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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렌드100-58] '나'를 채워넣는 빈칸, '필인더블랭크' 류효주 디자이너

전혜진 기자

기사입력 2018-03-01 16:26


※세계적인 트렌드를 움직이는 사람들, 방송·예술·라이프·사이언스·사회경제 등 장르 구분 없이 곳곳에서 트렌드를 창조하는 리더들을 조명합니다. 스포츠조선 엔터스타일팀 에디터들이 100명의 트렌드를 이끄는 리더들의 인터뷰를 연재합니다. 그 쉰여덟 번째 주인공은 가방 브랜드 'FILLINTHEBLANK(필인더블랭크)'의 류효주 디자이너입니다.


[스포츠조선 엔터스타일팀 이새 기자] 자신만의 개성을 드러내는 것이 트렌드인 지금, 많은 사람들은 다양한 방식으로 자신을 표현하고 SNS를 통해 일상과 취향을 공유한다. 그 트렌드를 완벽하게 파고든 브랜드가 있다. 그 누구도 아닌 나 자신을 직접 채워넣는 빈칸을 담은 아이템을 만드는 브랜드 'FILLINTHEBLANK(필인더블랭크)'다.

'빈칸을 채우세요'라는 뜻을 가진 필인더블랭크는 쉽게 메고 들 수 있는 데일리 가방에 나만의 문구를 채운 커스텀 블랭크가 더해진 유니크한 개성의 브랜드다. 이니셜, 기념일과 같은 단순한 문구부터 영화, 음악 등 취향을 담은 문구까지 자신이 원하는 것이라면 무엇이든 담을 수 있다. 이런 톡톡 튀는 브랜드를 탄생시킨 주인공, 류효주 디자이너를 만났다.

자신의 브랜드를 만들겠다는 의지로 23세의 어린 나이에 필인더블랭크를 론칭한 그. 주변의 반대에도 학교에 휴학계를 던지고 시작한 브랜드는 현재 트렌드와 완벽하게 맞물리며 그 영역을 넓혀가고 있다. 류효주는 이제 많은 사람들이 필인더블랭크를 통해 자신의 이야기를 드러내고 나누는 것을 꿈꾼다. 타인의 개성을 패션에 담아주는 그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이하 일문일답)


-직접 본인 소개를 해주세요.

저는 스물여섯살 류효주입니다. 홍익대학교 패션디자인과를 졸업했고 지금은 '필인더블랭크'라는 브랜드를 하고 있어요. 사실 브랜드는 2014년도에 학교를 다니면서 시작했어요. 본격적으로 하게 된 건 작년 2월에 졸업한 후여서 본격적으로 한지는 얼마 안 됐어요.

-필인더블랭크의 컨셉은 무엇인가요.

브랜드를 시작할 때 한창 디자이너 브랜드들이 많이 생겨나는 시기였어요. 그런데 하나가 유행하기 시작하면 그것만 따라가고 비슷해지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렇다 보니 어느 브랜드 옷인지 구분도 안 가는 것들도 있었고요.


'어떻게 하면 좀 더 개성있는 걸 할 수 있을까' 생각하다가 커스터마이징이 들어간 아이템을 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디자인을 하기 시작했어요. 하다 보니 블랭크를 만들어서 자신의 메세지로 채울 수 있는 재미있는 디자인이 떠올라서 시작하게 됐어요. 그래서 브랜드 이름도 그렇게 짓게 됐고요. 커스텀 블랭크를 만들지 않으면 블랭크에 브랜드 이름이 들어가게 되는데 그 자체가 '빈칸을 채워달라'고 말하고 있는 거죠.

-시즌마다 주제를 가지고 독특하게 풀어내는데, 그 영감은 어디서 받나요?

1년에 두 번 정도의 주기로 컬렉션 라인을 내고 있어요. 제가 평범하거나 다른 데서 하는 건 하고 싶지 않아 하는 성향이에요. 그래서 항상 새로운 주제를 찾기 위해 노력해요. 아무래도 제가 미대를 졸업했기 때문에 미술 쪽으로 관심이 많은데, 저희 브랜드가 메세지를 만들어주는 일을 하다 보니 주로 캠페인이나 슬로건이 있는 주제들로 생각을 하고 있어요.

-지금까지 진행한 컬렉션 중 기억에 남는 것이 있다면 소개해주세요.

재작년 겨울에 진행했던 컬렉션은 '불안'이라는 주제였어요. 그때 한창 제 또래 청년들의 불안과 걱정들이 이슈였거든요. 그래서 레드 컬러를 많이 써서 표현을 해봤는데 그게 기억에 남아요.

-가장 최근 시즌 주제는 '시스터(SISTER)'네요.

네. 이번에 좀 더 새롭게 하나의 라인으로 시스터 라인을 만들었는데요. 저희 브랜드가 베이직하고 깔끔한 디자인이 많은 편이에요. 조금 더 페미닌한 느낌의 라인을 하나 더 하고 싶어서 만들었어요. 트레이시 에민이라는 여성 아티스트의 작품에서 영감을 받아서 작업했어요.

-이번 시즌을 위해 구상하고 있는 것은?

올해에는 유니섹스 아이템을 좀 더 하려고 생각 중이에요. 가방은 신학기가 시즌이다 보니 그때 맞춰서 백팩 같은 유니섹스 아이템을 출시하려고요.

-룩북도 직접 디렉팅하나요?

네. 모든 작업을 다 직접 하고 있어요. 배송 관련 일을 도와주는 직원 한 분을 제외하고 나머지는 다 혼자 해요. 룩북 작업을 시작하면 두 달 정도 걸리는데 작업실에서 먹고 자고 밤을 새워가면서 하죠.


-브랜드를 열겠다는 꿈은 언제부터 가지게 됐나요?

패션 쪽을 하겠다는 건 초등학생 때부터 가지고 있던 꿈이에요. 한 가지 목표를 만들면 쭉 파고드는 성격이에요. 초등학교 5학년 때 패션 디자이너를 하겠다고 생각하고 그때부터 혼자 알아보기 시작했어요. 패션디자인과를 들어가면서부터 내 브랜드를 만들겠다는 생각이 컸어요. 대부분 학교를 졸업하고 회사를 다니면서 천천히 론칭하라고 하셨는데 제가 성격이 급해요.(웃음) 빨리 해보고 싶었어요. 여건이 안 되고 힘들다 해도 지금 제가 가진 아이디어들이 먼저 세상에 나와버릴지도 모르는 거잖아요. 그래서 3학년 때 휴학을 하고 바로 론칭을 준비했어요.

-브랜드를 론칭하면서 가장 힘들었던 점이 있다면요?

아무래도 어린 나이에 시작했다 보니까 선입견이 있었어요. 다른 곳에 계약하러 가면 놀라시면서 '할 수 있겠냐'는 말이 돌아왔어요. 그래도 꽤 오랜 시간 브랜드를 해왔는데 속상하기도 했죠. 그래서 그 다음부터 미팅 갈 때 일부러 성숙해 보이게 하고 가기도 했어요.(웃음)

-학교를 다니면서 브랜드를 론칭하는 게 쉽지 않았을 것 같아요.

'재미있게 하면 된다'는 생각으로 시작했어요. 만약 지금 시작했으면 생각할 게 많고 더 고민했을 텐데 아직 학생이니까 저질러보자는 생각으로 해서 더 잘 됐던 것 같아요.

부모님도 취직하라고 하시면서 엄청 반대하셨어요. 그래서 졸업하기 전에 몇몇 기업에 원서를 넣었다가 2차에서 떨어졌어요. 그런데 이 브랜드를 하면서 제가 떨어졌던 그 기업과 미팅을 하러 갔어요. 되게 뿌듯했어요. 만약 제가 취직을 했다면 못했을 일들을 경험하고 있어요. 부모님도 지금은 좋아하세요. 앞으로 어떻게 될지는 모르겠지만 지금 만족하고 있어요.


-가방 브랜드를 선택한 이유가 있나요?

처음에는 옷도 같이 하려고 준비를 했어요. 그런데 옷에는 커스텀 방식을 접목하는 것이 한계가 있었어요. 상품성이 있어야 되고 디자인도 예뻐야 하는데 커스텀에만 집중하다 보면 그게 잘 안 되더라고요. 가방이 그런 면에 있어서 딱 맞는 것 같아서 가방으로 시작하게 됐어요.

-커스텀인데도 가격대가 낮은 편이에요.

캔버스 소재의 가방이 많은데 캔버스백은 데일리로 많이 사용하다 보니 가격대가 너무 높으면 안 될 것 같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커스텀 블랭크는 공장에 맡기지 않고 사무실에서 자수 기계로 직접 만들어요.

-이후에 가방 외에 다른 아이템도 시작할 생각이 있으신가요?

제가 패션 전공을 했다 보니까 카테고리를 확대하고 싶은 욕심이 있어요. 룩북에 있는 옷도 다 제가 직접 디자인해서 만든 것들이거든요. 옷은 판매하지 않냐는 문의가 굉장히 많이 와서 카테고리 확대를 생각하고 있어요.

-커스텀 블랭크의 소재도 독특해요.

맞아요. 일반 소재가 아니라 반사가 되는 스카치라이트 소재예요. 그래서 오묘한 느낌이 있어요. 확 튀지 않으면서도 일반 면 소재는 아니어서 캔버스, 가죽 등 다른 소재들과 잘 어울려요.

-브랜드를 만들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그들에게 조언 한 마디 해주세요.

일단 동업은 위험한 것 같아요.(웃음) 그리고 돈이 오가는 계약은 처음에 아무래도 잘 모르는 게 많잖아요. 그런 것들을 좀 더 신중하게 고민해서 하셨으면 좋겠어요. 저도 브랜드를 입점했다가 그곳이 망해서 돈도 못 받고 끝난 일이 있었거든요. 그런 일이 생기면 어떻게 해야 될지 잘 모르니까 당황스럽더라고요.

-외국인에게도 인기가 많다고 들었어요.

한국 분들은 가방을 구매하시는 분들 중에서 커스텀을 하시는 분들이 많지는 않아요. 그런데 일본이나 중국에서 커스텀을 굉장히 좋아하시더라고요. 한류가 있다 보니 연예인 이름을 한글로 하시는 분들도 많아요. 일본 시부야에서 팝업 스토어를 하고 있고, 중국 진출도 진행 중이에요.

-앞으로 해보고 싶은 작업이 있나요?

지금도 다른 브랜드와 하고 있는데요. 컬래버레이션을 더 많이 하고 싶어요. 이 블랭크에 개인의 메세지가 아니라 그 브랜드의 메세지를 채우는 방식으로 컬래버레이션을 하는데 다른 분야의 브랜드들과 하면 재미있을 것 같아요.


-이 블랭크에 어떤 이야기가 담겼으면 좋겠어요?

지금까지는 이니셜이나 기념일 같은 단순한 문구들이 많았어요. 앞으로는 자기 자신을 드러낼 수 있는 메세지가 많아졌으면 좋겠어요. 내가 좋아하는 영화, 음악, 작가나 책의 문구처럼 자신의 취향이나 생각을 드러내는 문구요. 이 블랭크를 자신을 드러내는 하나의 방식으로 받아들여주셨으면 좋을 것 같아요.

-디자이너님이 다른 누군가에게 선물을 한다면 어떤 문구를 담고 싶나요?

사실 문구 정하는 게 정말 어렵더라고요. 가끔 고객님들도 '뭐가 좋을까요?'라며 저에게 물어보세요.(웃음) 제가 가장 좋아하는 문구는 '화양연화'예요. 오프라인에 진열하기 위해 한자로 화양연화를 써서 만들어놓은 게 있는데 볼 때마다 좋더라고요. 뜻도 좋고요.

-앞으로의 꿈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현실적인 꿈을 말씀드리면 매장을 갖는 거예요. 그 매장에서 그저 제품만 사고 파는 게 아니라 사람들이 와서 쉬다 갈 수 있는 그런 장소를 만들고 싶어요. 브랜드 차원에서 보면 메세지를 담는 이 블랭크가 많이 알려져서 많은 사람들이 재미를 느끼고 즐겼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가방 외의 다른 카테고리로 영역을 넓히는 것도 꿈이에요.

06sejong@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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