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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질경찰'은 '열혈남아'(06)로 데뷔, 두 번째 연출작인 '아저씨'(10)로 628만 관객을 동원하며 범죄 액션 영화의 신드롬을 일으킨 이정범 감독의 신작이다. 그동안 '열혈남아' '아저씨' '우는 남자'를 통해서는 용서받을 수 없는 인생을 살던 이가 누군가를 만나 변화하는 과정을 그렸다면 이번 '악질경찰'에서는 이기적으로 살아왔던 자신에 대한 참회의 메시지를 다뤘다는 점에서 전작과 차이를 뒀다.
무엇보다 악질 경찰 조필호(이선균)가 자신을 돌아보게 하는 누군가를 만나 변해가는 모습을 다룬 '악질 경찰'은 그동안 많은 범죄 장르에서 다뤘던 비리경찰 혹은 현실에 타협하는 경찰과는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악질 캐릭터로 보는 이들의 시선을 단번에 사로잡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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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업영화, 그것도 범죄물이라는 장르영화에서 '굳이 세월호를 다뤘어야 했나?'라는 논쟁에 대해서도 이정범 감독은 담담했다. 그는 "'악질경찰'은 '굳이 세월호를 다뤘어야 했나?'라는 논점이 있다. '세월호로 이슈화시키려는 게 아니냐?'라는 평도 있었다. 혹여 내가 세월호를 이용했다면 난 인간 쓰레기일 것이다. 이제 나이 50세를 앞두고 딸을 키우고 있는 가장이기도 한데 그런 생각을 한다면 인간 말종이지 않을까? 내가 감히 이야기를 하자면 '악질경찰'은 살아남은 아이들에 대한 위로를 하고 싶었다고 말할 수 있다. 살아남은 아이들이 어떤 트라우마를 가지고 살아가는지 취재하면서 알게 됐다. 사실 그 아이들이 교복을 입고 있을 때 영화를 만들어 보여주고 싶었다. 이미 성인이 돼버렸다. 어떤 어른 한 명이 나서서 미안하다고 말해주고 싶은게 이 이야기를 선택했던 지점인데 '악질경찰'을 통해 조금이라도 그걸 느껴준다면 소임을 다 한 것 같다. 그런 의미에서 '굳이 세월호가 되지 않아도 됐지 않을까?'라는 물음이 어떻게보면 맞는 말이기도 하다. 그렇지만 나는 이걸 드러내 공론화 되길 바랐고 기억되길 바랐다"고 소신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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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4월 16일 인천에서 제주로 향하던 여객선 세월호가 진도 인근 해상에서 침몰했다. 승객 304명이 사망한 대형 참사. 사망자 대부분은 안산 단원고등학교 학생들과 선생님이었다. 국민에게는 5년이 지난 지금도 큰 트라우마를 안긴 충격적이고 비극적인 참사다. 이정범 감독은 스크린을 통해 다시 한번 세월호 참사를 이야기 했다. 시사회가 끝난 뒤 불편하게 보는 관객도 상당했다.
이정범 감독은 "불편하게 보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그것 또한 인정한다. 시기상조라는 말도 하는데 나는 시기상조라는 말의 의미를 잘 모르겠다. 300여명의 사람들이 사라졌다. 그들의 부모까지 따지면 1000여명의 사람이 상처를 받았다. 아직 시작도 못했다고 생각한다. 유가족의 상실감은 말할 것도 없다. 내가 잘못된 이야기를 한다고 해도 공론화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또 그게 유가족들의 의견이다. 그들은 세월호에 대해 아직 진행이 안됐다"고 힘을 실었다.
유가족의 반응에 대해 이정범 감독은 "그들이 이 영화에 응원을 해준 이유는 '어떤 미화도 되지 않고 폭력적인 부분을 까발려준 것 같아 좋다'고 하더라. 물론 전체 의견은 아니겠지만 대부분의 이 야기는 '노골적으로 까지 않고 섣부르게 용서하지 않아서 좋다'고 하더라. 내게 용기있다는 말을 해줬다. 나 역시 사람이라 두려운 부분이 있다. 그저 이 영화는 시작할 때부터 끝날 때까지 최대한 훼손되지 않게 해달라고 기도했다"며 "세월호를 상업적으로 사용했다는 비난이 있을 거라고 예상은 하지만 영화를 만든 나는 절대 그렇지 않다. 잊혀지고 있는 세월호에 대해 공론화가 돼 기억이 된다면 그걸로 감사할 것 같다"고 당부했다.
'악질경찰'을 준비할 당시 캐스팅에 대한 어려움도 밝혔다. 이정범 감독은 "캐스팅 당시 어떤 배우는 미나와 관련된 세월호 설정을 고쳐달라고 하기도 했다. 함께 작품을 하고 싶었던 배우였고 배우 또한 우리 이야기에 관심을 가졌지만 세월호 소재를 부담스러워했다. 정작 나는 세월호라는 아픔이 있는 미나가 왜 상처받았고 어디에 절망을 빠졌는지에 대해 알아주길 바랐는데 그걸 느끼지 못한 배우들도 많더라"며 "이 영화를 준비하면서 캐스팅이 제일 힘들었다. 그 중에 어떤 배우는 아직도 안 본다. 서운하더라"고 머쓱하게 웃었다.
그는 "그럼에도 시나리오에 표현된 진심을 보고 바로 캐치한 배우들도 있었다. 그 중 이선균은 워낙 나를 잘 알기도 했었고 일단 이선균이 내게 했던 이야기가 가장 인상적이었다. '세월호 이야기인데 세월호 이야기가 아니다'라고 했다. 내가 누군가 사과하는 것 같다는 인상을 받았다고 하더라"고 신뢰를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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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2015년 시나리오를 제일 처음 보여준 게 나의 아내다. '여보, 시나리오 보고 나서 이 영화를 찍게 되면 이후에 영화를 못 찍게 될 수도 있어. 학교 강의를 하고 있는데 그것도 못하게 될 수 있어'라고 말했다. 아내가 '무슨 말인지 알겠는데 하고 싶은 이야기는 해야지'라고 하더라. 이후 제작사는 '이 영화 하면 세무 조사 들어올 수도 있다'고 했는데 제작사 대표 또한 영화 했으면 좋겠다고 했다. '악질경찰'은 그런 마음이 담긴 영화다. 내가 위로나 위안이라는 단어를 쓰는 것도 어불성설이다. 다만 잊지 않고 있는 사람도 있다는 걸 말하고 싶었다. '악질경찰'은 순수하게 국내 스태프만 300여명이다. 영화 끝나고 엔딩 타이틀이 올라갈 때 유가족이 이 300여명만이라도 잊지 않고 있는 사람들이 있다고 마음이 전달됐으면 좋겠다"고 진심을 전했다.
이정범 감독은 "나는 상업영화로 흥행도 망해도 봤다. 그나마 충무로에서는 공신력으로 이야기가 되는 사람이기 때문에 부담감도 있지만 그런걸 노려 세월호 소재를 다룬 것도 있다. 그동안 세월호는 독립영화나 저예산 영화로 만들어져 조명을 많이 못 받았지 않나? 비록 나한테 비난은 쏟아져도 많은 사람들이 보지 않을까? 그렇게 됐으면 좋겠고 그렇게 느꼈으면 좋겠다. 물론 두려움도 있다"고 고백했다.
한편, '악질경찰'은 이선균, 전소니, 박해준, 송영창, 박병은, 김민재, 남문철, 정가람 등이 가세했고 '우는 남자' '아저씨'의 이정범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오는 21일 개봉한다.
soulhn1220@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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