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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이승미 기자]할리우드 영화 감독이자 TV 시리즈의 연출자이기도 한 존 힐코트(58) 감독이 넷플릭스 영화 산업의 미래에 대한 생각을 전했다.
2017년 12월 공개된 시즌4 세 번째 에피소드인 '악어'는 단연 돋보이는 작품이다. 영화 '더 로드'(2009), '로우리스: 나쁜 영웅들'(2012), '트리플9'(2016)을 연출한 존 힐코트 감독이 메가폰을 잡은 '악어'는 성공적인 삶을 살고 있는 미아(안드레아 라이즈버러)가 기억을 엿보는 기계 '리콜러'를 가지고 자신을 찾은 보험 조사원 샤치아(키란 소냐 사와)에게 자신의 어두운 비밀을 숨기기 위해 잘못된 선택을 하게 되는 이야기를 그린다. 지나친 욕망과 잘못된 선택이 낳은 처절한 결과를 보여주며 씁쓸하지만 결코 외면할 수 없는 묵직한 메시지를 전달한다.
서울 드라마 어워즈 참석차 한국을 찾은 존 힐코트 감독은 스포츠조선과 만나 '악어' 촬영 당시 비한인드 스토리에 대해 이야기 했다. 존 힐코트 감독은 '스릴러 작품의 주인공은 남자 배우여야 한다'는 고루한 편견에서 벗어나 스릴러인 '악어'의 투톱 주인공을 모두 여성 배우로 내세웠다. 존 힐코트 감독은 대본을 바꾸면서까지 여성 주인공을 고집했던 이유를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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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악어'는 투톱 여주인공 중 한명을 백인이 아닌, 유색인종. 그것도 '무슬림' 여성을 내세워 더욱 눈길을 끌었다. 앞서 할리우드의 많은 영화와 드라마가 '무슬림' 캐릭터를 부정적으로 그리거나 무슬림이라는 특징을 기능적으로 사용하기 위해 등장시켰던 것과 달리 '악어'에서 보험 조사원 샤치아는 자신의 일을 프로페셔널하게 임하는 인물로 그려졌다.
"부모님 덕분에 어렸을 때부터 세계 많은 곳을 돌아다니면 많은 나라에서 살았고 다양한 문화와 교류했고 다른 문화를 받아들이는 데 전혀 편견이 없다. 특히 이번 작품에서 무슬림 여성을 투톱 여주인공 중 한명으로 택할 수 있었던 데에는 총괄 제작자 찰리 브루커의 도움도 컸다. 그의 아내도 무슬림이기 때문에 찰리 브루커도 굉장히 열린 시각을 가지고 잇었다. 지금까지 많은 작품에서 무슬림은 굉장히 부정적인 스테레오 타입으로 그려지지 않았다. 하지만 우리 작품에서는 그러고 싶지 않았다. 그냥 하나의 인물 중 하나로 그리고 싶었고 또한 그럼으로 인해서 긍정적인 롤모델로 자리잡길 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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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으로 존 힐코트 감독은 영화 산업과 넷플릭스 컨텐츠는 적대적인 관계가 아닌 상호 보완적인 관계로 받아들여야 한다고 설명했다. 칸 영화제가 넷플릭스 영화 '옥자'(2017, 봉준호 감독)이 상영 논란에 휩싸인 이후 '넷플릭스 영화는 칸 영화제에서 상영할 수 없다'는 방침을 발표한 바 있다. 이렇든 몇몇 영화인들은 영화관이 아닌 인터넷 혹은 모바일 플랫폼을 통해 스트리밍 되는 넷플릭스 영화를 영화로 인정하지 않고 있는 상황. 존 힐코트 감독은 중요한 건 '균형과 융화'라고 강조했다.
"음악 산업을 생각해 보자. 사실 이러한 과정은 음악 산업에서 이미 한차례 다 겪은 과정이다. 기술의 발전에 따라 자연스럽게 오게 되는 과정이다. 영화 사업도 통과의례적 성장을 겪고 있다고 생각한다. 영화가 가진 전통적 가치와 기술의 발전에 따른 넷플릭스 같은 컨텐츠의 등장, 이 모든 것들이 자연스럽게 융화 돼야 한다. 이 두 가지가 양자택일의 구도에 서질 않길 바란다. 균형을 맞춰가야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최근 넷플릭스가 영화 산업에도 많이 참여하고 기여한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다시 말해 넷플릭스와 영화 산업이 별개의 것이 아닌 함께 성장하는 것이라는 뜻이다."
smlee0326@sportschosun.com, 사진 제공=넷플릭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