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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②]'블랙미러' 존 힐코트 감독 "넷플릭스와 영화, 경쟁 아닌 공동성장 필요"

이승미 기자

기사입력 2018-09-04 15:25


넷플릭스

[스포츠조선 이승미 기자]할리우드 영화 감독이자 TV 시리즈의 연출자이기도 한 존 힐코트(58) 감독이 넷플릭스 영화 산업의 미래에 대한 생각을 전했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블랙미러' 시즌4의 세 번째 에피소드 '악어'가 지난 3일 진행된 제13회 서울 드라마 어워즈에서 단편 부문 우수상을 수상했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가 서울 드라마 어워즈에 작품을 출품한 건 이번이 처음. 처음이 그대로 수상으로 이뤄지며 앞으로 넷플릭스 드라마 시리즈의 활약에 더욱 기대가 모아지고 있다.

지난 2011년 영국 방송 '채널4'에서 시작한 SF 옴니버스 드라마로 시작해 시즌3부터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로 제작된 '블랙미러'는 가까운 미래의 첨단 기술이 인간의 욕망을 실현해주면서 벌어지는 특별한 상황을 영국 특유의 어두운 상상력으로 풀어낸 작품. 독특한 상상력과 사실적이면서도 섬뜩한 디스토피아적 세계관의 완벽한 구축으로 엄청난 마니아를 이끌고 있다.

2017년 12월 공개된 시즌4 세 번째 에피소드인 '악어'는 단연 돋보이는 작품이다. 영화 '더 로드'(2009), '로우리스: 나쁜 영웅들'(2012), '트리플9'(2016)을 연출한 존 힐코트 감독이 메가폰을 잡은 '악어'는 성공적인 삶을 살고 있는 미아(안드레아 라이즈버러)가 기억을 엿보는 기계 '리콜러'를 가지고 자신을 찾은 보험 조사원 샤치아(키란 소냐 사와)에게 자신의 어두운 비밀을 숨기기 위해 잘못된 선택을 하게 되는 이야기를 그린다. 지나친 욕망과 잘못된 선택이 낳은 처절한 결과를 보여주며 씁쓸하지만 결코 외면할 수 없는 묵직한 메시지를 전달한다.

서울 드라마 어워즈 참석차 한국을 찾은 존 힐코트 감독은 스포츠조선과 만나 '악어' 촬영 당시 비한인드 스토리에 대해 이야기 했다. 존 힐코트 감독은 '스릴러 작품의 주인공은 남자 배우여야 한다'는 고루한 편견에서 벗어나 스릴러인 '악어'의 투톱 주인공을 모두 여성 배우로 내세웠다. 존 힐코트 감독은 대본을 바꾸면서까지 여성 주인공을 고집했던 이유를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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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 대본에서는 주인공이 남자였다. 그런데 안드레아(미아役)가 합류하면서 그녀를 주인공으로 하고 싶었고 결국 주인공을 여성으로 바꾸게 됐다. 여성이 주인공인 것이 스토리를 더욱 재미있게 만들고 뻔하지 않을거라 생각했다. 그리고 그동안 숱하게 쏟아졌던 '알파 남성'의 캐릭터에 지쳐있기도 했다.

우리에겐 새로운 여성 캐릭터가 필요했고 또 이러한 여성 캐릭터와 작업하는 게 훨씬 재미있었다. 사실 많은 작품에서 여성 캐릭터들은 전형적인 스트레오 타입으로 들어간 경우가 많았다. 여성 캐릭터가 등장하면 그 캐릭터가 '여성'이라는 점을 강조한다. 하지만 사실 전혀 그럴 필요가 없다. '여성'이 아닌 하나의 캐릭터 하나의 인간으로 캐릭터를 구축해야 한다. 그냥 그 캐릭터가 여성이었던 것 일뿐 여성성을 강조할 필요는 없다. 이번 작품 '악어'에서도 그런 부분을 강조하고 싶었다."

또한 '악어'는 투톱 여주인공 중 한명을 백인이 아닌, 유색인종. 그것도 '무슬림' 여성을 내세워 더욱 눈길을 끌었다. 앞서 할리우드의 많은 영화와 드라마가 '무슬림' 캐릭터를 부정적으로 그리거나 무슬림이라는 특징을 기능적으로 사용하기 위해 등장시켰던 것과 달리 '악어'에서 보험 조사원 샤치아는 자신의 일을 프로페셔널하게 임하는 인물로 그려졌다.

"부모님 덕분에 어렸을 때부터 세계 많은 곳을 돌아다니면 많은 나라에서 살았고 다양한 문화와 교류했고 다른 문화를 받아들이는 데 전혀 편견이 없다. 특히 이번 작품에서 무슬림 여성을 투톱 여주인공 중 한명으로 택할 수 있었던 데에는 총괄 제작자 찰리 브루커의 도움도 컸다. 그의 아내도 무슬림이기 때문에 찰리 브루커도 굉장히 열린 시각을 가지고 잇었다. 지금까지 많은 작품에서 무슬림은 굉장히 부정적인 스테레오 타입으로 그려지지 않았다. 하지만 우리 작품에서는 그러고 싶지 않았다. 그냥 하나의 인물 중 하나로 그리고 싶었고 또한 그럼으로 인해서 긍정적인 롤모델로 자리잡길 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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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면서 존 힐코트 감독은 "'블랙미러' 시리즈가 특별한 이유 중 또 하나는 이미 '블랙미러'는 앞서 여러 인종, 또 여성들을 주인공으로 내세운 에피소드를 제작해 왔다. 앞으로 그런 행보다 계속 될 것이라 생각한다"고 힘줘 말했다.


마지막으로 존 힐코트 감독은 영화 산업과 넷플릭스 컨텐츠는 적대적인 관계가 아닌 상호 보완적인 관계로 받아들여야 한다고 설명했다. 칸 영화제가 넷플릭스 영화 '옥자'(2017, 봉준호 감독)이 상영 논란에 휩싸인 이후 '넷플릭스 영화는 칸 영화제에서 상영할 수 없다'는 방침을 발표한 바 있다. 이렇든 몇몇 영화인들은 영화관이 아닌 인터넷 혹은 모바일 플랫폼을 통해 스트리밍 되는 넷플릭스 영화를 영화로 인정하지 않고 있는 상황. 존 힐코트 감독은 중요한 건 '균형과 융화'라고 강조했다.

"음악 산업을 생각해 보자. 사실 이러한 과정은 음악 산업에서 이미 한차례 다 겪은 과정이다. 기술의 발전에 따라 자연스럽게 오게 되는 과정이다. 영화 사업도 통과의례적 성장을 겪고 있다고 생각한다. 영화가 가진 전통적 가치와 기술의 발전에 따른 넷플릭스 같은 컨텐츠의 등장, 이 모든 것들이 자연스럽게 융화 돼야 한다. 이 두 가지가 양자택일의 구도에 서질 않길 바란다. 균형을 맞춰가야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최근 넷플릭스가 영화 산업에도 많이 참여하고 기여한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다시 말해 넷플릭스와 영화 산업이 별개의 것이 아닌 함께 성장하는 것이라는 뜻이다."

smlee0326@sportschosun.com, 사진 제공=넷플릭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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