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동안 충무로에서 볼 수 없었던 파격적인 여성 캐릭터를 구축한 그는 관객에게 제대로 눈도장을 찍은 상황. 김주혁과 함께 영화 초반 스토리를 쥐락펴락한 두 사람은 중반부 강렬하게 퇴장하며 '독전'의 관전 포인트로 등극했다. 짧은 분량이지만 그럼에도 영화가 끝날 때까지 폭발적인 존재감과 여운을 남기며 잊지 못할 '인생 캐릭터'를 만들었다.
"다른 배우들도 마찬가지겠지만 전 특히 제가 재미를 느끼면 그게 캐릭터에 고스란히 묻어나는 스타일이거든요. '독전'도 그랬어요. 정말 연기 하면서 재밌고 신나서 좀 더 하고 싶었죠. 특히 그 상대가 주혁 선배라서 더 재미있었던 것 같아요. 사실 주혁 선배와는 대화를 많이 못 나눴어요. 워낙 수줍음이 많고 낯을 많이 가린 선배였거든요. 이번 작품은 캐릭터에 대한 고민이 많으셨는지 더 몰두하고 계셔서 장난을 칠 수도 없었죠(웃음). 제가 '선배 이 장면에서 이렇게 하면 어떨까요?'라고 제안해도 '응. 난 괜찮아. 네가 하고 싶은 거 다 해'라며 현장을 열어주셨죠."
|
"이해영 감독도 인터뷰를 통해 말했는데 주혁 선배는 리딩 때도 진하림을 어떻게 표현할지 공개하지 않으셨어요. 그래서 촬영 때까지 너무 궁금했죠. '이 선배가 어떻게 연기하실까?' 궁금함을 한껏 품고 갔는데 역시 제가 기대했던 그 이상의 열연을 펼치셨죠. 제가 1을 던지면 주혁 선배가 100을 받아주셔서 후배 입장으로는 너무 좋은 경험이 된 현장이었죠. 활화산 같은 배우인 것 같아요. 정말 주혁 선배의 연기만 봐도 마치 약에 취하는 기분이었어요. 주혁 선배가 어설픈 절 다 받아주셔서 제가 이만큼 연기할 수 있었어요. 다른 파트너였다면 보령이란 캐릭터가 이렇게 멋지게 만들어지지 않았을 거예요. 왜 주혁 선배를 보고 '대배우'라고 하는지 알겠더라고요."
|
"아마 주혁 선배가 '독전' 촬영을 끝내고 일주일 뒤 일(사고)을 당하신 거 같아요. 어떻게 그 충격을 말로 설명할 수 있겠어요. 여전히 슬프고 안타까운 일이죠. 전 주혁 선배도 그립지만 무엇보다 진하림이 너무 그리워요. 사실 주혁 선배와 사적으로 이야기할 기회가 많이 없었는데 촬영이 들어가면 진하림과 보령으로 서로를 아주 많이 사랑했잖아요. 보령으로서 진하림이 너무 보고 싶고 그리워요. 아마 하늘에서 보셨을 거예요. 그 특유의 무심한듯 하지만 따뜻한 정이 느껴지는 목소리로 '잘했어'라고 해주실 거 같아요. 너무 감사했다고 마음을 전하고 싶어요."
한편, '독전'은 아시아를 지배하는 유령 마약조직의 실체를 두고 펼쳐지는 독한 자들의 전쟁을 그린 작품으로 조진웅, 류준열, 김성령, 박해준 가세했고 차승원, 고(故) 김주혁이 특별출연했다. '경성학교: 사라진 소녀들' '페스티발' '천하장사 마돈나'를 연출한 이해영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soulhn1220@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