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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미디 영화 '판소리 복서'(정혁기 감독, 폴룩스 바른손 제작)에서 한때는 복싱 챔피언이었지만 지금은 체육관의 허드렛일을 도맡으며 근근이 살아가는 병구를 연기한 배우 엄태구(36). 그가 2일 오전 서울 종로구 삼청동에서 스포츠조선과 만나 '판소리 복서'에 대한 비하인드 에피소드와 근황을 전했다.
이런 신개념 코믹 복싱 영화 '판소리 복서'는 매 작품 강렬한 연기를 보여주며 충무로에 존재감을 드러낸 엄태구와, 연기와 예능을 모두 사로잡은 연기돌 이혜리, 국보급 신스틸러 김희원이 뭉쳐 날것의 신선한 조합을 완성했다. 특히 '잉투기'(13, 엄태화 감독) '차이나타운'(15, 한준희 감독) '밀정'(16, 김지운 감독) '택시운전사'(17, 장훈 감독) '안시성'(17, 김광식 감독) 등 선 굵은 캐릭터를 맡으며 관객에게 눈도장을 찍은 엄태구는 '판소리 복서'에서 어수룩하고 엉뚱하지만 복싱만큼은 누구보다 애착이 크고 사랑하는 캐릭터를 연기해 반전 매력을 선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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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 "완성본을 못 본 채 최근 '판소리 복서' 시사회를 하게 됐는데, 때 다행히 곳곳에서 웃는 소리가 들리고 특히 김희원 선배가 시사회에서 영화를 볼 때 박수 치면서 웃으시더라. '다행이다' 싶었다. 개인적으로 처음 시나리오를 받았을 때 코미디 영화지만 무겁다고 느꼈다. 내게 '판소리 복서'는 슬픈 영화고 휴먼 드라마가 더 강할 거로 생각했다. 현실적이지 않아서 슬펐고 그런 부분이 좋기도 했다. 그런데 의외의 웃음도 있어 다행인 것 같다"고 조심스레 자신감을 드러냈다.
기존의 악역 이미지와 180도 다른 캐릭터를 도전한 것에 대해 엄태구는 "악역 이미지를 바꾸기 위해 이번 작품을 선택한 것도, 그런 부분을 노린 것도 아니다. 그동안 '밀정' 찍고 나서도 단편을 통해 어리숙한 캐릭터를 많이 도전했다. 매 작품이 내겐 하나의 도전이었다. 이번에도 도전이었고 지금 찍고 있는 작품도 도전이다"며 "캐릭터들 속에 여러 내 실제 모습이 있는 것 같다. 일할 때 나오는 모습과 친구들과 있을 때 모습, 가족들과 있을 때 모습 등 조금씩 다 다른 나를 캐릭터에 투영하는 것 같다. 캐릭터를 연기하는 것은 어떻게 보면 내 안의 여러 가지 것들을 끄집어내는 작업이다. 조금 더 보고 끄집어내려고 하는데 결국은 다 나의 일부가 된다. 솔직히 현장과 연기는 항상 불편하다. 물론 악역을 연기했을 때는 화난 감정을 끌어 올려서 연기해 힘든데, 선역은 그렇지 않아도 되는 부분이 있어서 더 편한 부분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선과 악을 떠나 '판소리 복서'를 가장 캐릭터 적으로 접근했던 대목은 병구가 가진 병이었다. 펀치드렁크라는 병에 대해 쉽게 접근한다기 보다는 진중하게 접근하려고 했다. 실제로 펀치드렁크를 앓는 사람들은 점점 말투가 어눌하게 된다고 하더라. 평소에도 말투가 살짝 어눌하지만 실제 내 말투보다 좀 더 어눌하게 표현하려고 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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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태구는 복서로서는 가장 위험한 펀치드렁크(뇌세포손상증)를 앓게 된 인물이지만 미완의 꿈이었던 '판소리 복싱'을 위해 노력하는 주인공 병구를 입체적으로 표현했다. 그는 캐릭터의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촬영 기간을 포함해 무려 6개월간 복싱을 연습했고 연습 당시 실제 복싱 선수들의 동계훈련 강도와 같은 훈련을 소화하는 등 남다른 열정을 보였다. 또한 생애 첫 코믹 연기에 도전, 기존의 카리스마 넘치는 강렬한 이미지를 완벽히 뒤집는 데 성공했다. 여기에 병구의 든든한 지원군이 돼 세계 최초 유일무이한 판소리 복싱을 함께 이뤄가는 신입 관원 민지 역을 소화한 혜리와 풋풋하고 사랑스러운 로맨스 연기를 선사, 남다른 케미스트리를 과시했다.
엄태구는 "친형인 엄태화 감독과 함께한 작품 '잉투기'(13) 때 퀵복싱을 조금 배웠고 이번 작품은 복싱을 배우게 됐다. 촬영 전부터 2~3달씩 매일 복싱을 연습했고 촬영이 이어질 때도 계속 복싱을 연습했다. 실제 복싱 선수들이 봤을 때 캐릭터가 이질감 느끼지 않도록 보이고 싶어 작정하고 미친 듯이 복싱 연습에 매달렸다. 복싱을 하다 보니 체중도 저절로 감량됐다. 몸무게를 따로 재보지 않았지만 그때 거의 살이 빠져 뼈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그는"일단 복싱 기본자세를 열심히 배우고 장단을 들으면서 안무를 짰다. 복싱 코치가 일대일로 동작을 가르쳐줬다. 동작들이 실전에도 쓸 수 있는지에 대해 많이 연구했는데 시합에서도 실제로 판소리 복싱 동작을 할 수 있다고 하더라. 예로 외국 권투 선수 중에는 힙합 느낌으로 시합을 하는 분이 있다고 하더라"며 "영화 초반 오프닝에서 병구가 바닷가에서 판소리 복싱을 하는데 그 동작을 정말 열심히 짰다. 그리고 마지막 엔딩에서 나오는 판소리 복싱 동작은 막무가내였다. 우리나라 고유의 흥을 담아 몸 가는 대로 마음 가는 대로했다. 힘든 점도 있었다. 복싱을 하다 보니 여기저기 다 쑤셨다. 복싱하면 어쩔 수 없이 따라오는 후유증 같은 것 같다. 작품이 끝난 뒤에도 계속 복싱을 하고 싶었는데 여기저기 몸이 쑤셔 못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병구에 더욱 감정을 이입했던 부분은 병구에게 복싱이 있다면 내겐 배우로는 연기라는 지점이다. 복싱하면서 느꼈는데 매일매일 운동한다는 게 쉽지 않더라. 선수들이 대단하다고 느꼈고 적어도 이 작품을 하면서 나도 선수들이 훈련하는 것처럼 매일 훈련해야 할 것 같았다. 선수들이 링에 올라가는 심정이 내가 현장에 가는 심정과 비슷한 것 같다. 늘 떨리고 어떤 일이 벌어질지 모르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 있다. 링에 오르는 선수들의 기분을 정확히 모르겠지만 이런 나와 비슷하지 않을까 싶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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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 "영화 속에서 병구와 민지의 모습이 귀여웠다. 혜리 씨의 밝은 에너지가 현장에서도 너무 좋았다. 그 영향을 나도 받고 실제 내 캐릭터도 받은 것 같다. 혜리 씨와 처음 호흡을 맞춘다고 했을 때 재미있을 것 같았다. 실제로 혜리의 모습이 내가 보던 것과 같더라. 병구와 민지가 만나면 재미있을 것 같았다. 모든 게 혜리 덕분인 것 같다. 사실 실제 연애한 지 너무 오래돼 멜로 감정을 다 잊어버렸다. 연애라는 말 자체가 너무 쑥스럽다"며 "어떻게 하다 보니 멜로가 들어간 작품을 연달아 하게 되는 것 같다. 작품에 들어가기 전에는 멜로 연기를 걱정하기도 했다. '안시성'부터 '판소리 복서'까지 잘할 수 있을지 고민하기도 했다. 그렇지만 단편을 통해 경험했던 연기가 많이 도움이 됐던 것 같다. '못 할 것 같다'라기 보다는 '일단 해보자'라는 마음을 먹으며 연기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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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지영 기자 soulhn1220@sportschosun.com 사진=CGV아트하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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