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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닷컴 이지현 기자] 마다가스카르의 오지를 누비는 정글 닥터! 이재훈, 박재연 부부의 외딴길
'무조건 아프리카에 의료봉사를 하러 가겠습니다'. 열심히 교회에 다니던 14살 소년, 이재훈의 기도는 그만큼 진지했다. 꿈을 좇아서 의대에 진학하고, 가장 많은 환자를 돌볼 수 있다는 외과를 선택했다. 되도록 많은 환자를 돌보고 싶어서 무려 5개의 전문분야를 수련했다. 그리고 2005년, 외과 의사가 턱없이 부족한 마다가스카르로 날아갔다. 그 길을 함께 걸어준 아내 박재연(53) 씨. 마다가스카르에 온 열정을 쏟는 남편 덕에 수술방에 들어가서 보조하랴, 팔자에도 없는 재무 일을 하랴... 늦은 밤까지 뒷목을 붙잡는다. 원래 타인의 마음을 어루만지는 사람이 되고 싶었던 재연 씨. 이젠 가장 빈곤한 쓰레기 마을의 아이들을 보살피고 꿈을 키워주고 있다. 그렇게 의료봉사의 한쪽 날개로서 든든히 버텨왔는데, 올해 어깨 근육이 파열되며 급히 한국으로 돌아왔다. 그리고 병원에서 누워 지낸 지 3개월. 아직 움직이기도 고통스럽지만, 이동진료 일정에 맞춰 마다가스카르로 돌아왔다.
재활을 다 끝내기도 전에 마다가스카르로 날아온 재연 씨. 오늘만큼은 공항에서 남편보다 반가운 얼굴이 있었으니, 미국에서 대학을 다니는 막내아들 이진행(20) 씨. 여름방학까지 반납하고 마다가스카르 최북단 안치라나나까지 동행하기로 했다. 혼자 집에 두기 걱정스러워서 데려왔는데 웬걸, 공대생답게 조립도 척척 해내고 샤워실 하수구도 뚫는다. 강력한 돌풍에 텐트가 휘청거려도 함께 있어서 마냥 행복하기만 한 이 가족. 삼남매는 11살, 9살, 5살 때 부모님을 따라 마다가스카르로 왔고 진학을 위해서 곧바로 케냐로 떠나야 했다. 왜 평범한 삶을 살지 못하냐고 원망도 했던 아이들. 그러나 이젠 막내뿐만이 아니라 삼남매 모두가 부모와 한마음으로 이 길을 걷고 있다. 가족의 꿈은 단 하나. 언젠가 함께 길 위에 서 있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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