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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종합] "전국 홍보대사만 100개 이상"…'코믹본좌' 정준호를 이끈 원동력

조지영 기자

기사입력 2020-01-15 13:57


[스포츠조선 조지영 기자] "전작들을 통해 코미디 장르에 대한 자신감도 있지만 그동안 내가 코미디를 잘해서가 아닌 코미디를 잘하는 배우들이 내가 코미디를 잘 할 수 있도록 환경을 조성해준 덕에 지금의 제가 있는 것 같아요."

코미디 액션 영화 '히트맨'(최원섭 감독, 베리굿스튜디오 제작)에서 전설의 국정원 악마 교관 덕규를 연기한 배우 정준호(51). 그가 15일 오전 서울 종로구 삼청동에서 스포츠조선과 만나 '히트맨'에 대한 비하인드 에피소드와 근황을 전했다.

전직 암살 요원이 웹툰 작가가 되었다는 흥미로운 설정과 만화적 상상력을 더한 스토리로 올해 설 극장가 겨냥해 출격한 '히트맨'. 실사와 웹툰, 애니메이션을 오가는 구성으로 색다른 비주얼을 선보이는 것은 물론 다이내믹한 액션과 코믹한 배우들의 열연을 더해 남녀노소 누구나 즐겁게 볼 수 있는 보는 코미디로 관객을 사로잡을 전망이다. 박진감 넘치는 액션과 다채로운 매력의 캐릭터는 코믹 액션 장르 비주얼의 새로운 장을 열며 영화적 재미와 스케일을 무한 확장했다.

'히트맨'은 권상우, 정준호, 이이경 등 마치 맞춤옷을 입은 듯 캐릭터와 높은 싱크로율을 자랑하는 '충무로 코믹킹'들의 찰떡 케미스트리 또한 압권이다. 특히 영화 '인천상륙작전'(16, 이재한 감독) 이후 '히트맨'으로 4년 만에 스크린 컴백한 정준호는 원조 '코믹본좌'다운 연기로 보는 이들을 배꼽 잡게 만든다. 정준호는 '히트맨'에서 수많은 암살 요원을 키워낸 전설적 인물이자 현재는 국가정보원(이하 국정원)의 대테러 정보국 국장으로 활약하는 덕규를 연기, 전매특허 코미디를 선보였다. 에이스 암살 요원 준(권상우)이 술김에 그린 웹툰으로 예기치 못한 상황에 부닥치는 캐릭터를 연기한 정준호는 그동안
'두사부일체' '가문의 영광' 시리즈에서 펼쳐온 자신만의 개성 넘치는 코믹 연기를 오랜만에 발휘하며 관객을 사로잡을 전망이다.


정준호는 컴백작으로 '히트맨'을 선택한 이유에 대해 "'히트맨'을 처음 제안받고 이후 시나리오를 5~6번 본 것 같다. 처음에는 '이런 시나리오가 있었나?' 싶었다. 엉뚱하기도 하고 웹툰을 즐겨보는 청소년에게 잘 어울리는 것 같았다. 반대로 짠내 나는 주인공을 보면서 우리 사회 현실에서 느끼는 지점도 있었다. 시나리오가 신선했고 영화계에서 받았던 시나리오와는 다른 새로운 장르처럼 느껴졌다. 여러 번 읽었을 때 좋은 느낌을 받아서 이 작품을 선택하게 됐다"며 "시나리오를 읽은 뒤 최원섭 감독을 만났는데 '히트맨' 시나리오를 쓰고 데뷔하기까지 어려움이 많이 있었더라. 그런 지점이 시나리오에 많이 녹여져 있었다. 또 권상우가 먼저 캐스팅이 됐었는데 누구보다 잘 어울리는 것 같았다. 최원섭 감독의 전작, 열정을 보고 호기심이 생겼고 무엇보다 제작자도 독특한 분이라 작품에 대해 궁금해졌다. 본인이 하고자 하는 일에 주저 없이 열정을 쏟아낸다. 이런 독특한 제작자와 감독 인생의 무게가 담긴 작품을 느껴 출연을 결정했다"고 밝혔다.

그는 "마치 오래 헤어진 친구를 다시 만난 기분이다. 익숙했던 현장을 잠시 떠났다가 영화로 돌아오니까 좋더라. 드라마와 영화의 현장에서의 차이점은 크지 않지만 그래도 드라마는 방송 날짜에 나를 맞춰가지만 영화는 현장에서 배우의 호흡을 맞춰가는 느낌이었다. 연기하는 부분에서는 모두 비슷하겠지만 현장에서 시스템은 많이 틀린 것 같다. 이쪽저쪽 하다 보면 적응하는데 힘들지만 설렘이 있다"고 털어놨다.

'히트맨' 현장에서 대선배였던 정준호. 그는 현장에서 분위기 메이커로 '히트맨'을 이끌었다는 후문. 이에 "부담감도 많이 있지만 어느덧 현장에 가면 내가 최고 선임자 위치에 있다. 세월이 많이 지났구나 싶다. 선임자라는 위치는 맡은 연기에 최선을 다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현장을 원활하게 이끌어가는 것도 중요하다. 좋은 분위기를 이끌어가는 선배로 앞장서는 것도 필요한 역할이다"며 "지갑은 자꾸 열리고 할 일은 많아진 것 같다. 쌓이는 영수증 때문에 집에서는 안 좋아한다. 그럼에도 현장에서 나는 그런 역할을 할 수밖에 없더라. 현장에서 감독들이 주·조연에게 바라는 역할들이 있다. 연출에 열정을 가지고 몰입하려면 현장이 원활하게 돌아가야 하는데 그게 우리가 할 일이다. 현장에서 잡음이 나오면 연출자로서 집중하기 쉽지 않지 않나? 우리가 현장 분위기를 이끌어야 할 필요도 있었다"고 답했다.


'두사부일체' '가문의 영광' 시리즈 등 2000년대 초반 코미디 장르의 유행을 선도했던 '코믹 본좌' 정준호는 "시대 흐름에 따라 그때마다 많이 변해가는데 연기 기술도 우리가 예전에 했던 것을 고수할 수만은 없는 것 같다. 세월을 못 따라가면 뒤처지는 느낌도 있는데 나 역시 그런 느낌이 있었다. 이번 작품은 신구 조합을 잘 해낼 수 있는 포인트를 찾으려고 노력했다. 그래도 어렵더라. 몇 년 전만 봐도 '개그콘서트'를 보면서 웃지 않았던 것을 요즘 보면 웃기더라. 그런 내 모습을 보면서 스스로 많이 뒤처진 느낌도 받았다. 한 템포 늦게 받아들이는 스타일이었던 것 같다. 끝나고 나서 부족한 것도 많고 저런 걸 생각 못했을까 아쉬웠던 부분도 있다"고 소회를 전했다.


그는 "동료들의 영화를 보면서 기발하다는 생각을 많이 하게 됐다. 평상시 쓰는 재미있는 말투와 이야기를 영화에 잘 접목한 것을 보면서 기발하다고 생각했다. 코미디 장르는 웃음이라는 코드가 제일 중요한데, 생활 속 묻어나는 말 한마디가 관객에게 공감을 주는 것 같다. 이런 말들이 코미디 장르에 큰 웃음 코드로 작용하는 것 같다. 이번 작품도 잘 접목하려고 한다. 부담은 아무래도 흥행이 성적표이지 않나? 그런 지점에 부담감도 있다"고 고백했다.

이어 "물론 코미디 장르에 대한 자신감도 있지만 내가 코미디를 잘하는 것보다는 코미디를 잘하는 연기자들이 코미디를 잘 할 수 있도록 환경을 조성해준 것 같다.
'두사부일체' '가문의 영광' 시리즈를 봤을 때 주변의 역할이 주인공인 인물을 잘 만들어주는 것 같다. 축구로 이야기를 하자면 골을 넣을 수 있게 다 만들어주는 것 같다. 주변의 서포터들이 잘 밀어줬다. '두사부일체'의 엉뚱하면서 정의로움을 표현하는 계두식 캐릭터는 그때 당시 트랜드 중 하나였던 조폭 코미디였다. 그런 장르가 흥행을 하다 보니 4~5년 정도 조폭 코미디가 많이 나왔다. 그걸 가지고 코미디를 잘하는 배우라고 표현하기에는 과장됐다. 그때의 장점들을 이 영화를 하면서 잘 녹여내면 어떨까 고민은 많이 했다. 그런데 요즘은 호흡이 많이 빨라졌다. 또 다양한 콘텐츠를 경험하면서 배우는 중이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전국의 수많은 홍보대사를 이어가며 자신만의 남다른 행보를 펼치고 있는 정준호. 그는 지난해 12월 무허가 영업 리조트 개입 의혹을 받으며 한차례 잡음을 일으킨 것에 대해 솔직한 심경을 털어놨다. 당시 SBS '8뉴스'는 한 유명 배우가 설립에 참여한 춘천 북한 강변의 대규모 리조트 시설이 건물 용도에 대해 다세대 주택과 체육 시설 등으로 신고한 채 무허가 영업을 하고 있다고 보도한 것. 이 리조트는 객실, 관광시설, 수영장 등을 갖춘 명백한 리조트였지만 연회장으로 꾸며진 웨딩홀 건물은 체육시설로 신고돼 있고 객실로 꾸며진 공간은 다세대 주택으로 신고돼 영업한 사실이 밝혀져 공분을 샀다. 이 보도 이후 리조트 설립에 참여한 배우로 정준호가 지목됐고 논란이 커지자 소속사를 통해 "영화 '모래시계'에 캐스팅된 이후 이 영화의 진흥을 위해 춘천시의 요구로 홍보대사 역할을 맡게 됐고 영화 세트장으로 이용될 해당 장소의 경영과 운영에는 전혀 참여한 바 없다"고 선을 그었다.

정준호 역시 "소속사에서 성명을 낸 것과 다르지 않다. 내가 그동안 홍보대사를 많이 하다 보니 생긴 오해였던 것 같다"며 "평소 어떤 직함을 갖던 나서서 도와주려고 하는 성향이 있다. 그런 성향 때문에 홍보대사를 100개 이상 하고 전국의 일을 도맡으면서 많은 일을 도와주려고 했다. 그러다 보면 여러 가지 말들이 생겼다. 다른 목적을 가지고 하는 게 아니다. 연예인은 대중의 사랑을 받으면서 지역의 국민, 팬들과 소통해야 하는 의무가 있다. 내가 받은 사랑을 나누는 게 맞는 것 같다"며 "나는 홍보대사를 하면서 팬 관리도 하고 이미지 관리도 하고 여러모로 좋은 일이 많은 것 같다. 물론 많은 행사로 피곤하기도 하고 그렇다고 많은 돈을 받고 하는 일은 아니지만 대중이 있어서 지금의 내가 있기 때문에 책임감을 가지고 임하려고 한다. 실제로 전국의 홍보대사를 하면서 팬들의 응원을 받으면서 뿌듯한 적도 많다. 또 지역의 팬들은 내가 영화를 찍으면 '우리 홍보대사 영화가 나왔다'며 더 관심을 가져주는 것 같다. 어떻게 보면 서로 기브 앤 테이크인 것 같다. 시간이 되고 열정이 되면 홍보대사를 하는 게 좋은 것 같다. 지금 나는 전국의 홍보대사를 100개 이상 하다보니 전국의 특산물을 정말 많이 선물을 받는다. 김부터 시작해 감자, 생선 등 전국의 모든 특산물을 제철만 되면 먹을 수 있다. 나름대로 보람이 있다"고 웃었다.

또한 "내가 어떤 일을 할 때 더 깊게 생각하고 행동해야 하지만 현실 속에서 내 마음대로 뜻대로 되지 않는다. 어떤 상황이 벌어지든 받아들이고 의연하게 대처해야 한다. 잘못했을 때는 다시 실수하지 않게 반성해야 한다. 연예인을 두고 공인이라고 표현해야 할지 모르겠지만 아픔과 기쁨이 있더라도 너무 티 낼 필요도 없고 너무 의기소침할 필요도 없다. 그 당시 벌어지는 일에 대해 책임감을 가지고 의연하게 대처해야 한다. 어떤 일에도 늘 좋은 일만 있는 건 아니지 않나? 항상 마음의 자세를 의연하게 해야 한다. 연예계 여러 가지 일이 일어나는데 대중에게 관심을 받는 일이라면 누구나 겪는 고충인 것 같다. 상황에 일희일비하지 않고 '사회가 내게 이런 숙제를 주는구나'라며 공부하고 신중하게 행동하려고 한다"고 심경을 털어놨다.

'히트맨'은 웹툰 작가가 되고 싶어 국정원을 탈출한 전설의 암살 요원이 그리지 말아야 할 1급 기밀을 술김에 그려 버리면서 국정원과 테러리스트의 더블 타깃이 돼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코믹 액션 영화다. 권상우, 정준호, 이이경, 이지원 등이 가세했고 '내 사랑 내 곁에' 각색 및 스크립터 출신 최원섭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오는 22일 개봉한다.

조지영 기자 soulhn1220@sportschosun.com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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