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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조지영 기자] 이수진(42) 감독이 "현장에서 집요했던 나, 왜 그랬나 싶다"고 말했다.
특히 '우상'은 충무로의 연기 신(神)이라 손꼽히는 한석규와 설경구, 그리고 '한공주'로 제35회 청룡영화상 여우주연상을 수상한 천우희가 가세해 황금 캐스팅을 완성, 3월 기대작으로 스포트라이트를 한몸에 받았다.
우상을 좇는 사람과 자신이 그토록 바라던 것이 허상이었다는 것을 깨닫는 사람, 우상이라는 것조차 갖지 못한 이들의 이야기를 다룬 '우상'. 세상을 바라보는 집요하고 날카로운 이수진 감독의 시선은 '한공주'에 이어 '우상'에도 관통, 전작보다 더 묵직하고 짙은 메시지로 보는 이들에게 강렬한 여운을 남긴다.
특히 이수진 감독은 예상보다 길어진 촬영 기간에 대해 "길어질 것이라고 예상은 했다. 다만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좀 더 길어진 부분이 있다. 날씨과 계절을 관통하는 영화였는데 날씨의 도움을 많이 못 받은 영화라 자연스럽게 촬영 기간이 연장됐다. 나도 힘들었지만 스태프와 배우들이 많이 힘들었다고 들었다. 촬영 기간이 연장이 되면서 오는 배우들의 스케줄의 꼬임이 많이 힘들었던 것 같다.
앞서 설경구는 인터뷰에서 이수진 감독의 집요함에 대해 "이수진 감독은 근래에 보기 드문 집요함을 가진 감독이다. 정말 집요하다. 요즘에는 촬영할 수 있는 시간이 한정돼 있어서 쉽지 않았는데 그래도 집요했다. 솔직하게 한 번 이수진 감독에게 들이받으려고 한 적도 있다. 촬영을 끝낸 뒤 술 한 잔 마시면서 이야기를 나누다가 이수진 감독과 서로 들이받으려고 했는데 한석규 선배가 '경구야 하지 마라'라고 말려 진짜 들이받지는 않았다"며 "'우상'에서 내 첫 촬영은 아들의 사망 소식을 듣고 정신없이 차를 몰고 병원으로 가는 뒷모습을 찍은 롱테이크 장면이었다. 그 장면만 23번을 넘게 찍은 것 같다. 새벽부터 찍었는데 그때 '아, 이런 감독이구나' 싶었다. 집요한 감독 중에는 이창동 감독도 있는데 이수진 감독과 다른 집요함이 있었다. 물론 이수진 감독과 또 작업을 하고 싶다. 좀 더 합리적인 방법으로 서로의 리듬으로 호흡을 맞추면서 다시 한번 작업하고 싶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이와 관련해 이수진 감독은 "나도 내가 왜 그런지 모르겠다. 감독이라는 위치는 특유의 권한이 딱 하나 있는 것 같다. 현장에서 '오케이'라는 사인을 주는 것이다. 물론 그거에 대한 책임과 권한이 있다. 그걸 준비하고 그 과정에서 배우와 스태프가 이해 못하는 상황에서 계속 발생하는 경우가 있다. 그 집요함이라는 게 지금 돌이켜 보면 '왜그랬지?' 싶다. 당시엔 그래야 한다는 확신과 믿음이 있었던 것 같다. 찾아내야 한다는 것과 인물의 감정 등을 고려한 집요함이 있다. 배우나 스태프를 일부러 힘들게 하려는 것은 아니다. 그런 마음은 1도 없는데 집요하게 집착해야하는 지점에서는 그렇게 했던 것 같다"고 해명했다.
그는 "설경구와 그때도 돈독했고 지금도 돈독하다. 아마 설경구가 우스갯 소리로 말한 것 같다. 설경구는 지금 이렇게 농담식으로 말하지만 현장에서는 그 누구보다 열심히 했다. 유중식이라는 캐릭터가 항상 감정이 올라와 있어야 했다. 예민해야 할 부분이 있었는데 티도 안내고 성실하게 열심히 해왔다. 특히 다리를 저는 장면이 있는데 신발에 병뚜껑을 넣어놓을 정도로 몰입하려고 했더라. 혹시 자신이 연기하다 다리를 저는 걸 잃어 버리게 되면 안돼니까 병뚜껑을 넣고 다녔다고 뒤늦게 들었다. 또 심하게 절어야 할때는 쇠로 된 병뚜껑을, 점점 나아진 모습을 보여줄 때는 플라스틱 병뚜껑을 넣고 연기를 했다고 하더라"고 덧붙였다.
한편, 제69회 베를린국제영화제 파노라마 섹션에 공식 초청된 '우상'은 한석규, 설경구, 천우희 등이 가세했고 '한공주'의 이수진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오는 20일 개봉한다.
soulhn1220@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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