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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문지연 기자] 배우 김지훈(40)에게 '악의 꽃'은 한계를 깨준 작품이자 18년 연기인생의 1등 작품이다.
김지훈은 28일 서면을 통해 '악의 꽃' 종영 인터뷰를 진행했다. '악의 꽃'은 김지훈에게는 잊지 못할 작품이 될 전망이다. 백희성은 특히 그가 소름 돋는 악역 연기를 보여줄 수 있는 기회가 되기도 했다. 정유정 작가의 소설인 '종의 기원'과 어릴 때 봤던 만화인 '엔젤전설' 등을 참고하며 백희성을 완성했다는 그는 연기적인 면 뿐만 아니라 외적인 면까지 모든 것을 백희성 하나에 맞추며 시청자들의 몰입도를 끌어올렸다.
김지훈은 "처음 기나긴 혼수상태에서 깨어나 말하고 걷게 되기까지 유?로 코마 화자들의 영상을 찾아봤다. 그런데 ?틴爭 지 얼마 안돼 두발로 걷는다는 것은 아예 상상도 못할 일이더라. 그래서 너무 갑작스런 회복력이 극에 몰입을 방해하지 않을까, 신마다 철저히 계산을 했다. 처음엔 거의 눈동자를 움직이고, 성대를 울리는 것조차 버거울 것 같은 느낌으로 시작해서 차츰차츰 혀의 움직임이 편안해지고, 조금씩 근육의 움직임이 가능해지는 느낌을. 나중에 갑자기 휠체어에서 일어나는 장면이 너무 뜬금없거나 말도 안되게 느껴지지 않도록 신마다 회복의 속도를 부여해줬다. 초반에는 그 부분이 가장 관건이었고, 이후에는 사이코패스 살인마의 광기와 압도감을 표현 해내는 게 두 번? 과제였는데, 역대급 악역이 나온 영화는 다 찾아 봤던 것 같다. 한 작품 한 작품이 모여서 백희성의 피가 되고 살이 되고, 뼈가 되지 않았나 싶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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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의 꽃'은 모든 배우들에게 쉽지 않은 작품이었다. 감정과 체력을 동시에 소모해야 했기 때문. 김지훈은 "평소 운동도 꾸준히 하고 몸을 쓰는 것을 워낙 좋아하는 편이고, 상대 배우인 준비 배우도 워낙 몸을 잘 쓰고 액션을 잘하는 배우라 힘들기 보다는 즐겁게 촬영했다. 물론 촬영할 때 몸을 사리는 편이 아니기 때문에 여기저기 까지고 멍든 곳도 많고, 절벽에서도 너무 위험해보인다고 사람들이 많이 걱정해주시긴 했지만, 저에겐 아주 흥미진진한 촬영이었다. 개인적으로 힘든 걸로 따지면, 액션 신보다는 감정 신을 만들어가는 게 더 힘들게 느껴진다"고 말했다.
이어 "생갭다 초반부가 어렵게 느껴졌다. 인물이 구체적으로 잘 그려지지가 않았으니까. 처음 의식을 되찾고 연기할 때에도 어떻게 톤을 잡아야 할지 막막했었고, '내 이름 돌려줘'하는 장면도 감정을 찾아내기가 쉽지 않았다. 그리고 흐름상 방송에는 뒷 부분에 아빠와의 감정부분 대사가 편집됐지만, 도민석에 대한 공포에 사로잡혔다가, 아빠에 대한 감정을 토로하다 다시 광기어린 눈빛으로 '날 지켜달라'고 오락가락하는 감정을 표현해내는 것도 굉장히 힘겨웠다. 힘겹게 찾아낸 감정을 유지하기 위해 하루종일 밥도 안 먹고 대화도 안 하고, 대본만 계속 되뇌이고 있었다. 위에 음식물이 들어가면 희성이의 감정이 사라질 것 같은 느낌이었다. 오히려 살인을 시작하고 본격적으로 활개를 치기 시작할 때부터는 좀 수월했다. 인물이 구체적으로 그려지기 시작하면서부터는 어느 정도 즐기며 연기했던 것 같다"고 설명했다.
앙상할 정도로 마른 몸에 살이 쏙 빠진 모습을 만들어내다 보니, 시청자들 사이에서는 그의 비주얼이 더 화제가 되기도 했다. '잘생김'이 매회 시청자들의 반응으로 꾸준히 등장할 때 김지훈은 연기력으로 그 한계를 깨어냈다. 그는 "칭찬은 언제 들어도 기분 좋은 것"이라면서도 "다만 제가 듣고 싶은 칭찬을 들었을 때가 더 기분 좋은 건 어쩔 수 없다. 그래서 외모적인 칭찬보다는 연기적인 칭찬을 들을 때가 더 기분이 좋다. 모순적고 배우로서 외모가 중요하기도 하지만, 또 동시에 크게 중요하지 않기도 하지 않나. '잘생김'이라는 것도 배우에게 큰 장점이 될 수도 있고 동시에 큰 핸디캡이 될 수도 있는 거 같다. 결국엔 외모가 잘생긴 배우보다는 잘생김을 연기할 수 있는 배우가 되어야겠지. 외모에 대해 생각하다 보면 결국 본질로 돌아가서 연기에 대해 더 생각하게 된다. 과거엔 잘생김 하나만으로 해결이 되는 부분이 많은 시대였다면, 그 시대 또한 많이 변해서 미의 기준도 많이 변하기도 했지만, 외모보다는 실력이 더 중요한 세상이 된 것 같다"고 소신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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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연기에서 정점을 찍었던 작품 '왔다 장보리'는 시청률과 대중성에서 큰 결실을 얻게 만들기도 했지만, 장단점이 분명하게 남은 작품이었다. 김지훈은 "'왔다 장보리'라는 대표작이 생긴 이후로는 더 심해졌다. 드라마가 잘 된 만큼 그 이미지는 더욱 강해졌다. 더이상 그런 식으로 저의 한계를 스스로 좁히는 선택을 하면 안되겠더라. 이대로는 내가 배우로서 가지고 있는 꿈에 조금도 가까이 다가갈 수 없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주말극이나 기존의 제가 역할을 재생산 할 만한 작품들을 고사하기 시작했다. 자연스럽게 일이 없어지더라. 힘들었다. 프리랜서가 일을 안 하게 되니 경제적인 면도 그랬지만, 연기에 대한 갈망은 넘쳐나는데, 그리고 어떤 역할이든 잘해낼 수 있는 자신감도 가득한데 연기할 일 없이 백수처럼 하루 하루를 보낸다는 게 정말 힘들었다. 노는 것도 사람들을 만나는 거세도 흥미를 잃게 되고 혼자 있는 시간이 길어졌다"고 회상했다.
김지훈은 이어 "그렇게 이상과 현실의 괴리가 크다 보니 스트레스가 굉장히 심했는데, 그나마 운동을 좋아하는 편이라 이것저것 다양하게 운동을 하면서 정신건강을 유지했던 것 같다. 저는 저처럼 긍장적이고 낙천적인 성격의 사람도 지속적인 스트레스 앞에서는 이렇게 무너질 수 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들어오는 일들을 거절하면서, 새롭게 저를 보여줄 수 있는 역할과 작품을 찾다 보니 일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지지 않더라. 가끔 얘기되는 작품에서도 역할이 전에 비해 작아지기 시작했고. 근데 그건 아무렇지 않았다. 기존의 절 가두던 테두리 안에서 연기자로 살아가는 것보단 새로운 모습을 보여드릴 수 있는 자체가 역할의 크기와 상관 없이 더 행복하게 느껴졌다. 그렇게 작년 겨울에 '바벨'이라는 작품을 했고, 또 일년 넘게 기다려서 '악의 꽃'이란 작품을 만나게 됐다"고 했다.
'악의 꽃'은 그래서 김지훈에게 더 도전이었다. 그는 "백희성의 경우에는 초반에는 등장하지 않고, 등장해서도 한참을 식물인간 상태로 누워있다가 후반부에 들어서 활약을 하게되는 캐릭터인데, 사실 그게 쉽지는 않은 결정이었다. 애초에 시놉시스에 나온 역할과 다른 역할이 되는 경우도 많고 하니까. 초반에 8회까지 대본이 나와 있었는데 8회까지는 의식이 없었다. 그렇지만, 8회까지 나온 대본 자체가 너무 매력적이었고, 또 감독님과 제작사에 대한 믿음도 있어서 나름 모험을 결심했는데 다행히도 결과적으로는 성공적인 모험이 된 것 같아 다행스럽기도 하고 기쁘기도 하고 그렇다"고 밝혔다.
'악의 꽃'의 백희성은 지금까지 김지훈이 연기한 작품 중 손에 꼽을 정도로 강력한 캐릭터. 김지훈은 "캐릭터적으로 봤을 때는 (악의 꽃 희성이) 1등으로 강렬하고 임팩트 있는 역할이다. 이보다 강한 역할을 다시 맡을 수 있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그리고 시청자 분들의 반응적인 측면이나 '악의 꽃'을 통해 기존의 제가 갇혀있던 이미지를 탈피했다는 점에서 현재까지는 1등으로 삼을 수 있겠다. 다만 새로 1등을 갈아치우는데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고 밝혔다.
2002년 데뷔한 이후 무려 18년을 연기해온 김지훈은 "스스로의 한계를 끊임없이 깨나가는 배우가 되고 싶다"고 했다. 그는 "물론 한계를 깬다는 건 무척 힘든 일이겠지만, 그만큼 배우로서 만족하고 게을러지만 안된다는 얘기일 것"이라며 "그래서 사람들이 늘 저의 다음 작품, 다음 역할에 대해 궁금해하고 기대하게 하는 배우가 되고 싶다"고 했다. 그런 의미에서 김지훈은 차기작 선택에 신중을 기할 예정이다. 그는 "저 스스로도 즐겁게 연기할 수 있는 작품을 잘 선택해서 또 멋진 역할을 만들어내고 싶다. 배우로서 목표는 사람들에게 기대감을 계속해서 줄 수 있는 배우가 되고 싶다. 기대감 다음으로는 궁금증을 가지게 하는 배우가 되고 싶다. 그리고 궁극적으로는 사람들에게 좋은 메시지와 가치관을 전달하는 선한 영향력을 지닌 배우가 되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김지훈은 '악의 꽃'을 마친 후 차기작을 검토한다.
문지연 기자 lunamoo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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