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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닷컴 정유나 기자] 'TV는 사랑을 싣고' 혜은이가 6인조 걸밴드 '서울 패밀리' 김태영과 50여년만에 만났다.
혜은이는 "30년 만에 홀로서기를 했는데 제 인생을 사는 것 같다"는 근황을 전하면서 아이들로부터 "가수 혜은이로 사세요"라는 말을 듣고 용기를 얻었다며 한층 생기 넘치는 모습을 엿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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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희미해진 언니에 대한 기억에 혜은이는 안타까워하며 "안 좋은 기억을 지우려 노력하다 보니 좋은 기억도 하나 둘씩 지워지더라"고 말했고 이를 들은 MC 김원희와 현주엽은 그녀의 삶의 무게를 가늠하며 가슴 먹먹해했다.
이에 MC 현주엽은 "기억을 찾아 드리겠다"면서 옛날 극장을 그대로 재현한 건물부터 고 2때 서울로 상경한 혜은이의 전세 단칸방이 있었던 홍제동 '문화촌'을 찾는 등 잊힌 기억을 되찾기 위한 추억 여행을 함께 떠났다. 자신이 살았던 동네를 찾은 혜은이는 옛 집터를 바라보며 "기억하지는 않아도 잊혀지지는 않는다"라며 어렴풋하게 떠오르는 옛 기억을 더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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혜은이는 악극단을 이끌던 아버지를 따라 어렸을 때부터 무대에 올랐던 이야기를 전했다.
하지만 악극단 운영으로 큰돈을 번 아버지 덕분에 유복한 생활을 하던 혜은이는 하루아침에 전세금 30만원짜리 단칸방으로 내몰리며 노래를 불러 생계를 책임지는 소녀 가장이 되어 버렸다고. 혜은이는 "먹고 살 길이 없어서 노래를 시작했다. 데뷔 후 많은 시기와 스캔들에 시달렸다. 돈을 많이 모아놨더라면 노래를 바로 그만 뒀을것이다. 사실은 가수가 되고 싶지 않았다"며 가슴 아픈 사연을 전했다.
이런 가운데 현주엽은 혜은이의 기억을 되살리기 위한 결정적인 증거를 확보했다며 오래된 공연 팜플렛을 꺼냈다. 알고 보니 혜은이가 찾고 있는 김태영 언니는 70년대 인기를 끌었던 유명한 자매 밴드의 멤버로 당시 그들은 '제 2의 김씨스터즈'라는 수식어까지 붙을 정도로 큰 인기를 얻었었다. 팜플렛 안에서 55년 전 헤어진 언니의 얼굴을 단번에 알아본 혜은이는 "커서도 그대로네"라며 함박 웃음을 터뜨렸고, 김원희는 깜짝 놀라며 "무대에서 밀리셨겠는데요"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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혜은이가 그토록 그리워했던 김태영 언니는 알고 보니 6인조 걸밴드 '서울 패밀리'의 일원으로 활동하며 우리나라 최초로 미국에 진출했던 '걸그룹의 조상격'이라고. 이에 미 8군에서 활동했던 원로 가수와 당시 원조 걸그룹들에 대한 책을 쓴 저자, 밴드를 같이 했던 원년 멤버를 일일이 찾아다니며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결혼했다는 단서를 어렵게 얻었다.
이에 제작진은 라스베이거스 한인 타운 곳곳을 수소문해 마침내 그녀를 찾아갔다. 제작진은 김태영의 집으로 찾아갔고, 막냇동생 김태리나 씨가 제작진들을 반갑게 맞이했다. 김태리나 씨는 "혜은이 언니를 안다. 김태영 언니가 혜은이 언니와 찍은 사진도 보여줬었다"고 말했다.
김태리나씨는 언니 김태영이 몸이 안 좋아서 병원에 갔다고 전했다. 이에 추적 영상을 애타게 보던 혜은이는 눈물을 보였다. 혜은이는 "아프다니까 마음이 아프다. 못 만나도 언니가 안 아팠으면 좋겠다"며 울컥한 모습을 보였다.
영상을 본 후 혜은이는 노을이 지는 한강 다리 위에서 애타게 언니가 오기만을 기다렸다. 그때 김승주 언니가 나타나 혜은이를 포근하게 안아줬다. 서울과 라스베이거스라는 먼 거리와 55년이라는 긴 세월을 건너 친자매 같았던 두 사람의 재회가 성사된 것. 김승주 씨는 "어렸을적 모습이 파노라마처럼 지나간다. 어렸을 적 기억이 생생하게 남아있다"면서 무척 반가워했다. 두 사람은 함께 식사를 하며 50여년 만에 소회를 풀었다.
jyn2011@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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