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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박해진X나나 '사자', 사실상 제작중단…임금 미지급 스태프 단체사표

백지은 기자

기사입력 2018-07-10 09:46 | 최종수정 2018-07-10 09:47



[스포츠조선 백지은 기자] 사전제작 드라마 '사자'가 사실상 제작 중단 위기에 놓였다.

'사자'는 '별에서 온 그대'를 히트시킨 장태유PD와 배우 박해진이 다시 한번 의기투합한데다 나나를 히로인으로 발탁해 초유의 관심을 모았던 작품이다. 그러나 복수의 방송 관계자에 따르면 '사자'는 5월 10일 이후 촬영을 중단, 사실상 제작 중단 위기에 놓인 상태다. '사자'가 이와 같은 위기에 처한 이유는 다양하지만 가장 큰 이유는 제작사의 무리한 요구와 임금 미지급이 꼽힌다.

관계자들에 따르면 제작사인 빅토리콘텐츠는 '사자'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동안 스태프 임금 미지급 사태를 세 번이나 냈다. 더욱이 촬영 지원 또한 제대로 이행하지 않았다. 드론, MCC 카메라 등의 장비 대여료는 물론 극에 꼭 필요한 안무가 섭외비용, 사고 처리 비용까지 지급하지 않았다.

드라마 촬영 관계자는 "1부 엔딩이 굉장히 중요한 신이라 준비를 많이 했다. 우리는 부산영상위원회에서 400만 원을 주고 장비를 빌리려 했는데 제작사에서 장비 스케줄을 확보하지 못했다. 그래서 다른 회사 장비를 쓰게 됐다. 다른 회사 장비는 기본 단가가 800만 원 정도 된다. 그런데 제작사 측에서 400만 원 때문에 촬영을 미루라고 하더라. 이미 배우들과 스태프 스케줄부터 장소 섭외까지 준비를 다 마쳤는데 촬영을 미룰 수가 없지 않나. 그래서 처음에는 장태유 감독이 내겠다고 했는데, 장태유 감독은 이미 1억 원 정도의 사비를 쓴 상태였다. 그래서 카메라 감독이 대신 차액 400만 원을 내겠다고 했다. 일반적으로 장비 대여료는 12시간 기준으로 잡힌다. 12시간이 넘어가면 추가 차지가 발생한다. 그렇게 촬영이 끝나고 나니 1800만 원 여가 나왔다. 그런데 제작사에서 그 비용을 모두 카메라 감독이 내라고 했다. 제작사에서 쓰지 말라는 장비를 억지로 썼기 때문에 못 주는 게 아니라 안 준다고 했다. 촬영부 뿐 아니라 다른 팀에서도 장비를 못 빌리게 해서 장 감독이 사비로 계산했다. 심지어는 티저 제작 비용도 못 내겠다고 해서 장 감독이 사비로 결제했는데 제작사에서 원본까지 요구하더라"라고 전했다.


드론 촬영을 한 스틸컷
다른 관계자는 드론 촬영 비용과 왈츠 무용가 섭외비 또한 장 감독이 부담했다고 귀띔했다. 관계자는 "대구에 백년만에 폭설이 온 다음날이 촬영이었다. 연출팀과 감독님이 직접 대구 소방서 분들과 하루종일 눈을 치우셨다. 박해진과 나나의 프러포즈 신에서 왈츠를 추는 신이 있었는데 무용가 섭외를 부탁해서 시립 무용단에 있는 지인 동생을 섭외했다. 그날 하루 캐스팅비를 드려야 하는데 장 감독님 회사에서 주신다고 하더라. '제작사에서 줘야 하는 부분인데 왜 그러냐'고 물어보니까 제작사에서 지원이 안된다고 했다. 세 분에 대한 섭외비는 감독님이 주셨다. 또 드론을 써야 하는 장면이 있었는데 그것도 지원이 안됐다. 감독님이 직접 드론 비용도 지불을 하셨다. 나중에 현장에서 그런 내용을 알았을 때는 놀라기도 했고 대단한 분이라 생각했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비 오는 신을 촬영해야 하는데 살수차 비용을 못 내니 비 오는 날 촬영을 하라고 했다. 촬영 중에 사고가 났을 때도 무술팀이 운전했으니 무술팀에게 돈을 내라고 하기도 했다. 그래도 장 감독은 끝까지 희망을 놓지 않고 최근까지도 촬영을 계속 하려 했다"고 토로했다.


무엇보다 문제였던 것은 스태프 임금 미지불 사태다. '사자'는 올 1월 첫 촬영에 돌입했다. 하지만 지난 5월까지 스태프 비용은 제대로 지불되지 않았다. 이에 대한 책임을 진 것은 제작사가 아닌, 장태유PD였다는 게 현장 관계자들의 이야기다.

관계자는 "보통 촬영부는 월급 계약을 한다. 그런데 제작사 측에서 장태유 감독에게 촬영 나가지 말고 대본 수정을 먼저 해달라고 해서 1월에 4번, 2월에 하루 촬영을 나갔다. 이후 제작사 측에서는 월급 계약자를 향해 월급이 아닌 하루 일당으로 임금을 계산하겠다는 통보를 했다. 그래서 촬영부 두 팀이 노동부에 신고하고 그만뒀다. 다른 스태프도 1,2월 월급을 4월에 받고 그런 식으로 미지급 사태가 세 번이나 발생했다. 그것도 통보만 할 뿐이었다. 촬영부 뿐 아니라 월급이 미지급된 스태프가 그만두고 하니 장태유 감독이 자신의 회사로 계약을 해서 스태프 월급을 본인이 주고 제작사에서 주기로 했던 원래 월급을 장 감독이 받는 식으로 계약을 했다. 이런 비용과 제작사에서 빌리지 못하게 한 장비 대여료 등을 합해 장 감독이 사비로 1억 원 여에 달하는 돈을 쓰게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빅토리콘텐츠에서 다른 제작사로 바뀌려는 과정에서 5월 10일부터 두 달 촬영이 중단됐다. 그 과정에서 무술 편집 촬영 조명팀 등 스태프 대부분이 거의 다 빠졌다. 빅토리콘텐츠가 다시 돌아오면서 스태프 한명 한명에게 연락해서 '우리가 다시 제작을 해도 촬영할 거냐'고 물었다. 그래서 구두상으로 스태프는 빠지겠다는 의견을 전했다. 내 경우에도 2500만 원의 미지급금이 있어서 7월 2일 자로 내용증명을 보냈다"고 밝혔다.


일부에서는 '사자'가 제작이 중단된 이유가 장태유PD가 연출료 미지급 사건으로 제작사와 갈등을 빚어 잠적했기 때문이라며 '장태유PD 잠적설'을 제기하기도 했지만, 이는 사실이 아닌 것으로 드러났다. 관계자들은 입을 모아 장태유PD가 작품에 강한 애착과 열정을 갖고 모든 책임을 지면서까지 촬영을 이어가고자 했다고 증언했다.

한 관계자는 "장 감독이 현장 아이디어가 많은데다 리더십도 있는 분이라 배우들도 잘 따라줘서 현장 분위기가 정말 좋았다. 제작사와 갈등이 있을 때도 '나는 촬영에만 집중하겠다'고 하셨다. 그때가 드론을 직접 섭외하고 대금을 지급하기 전이다. 그러면서 촬영에 집중하셨다. 촬영에 대한 열정이 가득하고 끝까지 책임지시는 분"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 또한 "물론 연출료도 미지급 됐지만 감독님은 연출비 얘기를 먼저 한 게 아니라 사비를 쓴 걸 먼저 달라고 했다. 그리고 장 감독님이 잠적했다는 건 사실이 아니다. 감독님은 스튜디오 태유 소속이다. 스튜디오 태유와 빅토리 콘텐츠가 계약을 했으니, 계약자는 회사다. 감독님이 연락을 받지 않는다고 해도 회사와 연락하면 될 문제인데 회사로 연락이 온 적은 없다. 그러면서 업무방해로 고소하겠다고 협박 문자를 보내고 제작사 제작이사가 감독님 사무실에 술을 먹고 찾아와 경찰이 연행해서 끌고 나가기도 했다. 그렇게 스트레스를 받다 보니 감독님이 병원까지 가게 됐다. 감독님이 병원에서 퇴원한 뒤 한 번 만났다. 상태가 너무 안 좋다. 과도한 스트레스로 인한 불면증이 심해 약을 먹어야 잠을 잘 수 있고 심신미약 진단을 받았다. 낯빛이 변하고 없던 쌍꺼풀까지 생기고 스트레스로 인한 상처도 생겼다"고 토로했다.

이와 관련 제작사 측은 10일 "장태유 감독이 드라마에서 하차한 것은 아니다. 자세한 내용은 법적 자문을 받은 뒤 보도자료를 통해 입장을 밝힐 것"이라고 밝혔다.

어쨌든 '사자'는 총 16부 중 4회 촬영만을 마무리한 채 제작이 중단된 상황이다. 애초 11월 방영을 목표로 했지만, 지금 같은 상황에서는 방영 일자가 불투명하고 참여했던 스태프마저 단체로 사직 의사를 밝힌 상황에서 드라마가 정상적으로 제작되기는 어려울 수밖에 없다.

'사자'는 어머니의 의문사를 파헤치던 남자가 자신과 똑같은 얼굴의 인간을 하나 둘 만나며 더 큰 음모에 휘말리는 과정을 그린 판타지 로맨스 추리 드라마다. 박해진 나나 곽시양 이기우 김창완 박근형 등이 출연을 확정했으며, 특히 박해진은 1인 4역을 맡아 화제를 모았던 바 있다.

silk781220@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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