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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윤발 장국영 주연의 영화 '영웅본색'이 뮤지컬로 만들어진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굉장히 궁금했다. '1980년대 홍콩 느와르 영화를 뮤지컬로 어떻게 만들까?'란 반신반의가 들었기 때문이다.
영화 속 자걸 역의 장국영이 불러 히트한 '당년정', '분향미래일자' 등 아름다운 넘버들과 원작 OST를 편곡했고, 새 곡들을 추가해 완성한 음악 역시 전체적으로 균형을 이룬다. 영상과 음악에서 세련미를 갖추니 옛날 작품의 냄새가 대번에 사라졌다.
드라마에서는 자호(유준상 임태경민우혁)가 중심을 잡는다는 것이 눈길을 끈다. 원작에서는 마크(주윤발)와 자호의 동생인 자걸(장국영)이 멋진 외모와 제스처를 앞세워 인기몰이를 했지만 뮤지컬에서는 사건의 연결고리가 되는 자호의 딜레마를 부각시켰다. 괜찮은 선택이었다고 생각된다. 자호 역을 맡은 임태경의 안정된 연기와 열창은 큰 박수를 이끈다.
오우삼 감독의 '영웅본색'은 암흑가를 배경으로 우정과 의리, 배신, 복수의 테마를 담은 작품이다. 프란시스 F. 코폴라 감독의 '대부'와 세르지오 레오네 감독의 '원스 어폰어 타임 인 아메리카'의 계보를 잇는 느와르의 걸작임은 분명하나 오래된 작품인데다 '남성용 판타지'라는 한계가 있다.
뮤지컬의 주 관객층은 젊은 여성들이다. 왕용범 이성준 콤비는 현실에 용감하게 도전했고, 고색창연한 80년대 영화를 2020년의 감성에 맞는 뮤지컬로 재탄생시켰다. 뮤지컬은 역시 콤비의 예술이다.
김형중 기자 telos21@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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