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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정준화 기자] 연기가 가득한 화재현장. 문을 부수고 들어가 부상을 입고 위기에 처한 시민을 구조해냈다. 정작 본인은 "어쩌다 생긴 일"이라며 손사래 쳤지만, 누구나 할 수 있는 쉬운 일은 아니었다. '봉천동 화재' 현장에서 사람을 구해낸 배우 박재홍의 이야기다.
서울소방재난본부에 따르면 인근 자동차 공업사 대표 김해원(50)씨는 건물 5층 창문에서 연기가 새어나오는 것을 보고 화재를 직감한 후 119에 신고하고 직접 현장으로 달려갔다. 한 집에서 새어 나온 연기가 복도를 가득 채우고 있었고, 안쪽에서는 인기척이 느껴졌다고. 문을 열어보려 했지만 잠겨있었다고. 이 때 인근에 있던 박재홍이 연장을 챙겨 함께 문을 개방, 의식을 잃고 쓰러진 손 씨를 병원으로 구조해냈다.
박재홍은 25일 스포츠조선에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불이 났다고 아저씨 한 분이 뛰어가시더라고요. 창문으로 연기가 나고 있었고 저도 뒤따라 갔어요. 사실 5층 화재였는데 3층부터는 공기도 탁하고.. 5층 가서는 정말 시야도 흐리고 매연이 심했어요. 그냥 내려갈 수가 없었던 게 안쪽에 인기척이 있다고 했고, '이 문만 넘으면 구할 수 있다'는 생각을 하니까 해야될 것만 같은 생각이 들었어요."
"정말 어쩌다 생긴 일인데, 그게...그 날은 한 시간 정도 지나니까 소방차도 다 빠지고 잠잠해져서 그때도 얼떨떨하긴 했어요. 저도 갑작스럽게 한 거라서요. 그때는 쓰러져있었던 분의 건강 상태가 궁금했었고, 걱정됐던 것 외에는 별 다를 것 없이 다시 일상으로 돌아왔죠."
"얼마 후에 소방서에서 경위를 묻는 전화가 왔고, 그 분이 무사하다는 소식 듣고 나서야 '좋은 일 했구나 했다' 그런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 그리고는 잊혀졌었는데..소방서에서 연락이 다시 와서 표창장을 주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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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소식이 전해지고 박재홍이 배우였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더욱 뜨거운 관심이 쏟아졌다.
"소방서에서 인터뷰가 잡혔다고 그러더라고요. 그런걸 해본적이 없어서...지금 인터뷰를 하면서도 얼떨떨해요. 부담스러운 부분도 없지 않아 있어요. 이렇게까지 이슈가 될 일인가하는 생각이 들긴하는데...'좋은 일했다' 정도였는데 내가 그렇게 큰 일을 한 것인가 싶기도 하고요."
박재홍은 최근 영화 작업 중인 근황을 전하기도 했다.
"어제 하루 종일 인터뷰를 하고 저녁에 촬영이 있어서 나갔어요. 지금 영화 '극한직업' 촬영을 하고 있거든요. 다음 작품도 준비하고 있어요."
아직은 무명배우지만, 행복하다는 박재홍.
"저는 일단 지금 하는 일이 즐겁고 좋아하는 일을 하고 있어서 열심히 하고 있어요. 매일 오디션 보고, 프로필 돌리고 그러고 있죠. 이 일이 즐겁고 좋아하는 일이라 힘든 것보다는 행복감을 더 많이 느끼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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