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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SC현장] '버티고' 천우희가 멱살 잡고 끌고 간 또 다른 인생작(종합)

조지영 기자

기사입력 2019-10-11 16:38


11일 오후 서울 용산CGV에서 영화 '버티고' 언론시사회가 열렸다. 시사회를 마치고 기자간담회에 임하고 있는 배우 유태오, 천우희. 정재광 용산=송정헌 기자 songs@sportschosun.com/2019.10.11/

[스포츠조선 조지영 기자] 충무로 대세 배우로 떠오른 천우희의 또 다른 인생작이 탄생했다. 그야말로 천우희가 멱살 잡고 끌고 가는 고공 감성 멜로가 탄생한 것.

현기증 나는 일상, 고층빌딩 사무실에서 위태롭게 버티던 여자가 창 밖의 로프공과 마천루 꼭대기에서 마주하게 되는 아찔한 고공 감성 영화 '버티고'(전계수 감독, 영화사도로시·로렐필름 제작). 11일 오후 서울 서울 용산구 이촌동 CGV 용산아이파크몰에서 열린 '버티고' 언론·배급 시사회를 통해 공개됐다. 이날 시사회에는 비밀스러운 사내연애를 하며 현기증에 시달리고 있는 계약직 서영 역의 천우희, 회사에서 유능한 직원이자 서영의 연인 진수 역의 유태오, 건물 외벽 청소를 하는 로프공 관우 역의 정재광, 그리고 전계수 감독이 참석했다.

아찔하게 높은 고층 빌딩이라는 장소와 그 안에서 위태롭게 하루하루 버티는 인물들, 그리고 유리창 밖에서 그들을 바라보는 또 한 사람의 시선을 통해 서로 다른 세계에 대한 동경과 현시대를 살아가는 이들의 아픔을 섬세하고 감각적으로 담은 '버티고'. 도심 어디서나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는 빌딩숲, 고층 빌딩 안에서 일어나는 일상과 그 일상 속에서도 발생하는 극한 감정 속 버티는 지금의 청춘들에게 묵직한 울림과 위로를 전하는 '버티고'는 웰메이드 감성 드라마로 올해 가을 관객을 찾게 됐다.

지난 3일 개막한 제24회 부산국제영화제 한국영화의 오늘-파노라마 부문에 초청돼 첫 공개된 이후 언론 시사회를 통해 두 번째 선을 보인 '버티고'는 충무로 '대세'로 떠오른 천우희의 압도적인 감성 연기로 시선을 끈다. 일과 사랑, 현실이 위태로운 계약직 디자이너 서영으로 완벽히 변신한 천우희는 JTBC 드라마 '멜로가 체질' 속 진주와 또 다른 청춘의 자화상을 그려 감동을 자아낸다. 천우희로 시작해 천우희로 끝난, 그야말로 천우희를 위한 감성 멜로 탄생이다. 여기에 '레토'(19, 키릴 세레브렌니코프 감독)로 제71회 칸국제영화제 레드카펫을 밟은 무서운 신예 유태오, 독립영화계 스타 정재광까지 가세해 작품의 품격을 높였다.


이날 천우희는 "우연치 않게 '버티고'를 지난해 이맘 때 연기했고 올해 '멜로가 체질'에서도 이제 막 30대에 접어든 여성을 표현했다. 어렵다기 보다는 내 또래에서, 혹은 내가 지나온 세대를 빗대어 현실적으로 더 가깝게 표현하려고 노력했다. 조금 더 현실적이길 바랐다. 물론 '멜로가 체질'과 '버티고' 모두 판타지적이고 극적이지만 내가 현실에서 느낀 감정들과 느낌을 조금 더 공감할 수 있게 표현하려고 고민을 많이 했다"며 "촬영을 하면서 어려웠던 지점은 극한 감정들을 레이어를 쌓아 가다보니 현장에서 최대한 놓치지 않으려고 했다. 서영이 처한 상황과 감정을 연기하는데 놓치지 않으려고 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관계들이 줄을 하나씩 달고 있는 느낌이었다. 연인, 가족, 사회생활 등 줄이 이어져 있는데 그것들이 영화를 흘러가면서 하나씩 끊기면서 서영이라는 인물이 낙하하게 되는 느낌이었다. 그런데 아무런 관계없는, 외부인의 줄이 생기면서 살아가는 인물이다. 마치 천사가 구원해주는 느낌이었다. 내가 연기한 캐릭터는 특히 더 마음 속 내진을 일으키는 캐릭터다. 아주 큰 수족관에 갇힌 돌고래 같은 느낌이었다. 혼자만 고립됐고 불안한 느낌을 가지고 있었다. 그것들을 어떻게하면 영화적으로, 또 감각적인 설정을 맞춰 구현할 수 있을지 준비하고 해석하려고 했다"고 캐릭터를 분석했다.

올해 다양한 작품으로 팬들을 찾은 천우희는 "'우상'(이수진 감독)부터 '메기'(19, 이옥섭 감독) '멜로가 체질' 등 많이 보여주고 있다. 지난해 연기적인 의욕이 많이 떨어져 있던 시기였다. 그럼에도 그 외적인 것들로 힘을 얻으려고 노력했다. 그런 시도가 올해 결실을 맺은 것 같다. 아주 미약했지만 나의 여러가지 시도들이 나쁘지 않았던 것 같다. 앞으로도 연기뿐만이 아니라 나의 역량이 보일 수 있는 곳이라면 적극적으로 임할 생각이다"고 덧붙였다.


유태오는 "내게 '버티고'는 성장이자 재미였다. 1995년에서 2005년 사이에 한국영화를 정말 좋아했다. '접속'(97, 장윤현 감독) '편지'(97, 이정국 감독) '8월의 크리스마스'(98, 허진호 감독)였다. 우리나라의 정서가 담긴 멜로를 정말 좋아했다. 우연히 현재는 액션이 가미된 역할을 많이 맡고 있는데 지금 돌이켜보면 '버티고'를 통해 많이 성장한 것 같다. 내가 좋아했던 감수성을 보여준 것 같아 만족스럽다. 아주 정통 멜로는 아니지만 장르는 멜로라 자부심을 느낀다. 또 재미있는 이유는 과거 전계수 감독의 전작 '러브픽션'에서 단역으로 나왔는데 '버티고'에서는 주연으로 나오지 않나? 내 커리어가 많이 성장한 것 같아 재미있다"고 재치있게 답했다.



정재광은 "내가 연기한 캐릭터는 삶의 의지가 들어간 천사라고 생각했다. 그런 지점을 보여줄 수 있는 레퍼런스를 감독 및 배우 선배들에게 많이 조언을 받아 연기하려고 했다"고 밝혔다.

이어 '버티고'에서 로프공 연기를 위해 소방대원 인명 자격증을 딴 그는 "소방대원들이 고층 빌딩에서 인명 구조 하는 훈련을 2주간 받았다. 소방 대원들이 하는 걸 보니 허투루 배우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걸 배우는 과정 자체가 인물에 빠져드는 포인트가 돼 여러모로 도움이 된 것 같았다"며 "창밖에서 호기심을 불러일으키는 캐릭터라는 것만으로 매력이 있던 캐릭터 같다"고 말했다.


전계수 감독은 "이 영화를 통해 여성성과 남성성의 대립을 그리려고 한 것은 아니다. 현대인들의 지치고 힘든 모습에 관심이 있었다. 현대 문명의 꽃이라고 볼 수 있는 고층 공간이 가장 중요했고 그 안에서 유영하는 물고기 같은 삶을 표현하는 캐릭터가 필요했다. 고층 건물은 굉장히 남성적인 수직적인 프레임이지 않나? 외부와 단단하게 분리된 그 안에 회사의 질서도 굉장히 가부장적이다. 그 안에서 정직원도 아닌 계약직인 아슬아슬한 신분에서 살아가는 여성이 가진 답답함이 대비를 이룰 때 극적으로 드러나지 않을까 싶었다. 물론 여성이 주체적인 작품도 많이 나오고 있지만 아직 세상은 불평등한 사회인 것 같다. 시원하게 카타르시스를 느끼는 것도 중요하지만 현실적인 부분도 들여다 보는 것도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연출 의도를 전했다.

그는 "우리 영화는 와이드 샷이 없다. 클로즈업 앵글이 많이 담겨있다. 그런 지점은 서영이 가진 격렬한 흔들림을 표현하고 싶어서였다. 온전히 천우희의 파워라고 생각한다. 클로즈업 기법은 굉장히 잘 써야 한다. 일단 얼굴이 굉장히 작아야 하는데 천우희였기 때문에 가능했던 클로즈업이었다. 악조건 속에서도 천우희 덕분에 잘 소화할 수 있었다"고 남다른 애정을 전했다.

'버티고'는 천우희, 유태오, 정재광 등이 가세했고 '러브픽션' '삼거리 극장'의 전계수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오는 17일 개봉한다.

조지영 기자 soulhn1220@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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