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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종합]"대구 촌놈, 세속적 목표는 다 이뤘죠"…'#살아있다' 유아인의 다음 스텝

이승미 기자

기사입력 2020-06-17 15:59


[스포츠조선 이승미 기자]"돈을 쳐바르지 않아도 재미있을 수 있다는 걸 보여주는 장르 영화죠." 배우 유아인(33)의 자신감에는 이유가 있다.

원인불명 증세의 사람들이 공격을 시작하며 통제 불능에 빠진 가운데, 데이터, 와이파이, 문자, 전화 모든 것이 끊긴 채 홀로 아파트에 고립된 이들의 이야기를 그린 생존 스릴러 영화 '#살아있다'(조일형 감독, 영화사 집·퍼스펙티브픽쳐스 제작). 17일 주인공 준우 역을 맡은 배우 유아인이 서울 종로구 삼청동에서 진행된 라운드 인터뷰에서 영화에 대한 이야기를 전했다.

'베테랑' '사도' '국가부도의 날' 등 출연하는 작품마다 강렬한 연기와 남다른 존재감을 선보이며 대체불가 배우로 자리 잡은 배우 유아인. 그가 이번 영화에서 주변에 있을 법한 평범한 청년의 친근하고 인간적인 면모는 물론 극한의 위기에 내몰린 인물의 절박하고 막막한 상황을 생생하게 연기해 내며 새로운 얼굴을 보여준다.

극중 그가 연기하는 준우는 정체불명의 존재들을 피해 홀로 아파트에 고립된 생존자. 어느 날 아침 무차별적으로 사람들을 공격하는 이들로 인해 혼란에 휩싸이고 패닉에 빠진다. '꼭 살아남아야 한다'는 아버지의 메시지를 끝으로 전화, 인터넷 모든 것이 끊긴 채 홀로 고립된 준우는 극한의 공포 속에서 생존을 위한 방법을 모색한다.
이날 유아인은 "생각했던 것 보다 좋은 평이 많아서 감사하다. 장단점이 있는 영화인데 장점을 더 크게 느껴주셔서 다행이다라는 생각이 들었다"며 웃으며 인터뷰를 시작했다. 영화 초반부터 40분 동안 홀로 영화를 책임지는 유아인은 "'살아있다'는 제가 현장 편집을 가장 많이 봤던 영화다. 초반에 호흡을 조절하기 위해서 현장 편집본을 매번 들여다 보면서 노력을 많이 했다"며 "물론 보면서도 계속 불안한 느낌은 있었다. 쉽지 않은 도전이다보니까 루즈해 지지 않기 위해 호흡을 조절하는 게 관건이었다. 많은 분량을 배우 혼자 나오다보니까 관객들이 느끼기에 루즈해질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루즈하지 않게 끌고가는 것이 중요했다"고 말했다.

극중 준우의 트레이드 마크인 탈색 머리에 대해서도 이야기 했다. "원래는 가발을 시도했다. 이 영화 전에 촬영을 마친 '소리도 없이'(미개봉작)에서 삭발을 했다. 변화를 주고 싶어서 긴 머리 가발을 쓰고 첫 촬영까지 마쳤다. 가발을 쓸 생각에 원래 머리를 하얗게 탈색을 했었는데, 그 스타일을 제작사 대표님이 보시더니 마음에 들어하셨다"며 "가발 쓴 머리와 안 쓴머리를 가지고 스태프들끼리 투표도 했었다. 의견을 모은 끝에 탈색머리가 인물의 개성을 살릴 수 있을거라고 생각해서 결정되게 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한국 남자배우가 보여주지 않았던 파격적인 시도라고 생각했었는데 영화 개봉 전에 안재홍 배우님('사냥의 시간')이 등장했더라"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이어 "제가 원래 안재홍 배우님을 진짜 좋아하는데 실제로 안재홍 배우님을 상상하고 캐릭터를 만들어 간 것도 있다"고 덧붙였다.
또한 외적인 캐릭터 설정에 대해 "전에 비해서 비교적 살을 빼긴 했지만 몸에는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 평범한 청년의 모습대로 자연스럽게 가려고 했다. 우락부락하지 않으면서도 너무 깡마르지 않고, 적당히 부어있고 그런 청년의 비주얼을 생각했다"고 말했다.

유아인은 이날 인터뷰에서 '#살아있다'에 대해 "익숙한 장르물인데 인물을 다루는 태도가 다른 작품"이라고 강조했다. "소수의 인물들이 마지막까지 이끌어 가고 인물들의 감정이나 내면에 깊숙이 들어간다는 게 불안한 점이 될 수 있지만 오히려 장점도 될 거라고 생각했다. 돈으로 쳐버라지 않아도 재미있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시나리오에서부터 군더더기가 없고 아주 속도가 있어서 좋았다. 아주 시원하게 밀고 가는 영화였다"고 말했다.

비슷한 시기에 개봉하는 또 다른 좀비 영화 '반도'(연상호 감독)와의 비교에 대해 묻자 그는 "한국 영화가 개봉 시기를 잡는 것조차 힘든 상황인데 우리 영화가 비교적 초반에 개봉 시도를 하는 영화가 됐는데, 다 같이 살았으면 좋겠다"며 "좀비 영화라는 장르적 특성이 있지만 전혀 다른 스타일의 영화이기 때문에 관객분들도 전혀 다른 매력을 느끼실 수 있을 것 같다"며 웃었다.


이번 작품을 촬영하면서 영화에 대한 아이디어를 다른 영화 촬영 때와 비해 비교적 많이 냈다는 유아인은 "작년에 촬영했던 영화 두 편이 모두 신인 감독님의 작품이었다. 제가 원래 신인감독님과 작품을 한 적이 없었다. 새로운 시도를 하게 되면서 조금 다른 적극성 같은 것들이 있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예전에는 내 캐릭터 외에는 영화에 의견이 많이 내지 않는 편이었다. 제가 캐릭터에 있어서는 건방지다는 이야기를 들을 정도로 의견을 많이 내는 편이었지만 영화 전반적인 것에 있어서는 의견을 내는 게 소극적이었는데, 연차가 쌓이고 나이가 들면서 배우로서 다른 책임감도 생기더라"며 "그 가운데 신인 감독님들과 작업을 하고 또 이번 영화는 혼자 나오는 신이 많아서 좀 적극적으로 의견을 많이 내려고 했다. 혼자 리허설 하는 걸 찍어 와서 감독님께 보여드리려고 했다. 그런 것들이 오히려 배우들과 다른 스태프들과 더욱 돈독해지는 관계가 되더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전에는 내가 의견이나 의심이 있어도 이야기하는 걸 꺼려했었다. 그런데 영화를 보고나면 그랬던 부분들이 다 눈에 보이더라. 유아인이라고 하면 의견을 적극적으로 펼칠 거라고 생각하시지만 사회생활을 하는 현장 속에서는 주변에 모든 분들이 다 선배님들이고 어른들이지 않나. 그래서 내가 적극적으로 나서기에는 두려움이 컸던 게 사실이다. 의견을 적극적으로 제시하면 오히려 건방지다는 이야기를 들을 수 있다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 있었다. 그런데 신인 감독님과 함께 하면서 함께 만들어가는 여유, 소통하는 기쁨을 느낄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극중 좀비들과 연기 호흡에 묻자 "좀비와 함께 하는 연기는 정말 편했다"며 웃었다. "그들과 연기하고 나서는 모니터를 보는 게 편했다. 되려 블루스크린을 보고 연기를 해야 한다거나 벽을 보고 연기해야 한다거나 영화 속에서 카메라를 보고 연기를 해야 한다거나 하는 것들이 더욱 어려웠다"고 말했다.
처음 연기 호흡을 맞추는데도 불구하고 남다른 케미를 보여준 박신혜와의 호흡에 대해서도 이야기 했다. 박신혜는 그 어느 상대 배우보다 많은 이야기를 나누며 함께 만들어가는 현장을 만들어준 배우였다고 강조한 유아인은 "현장 촬영에서 가장 즐겁고 놀라웠던 부분이 제가 강하게 주장하고 어필하는 편인데, 박신혜 배우도 굉장히 자신의 의견을 강하게 주장하고 어필하면서 캐릭터를 만들어간다는 것이었다"고 말했다. "의견을 쉽게 꺾지 않는 모습이 내게는 너무 반가웠다. 상대에게 무조건 맞춰주고 생각을 쉽게 꺽지 않고 함께 이야기를 의견을 내고 나눈다는 게 정말 좋았다"며 "과거에는 제가 캐릭터에 대한 의견을 내면, 어떤 배우들은 의견을 전혀 내지 않으면서도 뒤에서 '쟤는 목소리가 너무 커'라고 뒷담화를 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런 배우들에게 많이 데였다.(웃음) 그런데 박신혜 배우는 서로 강하게 의견을 나누고 토론할 수 있었다. 그 무엇보다 그 점이 정말 좋았다"고 덧붙였다.

'#살아있다'를 통해 데뷔 이후 처음 장르물에 도전한 유아인은 그동안 장르물을 하지 않았던 이유에 대해 묻자 "원래 진지한 걸 좋아했다. 괜히 딥(deep)한 작품을 좋아하고 일부러 찾았다. 물론 그런 작품을 지금도 좋아하지만 그런 게 전부는 아니라고 생각이 들더라"고 답했다.

이어 "지금보다 더 어린 배우였을 때는 어린 배우에게 기대하는 모습이 아닌, 다른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었다. 10대, 20대 배우에게서 보여드릴 수 없는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었다. 그러 경쟁력을 가진 배우이고 싶었다"며 "30대로 오게 되고 그런 시기를 거치고 과거와 작별하게 되니까 이전에 볼 수 없었던 편안한 연기를 힘 있게 보여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제야 좀 편해진 느낌이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요즘은 '나 혼자 산다'에도 나가지 않냐"며 웃었다. 이번 주 방송될 MBC 예능 프로그램 '나 혼자 산다'에 출연해 처음으로 사생활을 공개할 예정인 유아인은 "이제는 조심스러워하던 것 조차도 조심스럽지 않게 느껴진다. 다양한 활동을 해보고 싶고 경험을 해보고 싶다. 진지하게 땅굴만 파는 건 벗어나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흥미로운 유아인의 새로운 지점을 인식해주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많은 예능 프로그램 중 '나 혼자 산다'에 출연하게 된 계기에 대해서 묻자 "'#살아있다' 촬영 중에 이런 캐릭터라면 예능에도 출연해도 되겠다고 생각했다. 너무 꽁꽁 숨겨서 가야될 필요는 없겠다 싶었다. 조금 더 적극적으로 대중과 소통을 하는 게 좋겠다 싶었다. 그리고 이 영화 성격이 '나 혼자 산다'와 너무 잘 어울린다고 생각했다. 먼저 제안 주신 것도 아니고 저희 쪽에서 먼저 제안을 했다"고 답했다.

10대 때부터 30대가 된 지금에 이르기까지 배우로서 놀라운 성취를 보여준 유아인. 그는 인터뷰 내내 배우로서의 목표와 삶에 대한 깊은 고민과 생각에 대해서도 이야기를 전했다. "대구 촌놈이 서울 상경해서 단순하고 세속적인 욕망들은 다 이뤘다. 제가 목표를 할 수 있는 것들은 놀랍게도 성실히 해왔다고 생각했다"고 솔직히 입을 연 그는 "이제는 그런 세속적이고 물질적인 목표 보다는 '앞으로는 어떻게 살아야 하나'에 대한 고민의 시간을 갖게 되더라. '앞으로 나를 어떻게 써먹으면 좋을까'에 대한 고민을 많이 하게 됐다. 고민을 하다 보니 이제는 그 어떤 목표를 세우고 그것만 보고 달려가는 것이 아니라 매순간 벌어지는 것들에 대해 최선을 다해 나가자라는 생각을 하게 됐다"고 말했다.

한편, '#살아있다'는 단편 영화 '진'(2011)을 연출한 조일형 감독의 장편 영화 데뷔작이다. 유아인, 박신혜가 출연한다. 6월 24일 개봉.

이승미 기자 smlee0326@sportschosun.com 사진 제공=UA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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