구나. 갈 때가 됐구나', '아파서 누은 지수에게 위협이 가해진다'고 생각하고 본능적으로 '난 여기서 죽어야 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즉흥적으로 연기를 했었다"고 설명했다.
김남희는 괴물들과의 액션신에 대해 "가장 힘든 괴물은 엘리베이터의 경비 괴물이었다. 연기를 하셨던 선배님이 계시고, 액션을 할 때는 액션팀이 있었다. 그 두 분께 감사드리다고 말하고 싶다. 무거운 장비와 분장을 하고 연기를 하고, 액션팀은 저와 엘리베이터에서 액션을 맞췄다. 조심해야 하는 괴물은 근육 괴물이었다. 근육 괴물을 향해 칼을 많이 휘두를 수밖에 없었는데 사람이 직접 무거운 장비를 입고 한 거였다. 그 분장과 제 칼이 마주하면 무조건 찢어지기 때문에 그 부분을 조심스럽게 촬영해야 했다"고 말했다.
장렬한 마지막도 시선을 끌었다. 김남희는 "제가 아는 한, 재헌이는 완전히 죽었다. 괴물화가 진행되는 과정도 남기지 않았고, 스스로도 '시즌2에는 안 나오는구나' 닫아놓고 생각하는 게 편하더라. 재헌 스핀오프가 나온다면 좋겠지만, 저는 시즌2에 절대 나오지 않을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고 확신했다.
또 정재헌은 극중 가장 이타적인 인물로서 마지막을 맞았고, 김남희는 "현실에서 일어날 수 없는 일이라고 생각하는데, 저희 주변에 영웅이나 남을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지 않나. 그런 의미에서 재헌 같은 인물이 없는 사람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뉴스나 드라마를 보면서 '과연 내가 저럴 수 있을까' 하는데, 계획을 하고는 못할 거 같다. 계획을 하고 살 수는 없을 거 같고, 재헌이도 제 생각과 마찬가지로 순간의 상황에 충실했던 거 같다. 싸울 수 있는 유일한 인물이고 힘이 없는 여자들이 1층에 남아 있었고, 그러다 보니 '내가 열심히 싸워 괴물을 물리친다'는 목적성이 있었지, '나 오늘 죽겠다'고 생각하고 살기는 저도 어렵고 재헌이도 어려웠을 거다"고 말했다.
큰 사랑을 받았던 캐릭터이자 배우였지만, 연기 점수에 김남희는 단호히 50점을 줬다. 김남희는 "'스위트홈'을 본 이후 저의 개인적 평가와 점수는 50점이다. 예쁘게 봐주시는 분들도 계시지만, 연기적으로나 현장에서 못 보신 분들도 있는데 그런 모습을 봐주셨다면, 충분히 이 작품을 위해 100%의 역할을 해냈다는 생각을 하지는 않아서 50점 정도로 반영하겠다"고 했다.
김남희의 열연이 담긴 '스위트홈'은 넷플릭스를 통해 감상 가능하다.
문지연 기자 lunamoo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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