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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백지은 기자] '빚투' 부작용, 이대로 괜찮을까.
연일 스타들의 부모가 빌린 돈을 갚지 않았다는 '빚투'(연예인 부모의 사기 의혹이 연달아 불거지는 현상을 지난 상반기 일었던 '미투'운동에 빗대 일컫는 신조어) 폭로가 이어지고 있다. 19일 래퍼 마이크로닷의 부모가 친척 및 지인들을 상대로 수십억 원 규모의 사기 행각을 벌인 뒤 잠적했다는 폭로가 나오며 '빚투'는 시작됐다. 이후 래퍼 도끼는 그의 모친이 1000만 원을 갚지 않았다는 주장에 발끈해 '1000만 원은 한달 밥값'이라는 궤변을 늘어놓다 뭇매를 맞고 결국 채무를 대신 변제했다. 여기까지는 정상적인 흐름이었다. 빌린 돈을 갚지 않고 방송에서 자신들이 쌓은 부를 자랑하는 이들에게 채무 변제를 요구하는 것은 너무나 상식적인 일이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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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채무자인 비의 모친은 이미 비가 데뷔하기 전 세상을 떠났다. 그의 모친이 지독한 경제고로 치료비를 마련하기 어려워 투병 중 인슐린 등 치료를 제대로 받지 못했다는 사실은 알만한 사람들은 다 아는 일화다. 그런 상황에서 학생이었던 비가 모친의 채무 관계를 모두 파악할 수는 없었을 터. 그러니 돈을 갚기 전 채무 관계 사실 여부를 확인하는 건 너무나 당연한 일이다. 그러나 A씨 측은 증거 제시를 거부했고, 협상은 결렬됐다. 그보다 더 큰 문제는 한 개인에게 상처였을 어려운 가정사가 그대로 공개돼 고인의 명예까지 실추됐다는 것. 비 측은 결국 "사실로 밝혀진 채무는 아들로서 도의적인 책임을 지고 갚겠다. 그러나 A씨의 발언으로 비는 물론 그 부모님의 명예까지 심각하게 훼손된 바 모든 민형사상의 법적절차를 밟아 명예를 회복할 것"이라고 강경한 입장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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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예련 또한 28일 '빚투' 폭로 주인공이 됐다. 한 네티즌은 차예련의 부친이 딸의 유명세를 이용해 부모 소유 토지를 10억 원에 매입하기로 하고 계약금의 일부만 준 뒤 땅을 담보로 벼를 사들여 쌀을 팔아 7억 5000만 원의 이익을 챙겼다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 차예련 소속사 HB엔터테인먼트는 "차예련이 19세 때 부모님이 이혼하셨고 이후 15년 간 아버지를 보지 못한 채 지냈다. 출연료는 써보지도 못한 채 10년 간 빚 갚는 데 썼다. 책임감을 느껴 빚을 내 갚기도 했다. 변제 금액은 10억 원 정도였다"라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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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후자는 다르다. 이들은 여러 이유로 채무 당사자인 부모와 연이 끊어져 채무 관계를 알지 못하고 있었다. 심지어는 채무 관계 실존 여부도 정확하지 않은 경우도 있다. 그런 상황에서 '부모가 빚을 졌으니 갚아라'는 식의 폭로전이 이어지며 생각지도 못한 이미지 실추 문제를 겪게 됐다. 그보다 더욱 큰 문제는 그 과정에서 아주 개인적인 가정사까지 모두 대중에 공개됐다는 것이다. 굳이 밝히고 싶지 않았을 가슴 아픈 이야기를 제 입으로 털어놓아야 하는 상황에서 정신적인 피해를 입게된 것.
물론 빌린 돈은 갚아야 한다. 호의는 외면이 아닌, 예의로 갚는 게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자식이 유명해졌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여러 이유로 연이 끊어진 부모의 채무까지 짊어지라는 것은 지나친 연좌제가 아닐까. 이들이 받을 정신적 데미지는 누가 책임질까. 비 차예련 휘인 등으로 이어진 2차 빚투 부작용이 안타까운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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