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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초점] '이리와 안아줘', 2위 역전…최약체의 반란 이유

백지은 기자

기사입력 2018-05-25 10:44



[스포츠조선 백지은 기자] MBC 수목극 '이리와 안아줘'가 시청률 2위로 올라섰다.

24일 방송된 '이리와 안아줘'는 4.6% 5.4%(닐슨코리아, 전국기준)의 시청률을 기록했다. 동시간대 방송된 KBS2 '슈츠'는 9.6%, SBS '훈남정음'은 4.9% 5%의 시청률을 보였다.

수목극 1위는 '슈츠'가 굳건하게 지키고 있는 가운데, '이리와 안아줘'가 아주 근소한 차이로 '훈남정음'을 앞섰다. 1,2부 평균 시청률로 따지자면 '이리와 안아줘'는 5%, '훈남정음'은 4.95%의 기록을 내며 0.05% 포인트 격차로 '이리와 안아줘'가 우위를 점했다. 물론 0.05% 포인트 차이는 언제든 뒤집어질 수 있는 아주 작은 수치다. 그러나 '이리와 안아줘'의 역전은 의미가 깊은 일이다.

'이리와 안아줘'는 애초 기대작은 아니었다. 일단 장기용과 진기주가 주연을 맡았다. 장기용은 '고백부부'를 통해 '슈퍼루키'로 떠올랐고 진기주 또한 '미스티'에서 활약하긴 했지만, 경쟁작인 '슈츠'가 장동건과 박형식이라는 톱스타를 내세우고 SBS '스위치-세상을 바꿔라'는 한류스타 장근석을 배치했다는 점을 감안했을 때는 사실 약한 캐스팅이다. '스위치'의 후속작인 '훈남정음' 또한 '믿고 보는' 황정음과 남궁민을 캐스팅해 화제를 모았던 만큼, '이리와 안아줘'는 스타 마케팅부터 불리한 지점에서 출발했다.


시청률은 예상대로 최하위였다. 16일 3.1% 3.9%의 시청률로 스타트를 끊은 것. 그러나 조금씩 시청률이 상승세를 보이기 시작했다. 빠른 전개와 촘촘한 대본, 아기자기하고 서정적인 감성 코드가 호평을 이끌어내며 웰메이드작의 탄생을 예고했다. 여기에 배우들의 호연이 더해졌다.

장기용은 순애보와 죄책감을 동시에 가진 경찰대 학생 채도진으로 완벽 변신, 사투리 연기까지 자연스럽게 소화해냈고 진기주도 전작의 연기력 혹평을 딛고 부모 잃은 슬픔에도 씩씩하게 살아가는 한재이 캐릭터를 예쁘게 그려나가고 있다. 두 사람의 케미는 9년이 지나도 서로에게 위로가 되는 존재로서 절절한 첫사랑의 감성을 제대로 전하고 있다는 평이다.

다소 튀는 감이 있는 루키들의 무게감을 잡아주는 건 허준호의 하드캐리다. 허준호는 착한 듯 보이지만 악랄한 속내를 감춘 사이코패스 연쇄살인마 윤희재 역을 맡아 역대급 악역 연기를 펼치고 있다. 눈빛 만으로도 보는 이들까지 섬뜩하게 만드는 그의 연기는 분명한 품격과 존재감이 있다.


24일 방송에서도 마찬가지. 시청률 공약을 실행하기 위해 취재진 앞에 선 한재이는 한지호(윤지혜)의 질문과 취재진의 플래시 세례로 패닉에 빠져 정신을 잃었다. 그 순간 나타난 채도진은 취재진을 막아서고 한재이를 의무실로 데려갔다. 9년 전 윤희재로부터 살해당할 위기에서 길낙원(류한비)을 구한 사람은 윤나무(남다름)였다. 윤나무는 자신의 아버지를 경찰에 신고했고, 기자들이 길낙원에게 관심을 보이자 그를 보호하기 위해 자신의 얼굴을 공개하며 시선을 돌렸다. 윤희재의 살인으로 윤나무는 채도진으로, 길낙원은 한재이로 살게 됐지만 마음 속에는 여전히 상대에 대한 생각이 자리잡고 있었다. 그러나 결국 박희영(김서형)의 윤희재 인터뷰 기사로 한재이의 신상은 알려졌다. 한재이와 채도진은 고통에 몸부림쳤고, 한재이는 자신을 구해준 채도진을 생각하며 "우린 전부 그 지옥에서 살아남았으면서도 또다시 살아남기 위해 살아가고 있으니까"라고 말해 보는 이들을 먹먹하게 만들었다.


이처럼 '이리와 안아줘'는 가슴 설레는 첫사랑의 기억과 잔혹한 연쇄살인범의 이야기를 절묘하게 엮으며 '로맨스릴러'의 묘미를 제대로 보여주고 있다. 살인사건 생존자로서 겪어야 하는 과정은 솔직하면서도 감성적으로 펼쳐지고, 그 안에서 조금씩 짙어지는 주인공들의 감정선은 시청자의 마음까지 먹먹하게 만든다. 감옥에서조차 살기를 번뜩이는 윤희재의 존재감은 극에 긴장감을 불어넣는 역할을 톡톡히 해준다.

연출 대본 배우들의 연기까지 삼박자가 맞아떨어지면서 '이리와 안아줘'는 입소문을 탔고, 조용한 상승세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이제 막 주목받기 시작한 '이리와 안아줘'가 최약체의 반란을 제대로 보여줄 것인지 귀추가 주목된다.

silk781220@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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