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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조지영 기자] 민규동(48) 감독이 주변의 많은 반대 속에서 위안부 피해자 소재의 영화를 연출하게 된 이유를 밝혔다.
그동안 '내 생애 가장 아름다운 일주일'(05)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이별'(11)을 통해 따뜻한 휴먼 감성을, '무서운 이야기' 시리즈를 통해 섬뜩한 공포를, 또 '간신' 파격적이면서 스타일리시한 연출까지 극과 극을 넘나드는 장르를 시도해온 민규동 감독은 각기 다른 장르 속에서도 특유의 인간애를 그리며 자신만의 결을 드러냈다. 이번 신작 '허스토리'는 이러한 민규동 감독의 연출 색을 최대치로 끌어올린 역작으로 많은 관심을 끌고 있다.
90년대 초반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사실을 최초로 증언한 김학순 할머니의 인터뷰를 보고 가슴 속 커다란 바윗덩어리를 얹었다는 민규동 감독은 10년 전부터 관부 재판을 다룬 '허스토리'를 준비했다. 관부 재판은 1992년부터 1998년까지 6년간 10명의 원고단과 13명의 변호인이 시모노세키(하관)와 부산을 오가며 일본 재판부를 상대로 23번의 재판을 진행한 사건으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관련 재판 사상 처음으로 보상 판결을 받아낸 유의미한 재판.
인터뷰에서 만난 민규동 감독은 "매 작품 개봉을 앞둔 순간 '기적같다'라는 기분이 드는데 이번 작품은 더 크게 오는 것 같다. 올해 내가 영화를 만든지 딱 20년이 됐는데 이 순간 내가 관객에게 선보일 수 있는 영화가 '허스토리'라 더 의미가 있다"고 말문을 열었다.
그는 "유독 내 작품들은 만들 때마다 우려의 소리가 많았지만 이번 작품도 역시나 우려가 컸다. 관객이 보기 힘들어하는 이야기라는 평이 가장 많았다. 왜 이렇게 부담스러워할까 생각해보니 부채의식을 안고 살아야 했던 우리가 이런 이야기로 인해 또 자극받고 또 미안해지기 싫어하기 때문이 아닐까란 결론을 얻게 됐다. 그래서 일부러 외면하고 안 보려고 한 것 같다. 그런데 그렇게 외면하기만 한다면 결국 이 역사는 지워지게 된다. 누군가는 계속 이야기를 해줘야 하고 역사를 이어가야 한다"고 소신을 밝혔다.
특히 민규동 감독은 유의미한 역사의 한 페이지를 남겼지만 잘 알려지지 않는 관부 재판을 꺼낸 것에 대해 "관부 재판에 대해 아는 사람들이 많이 없다. 배우들도 스태프들도 관부 재판에 대해 몰랐다. 그럴 수밖에 없다. 위안부에 대한 증언집이 5편밖에 안되고 그것도 아직 초판이다. 그야말로 메이저리그라고 불리는 정신대 협회의 멋진 할머니들이 훌륭하고 의미있는 활동을 이어가고 있지만 현실적으로는 아직 힘든 부분이 많다. 이런 상황에 관부 재판과도 같은 작은 역사들은 더욱 수면 위로 드러나기 어려운 상황이다. 많은 위안부 재판 중 하나이기도 했고 지방에서 펼쳐진 재판이라 모를 수밖에 없는데 사실 알고보면 상당히 의미있는 재판이다. 일본을 흔들었던 유일한 재판이었고 그 흔적을 유일하게 실제 6년간 관부 재판을 이끈 원고단 단장이었던 한국정신대문제대책 부산협의회 김문숙 회장이 외롭게 지키고 있다. 이런 여러 이유로 '허스토리'를 만들어야만 했다"고 설명했다.
민규동 감독은 "개인적으로 영화는 나의 반성문이기도 하고 주인공이었던 문정숙(김희애)의 반성문이기도 하다. 또한 우리 모두의 반성문이기도 하다. 사실 우리가 위안부 피해자들을 쉽게 도울 수 있는 기회가 많지 않다. 10원을 기부하기도 어렵고 피해자분들의 수요집회에 한 번 가기도 어렵다. 멀리서만 응원할 수밖에 없는게 현실인데 '허스토리'를 통해 이분들의 진심과 마음을 조금이나마 공감하고 마음 속의 짐을 조금이나마 덜어낼 수 있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한편, '허스토리'는 역사상 단 한 번, 일본 재판부를 발칵 뒤흔들었던 관부 재판 이야기를 다룬 작품이다. 1992년부터 1998년까지 6년간 10명의 원고단과 13명의 변호인이 시모노세키와 부산을 오가며 일본 재판부를 상대로 23번의 재판을 진행한 실화를 영화화했다. 김희애, 김해숙, 예수정, 문숙, 이용녀, 김선영, 김준한, 이유영, 이지하 등이 가세했고 '간신' '내 아내의 모든 것'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이별'의 민규동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오는 27일 개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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