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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초점]'옥자' 보이콧→'더킹' 메가박스 상영…넷플릭스, 멀티플렉스 벽을 뚫다

이승미 기자

기사입력 2019-10-22 11:31



[스포츠조선 이승미 기자] 넷플릭스 영화, 이제 멀티플렉스에서 본다. 넷플릭스가 불가능하게만 보였던 국내 멀티플렉스의 높은 벽을 한 단계 넘었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 '더킹: 헨리 5세'가 국내 대표 멀티플렉스 영화관 중 하나인 메가박스 상영을 확정했다. '더킹: 헨리 5세'는 '콜 미 바이 유어 네임'(2017, 루카 구아다니노 감독)으로 스타덤에 오른 티모시 샬라메가 주연을 맡고 올해 부산국제영화제 갈라 프레젠테이션 섹션에 소개돼 더욱 화제를 모았던 작품. 23일 메가박스를 비롯한 예술 및 단관 영화관에서 개봉하고 이후 9일 뒤인 11월 1일 넷플릭스를 통해 공개될 예정이다.

세계적인 OTT(Over The Top·인터넷을 통해 볼 수 있는 TV 서비스) 플랫폼인 넷플릭스 영화가 국내 멀티플렉스 영화관에서 상영되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메가박스 측은 이러한 결정에 대해 "고객의 요구에 부응하기 위한 것"이라며 고객을 위한 콘텐츠 다양화를 최우선 가치로 두고 새로운 시도를 이어갈 것임을 강조했다. 이뿐만이 아니다. 메가박스 측은 올해 넷플릭스 최고 기대작으로 꼽히고 있는 로버트 드 니로, 알파치노 주연의 '아이리시맨'(마틴 스콜세지 감독), 스칼렛 요한슨, 애덤 드라이버 주연의 '결혼 이야기'(노아 바움백 감독), 앤소니 홉킨스, 조나선 프라이선 주연의 '두 교황' 역시 개봉을 긍정적으로 논의중이라고 밝혔다.
그동안 메가박스를 비롯해 CGV, 롯데시네마를 포함한 국내 3사 멀티플렉사는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 상영을 철저히 배제해 왔다. 넷플릭스와 국내 멀티플렉스사와의 갈등은 2017년 공개돼 전 세계적으로 엄청난 화제를 모은 봉준호 감독의 '옥자' 공개 당시 본격화됐다. '옥자'는 충무로를 대표하는 봉준호 감독이 메가폰을 잡고 틸다 스윈튼, 제이크 질렌할, 스티븐 연 등 최고의 할리우드 스타들이 출연하는 최고의 기대작. 이에 따라 '옥자'를 넷플릭스는 물론 극장 스크린에서 보고자 하는 관객들의 요구는 일찌감치 빗발쳤고, 넷플릭스 역시 '옥자'의 극장 개봉을 추진했다. 하지만 멀티플렉스사 측은 '극장 생태계 유지'를 명목으로 상영을 거부했다.

당시 멀티플렉스사들은 넷플릭스가 극장 개봉과 온라인 플랫폼 동시 공개를 내세우는 넷플릭스가 개봉 원칙 중 하나인 '홀드백 기간'을 어겨 극장 생태계를 혼란스럽게 한다고 주장했다. 극장 개봉 영화는 2~3주간의 상영 이후 IPTV나 OTT 플랫폼으로 부가판권이 넘어가 공개되는 '홀드백 기간'을 갖는 게 일반적인 일이다. 이에 '옥자'는 대한극장, 씨네큐브 등 단관극장 및 예술영화 전용극장, 자동차 극장 등에서만 상영됐다. 이 사태는 이후 베니스 영화제에서 최고상을 받고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감독상, 촬영상, 외국어 영화상을 받아 화제를 모았던 넷플릭스 영화 '로마'(알폰소 쿠아론 감독) 개봉 당시에도 그대로 재연됐다.
멀티플렉스는 나름의 논리를 내세워 '옥자'부터 '로마'까지 훌륭한 영화의 상영을 거부해왔지만 이를 바라보는 일반 관객과 대중의 시선은 늘 따가웠다. 홀드백 기간을 넷플릭스 영화 상영 거부 이유로 내세웠던 CGV 등 멀티플렉스사가 이미 '3주 홀드백 기간 원칙'을 파괴해왔다는 것. 멀티플렉스사들이 큰 수익을 내지 못하는 작은 예술·독립 영화를 1~2주 만에 극장에서 내려버리고 VOD 동시 개봉으로 돌리는 일이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관객들은 "최근 몇 년간 눈에 띄게 등장한 특정 멀티플렉스사의 '단독 개봉' 형태야 말로 극장 생태계를 교란시키는 것"이라며 "넷플릭스 영화 상영에만 차별은 두는 건 엄연한 갑질이자 횡포"라고 주장했다.
영화 '더 킹: 헨리 5세' 스틸
그 사이에 넷플릭스를 비롯한 OTT 플랫폼들은 계속해서 콘텐츠의 질과 양을 늘려갔다. 살아있는 영화계 거장 마틴 스콜세지 감독을 비롯해 극장에서 거부하기 힘든 거장 감독들과 배우들의 대거 영입해 극장 개봉 퀄리티를 갖춘 작품을 계속해서 제작하고 있다. 이에 멀티플렉스와 넷플릭스 양측 모두 넷플릭스 영화를 극장에서 보고자 하는 대중의 요구에 응하지 않을 수 없는 시대가 도래했다. 이에 넷플릭스와 멀티플렉스사가 함께 공생의 길을 택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메가박스의 넷플릭스 영화 상영 역시 결국 공생의 일환라 할 수 있다. 메가박스는 '넷플릭스 영화 무조건 보이콧'의 입장을 철회했고 넷플릭스도 '극장과 플랫폼 동시 공개'라는 원칙을 거두고 극장 개봉에서 플랫폼 공개까지 9일의 차이를 뒀다. CGV와 롯데시네마 측은 여전히 넷플릭스 영화 상영 계획은 없다고 밝히고 있다. 하지만 콘텐츠와 플랫폼의 급변화와 관객의 요구를 멀티플렉스사들이 언제까지 거부할 수 있지 관심이 모아진다.

이승미 기자 smlee0326@sportshc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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