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포츠조선 백지은 기자] JTBC 금토극 '밥 잘 사주는 예쁜 누나'를 마친 배우 손예진을 만났다.
|
"3년 이란 시간 동안 진아는 누군가를 고르거나 사랑할 수 없었을 거다. 무늬로 누군가를 만난 것 같다. 사람이 정말 힘든 일을 겪은 뒤 자기 살을 깎아내며 사는 경우들이 있다. 자기를 원망하며 살기도 하는데 진아는 많은 걸 포기하고 내려놓고 모든 것의 의미를 잃은 것 같다. 그래서 누구나 하듯 새로운 남자를 만났는데 그건 정말 껍데기였던 것 같다. 하나도 행복해보이지 않지 않나. 우리가 사랑을 하고 헤어짐의 아픔 때문에 다른 사람을 만나 대체하고 싶은 마음이 있지 않나. 그래서 이해가 갔다."
"3년 동안 그런 것들이 하나도 나오지 않았다. 실제로 미투 사건을 감독님께 들었는데 오랫동안 법정 싸움을 하다보면 피해자가 주저앉는다고 하더라. 마음이 너무 아팠다. 진아는 아무도 없는데 혼자 3년 간 그 싸움을 한 거다. 싸움을 다 끝내고 나간 것 같다. 좌천 당한 속에서 버티며 껍데기처럼 살았을 것 같다. 제주도에 내려간 것도 살려고 내려간 게 아니라 모든 걸 끝내고 시간이 필요했을 것 같다. 3년이란 시간이 지나면서 진아가 시간의 흐름을 얼마나 체감했을지 모르겠다. 너무 사랑했던 사랑을 만나고 난 후에 오는 상실감이 아주 많이 컸을 것 같아서 껍데기로 살았을 것 같다. 그러면서 결국 제주도로 간 것 같다. 그리고 또 무언가를 새롭게 도저하고자 하는 의지가 훨씬 단단해진 진아로 돌아왔을 거다."
|
"정말 실제 술이었다. 이번 드라마를 찍으면서 많이 마셔서 주량이 늘었다. 규민이한테 차이고 노래방 앞에서 찍는 신부터 술을 먹었다. 술을 먹고 안 먹고의 차이가 하늘과 땅 차이다. 감독님한테 웬만하면 술 먹는 건 뒤로 빼서 마시겠다고 했다. 심지어 안 마셔도 되는데 감정 때문에 마시고 가야할 것 같다고 한 적도 있었다. 술의 힘을 좀 빌렸던 것 같다. 진짜 속 얘기를 하고 싶을 때 술 한잔 하자 그러지 않나. 진아가 혼자 남아서 회사에서 술 마시면서 춤 추다가 몇백 박스를 포장하는데 술이 없으면 얼마나 고통스러웠겠나. 술이 친구가 돼서 하는 그런 게 많았던 것 같다. 춤추는 신은 맨 정신으로 못하겠더라. 가수도 아니고 춤을 즐겨서 잘 추지도 않아서 부담스럽고 걱정을 많이 했다. 그래서 맥주 한캔 마셨다. 주량이 2배 정도 는 것 같다. 맥주 3캔은 기분 좋게 마시는 것 같다. 나는 술을 못해서 머리가 아픈데 주량이 늘어서 뿌듯해하고 있다."
영상=변은영 기자 euny630@sportschosun, 한예지 인턴기자 |
"'예쁜누나'로 하기로 했을 때 예쁜 것에 대해 사람들이 이렇게 많은 얘기를 하실지는 몰랐다. '예쁜'이 외형적인 게 아니라 사랑하는 사람에게 비쳐지는 예쁜 인간이라는 얘기다. 제목을 처음 들었을 때는 재밌었다. 시간이 지나면서는 제목은 크게 의미는 없었던 것 같다. 내 나이에 보여줄 수 있는, 내 나이대의 이야기를 할 수 있다는 건 축복받은 것 같다. 내가 더 어렸거나 나이가 많았다면 이 상황들이 맞아떨어지지 않았을 것 같다. 결혼을 하지 않은 30대 여성이 갖고 있는 공감대라는 게 있다. 진아가 나에게는 그 공감대적인 부분에서 많은 영향을 미쳤다. 그래서 더 역할에 빠질 수 있었다. 엄청난 감정을 만들어서 하는 연기가 아니었다. 누구나 한번쯤 보고 듣고 겪어볼 수 있는 이야기였기 때문에 지금 이 시점에 이 드라마를 만난 건 행운이었다."
영화 '클래식' '내 머리속의 지우개', 드라마 '연애시대' 등을 모조리 히트시키며 자타공인 '멜로퀸'으로 인정받는 손예진이다. 하지만 정작 그는 1999년 포카리스웨트 CF로 데뷔한 뒤 지금까지 단 한번도 스캔들조차 없었다.
"왜 그렇게 살았는지요.(웃음) 일을 너무 열심히 했다. 일을 너무 소중히 했다. 어느 순간에도 사랑이 먼저였던 적이 사실 정말 없었다. 어느 순간순간에는 그랬던 적도 있겠지만 결과적으로 일이 너무 소중했던 것 같다. 다 삶의 선택이고 생각하는 방향인데 나는 옳고 그름은 모르겠고 시간이 지나보니 누군가 인생에서 진짜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볼 사람이 얼마나 될까 하는 생각이 든다. 그런 경험을 하지 못하는 사람이 더 많을 것 같다."
|
"예상한대로 빠져나오는 게 쉽지 않다. 다음주에 삿포로도 가기 때문에 다 끝나봐야 더 감정이 올 것 같다. 제주도 촬영이 끝나고 돌아오는 길, 다음날 일어났을 때 많이 허전하더라. 촬영하면서 어느 순간부터 끝나는 게 너무 아쉬웠다. 촬영이 끝나는 걸 아쉬워하면서 찍었다. 오랫동아 남을 것 같다. 안판석 감독님이랑은 무조건 할 거다. 감독님이랑은 1년에 하나도 할 수 있다고 했다. 배우들이 연기할 때 같은 신을 반복해서 많이 찍는다. 그런데 감독님은 원신 원컷이 너무 많다. 제일 많아야 두번의 연기를 한다. 거의 한번에 끝난다. 그래서 연기하면서도 반복해서 훼손되거나 재미없어진다거나 하는 생각이 전혀 들지 않았다. 감독님의 그 시선이 너무 좋았다. 싸울 때도 오히려 뒷모습을 보여준다거나 하는 식이다. 덜 보여줬을 때의 장점을 알고 계시는 것 같다. 그런 시선과 지향점이 나한테 너무 좋았다."
silk781220@sportschosun.com, 사진제공=엠에스팀엔터테인먼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