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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혜와 완수의 대화에서는 홍상수 감독이 한국 대중과 관객에게 하고 싶은 이야기가 그대로 드러난다. 술에 취한 완수는 양혜에게 "우리는 일로는 정말 좋은 사이인데 남자 여자로서의 관계는 정리하는 게 좋을 것 같다. 그래야 오래 갈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하는데, 이는 마치 홍상수 감독이 관객에게 '개인적인 감정'을 배제한채 오로지 '영화 감독과 관객'의 관계로서 자신을 봐달라는 이야기를 하는 것처럼 보인다.
어느 파티장에서 재회하게 된 완수와 만희. 완수는 짧은 바지를 입고 있는 만희에게 다짜고짜 화를 내며 왜 남자들의 눈요기 거리가 되려고 하느냐고 어처구니 없는 말을 늘어놓는다. 완수는 "왜 싸구려 대상이 되려 하냐. 그런 식으로 입어서 너한테 좋은 게 하나라도 남은 게 있냐. 왜 스스로를 괴롭게 하냐. 넌 예쁘다. 예쁜 영혼을 가졌다. 니가 가진 것 그대로 당당히 살아라"라며 맥락도 없는 말로 화를 내는데, 완수의 어이없는 말에 실소를 터뜨리는 관객들과 달리 만희는 속상해 하면서도 "네"라고 대답하며 완수의 말에 수긍한다. "당당히 살아라"라고 말하는 연인 홍상수 감독의 애정어린 조언에 수긍하는 것 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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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mlee0326@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