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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①]'리틀포레스트' 임순례 "日원작과 다른 한국적 정서 녹였다"

이승미 기자

기사입력 2018-02-22 14:42



[스포츠조선 이승미 기자]관객들에게 따뜻한 위로와 힐링을 전해줄 휴먼 영화 '리틀 포레스트'(임순례 감독, 영화사수박 제작). 연출을 맡은 임순례 감독이 21일 오후 서울 중구 삼청동 카페에서 진행된 인터뷰에서 개봉을 앞둔 소감과 영화 속 비하인드 에피소드를 전했다.

'제보자'(2014) '남쪽으로 튀어'(2012)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2007) '와이키키 브라더스'(2001) 등을 통해 부드럽지만 힘이 있는 연출력으로 언론과 대중 모두에게 인정 받아온 임순례 감독. '글로리데이'(2015), '미안해, 고마워'(2011) 등을 제작하며 제작사로도 확고히 자리를 잡아온 그가 4년만의 연출작 '리틀 포레스트'로 오랜만에 관객을 찾는다.

일본 영화로도 제작된 바 있는 동명의 일본 만화를 원작으로 하는 '리틀 포레스트'는 화려하고 거대한 스케일의 블록버스터, 자극적인 설정의 스릴러, 진득한 눈물을 강요하는 이야기들이 넘쳐나는 최근 영화판에서 단연 눈에 띄는 작품이다. 한국의 아름다운 사계절의 풍광과 그 안에 살아가는 20대 젊은이들의 모습을 보여주며 소박하면서도 가슴에 깊은 울림을 선물한다.이날 임순례 감독은 일본 특유의 색체가 강한 원작을 한국판 '리틀 포레스트'로 바꾸는 것이 중했다고 설명했다.
"일본문화가 우리와 비슷한 것 같지만 굉장히 다르다. 음식도 굉장히 다르다. 일본 영화의 판권을 만화를 출판한 출판사가 가지고 있었는데, 그 판권을 얻는 조건이 굉장히 까다로웠다. 일본 만화의 원작을 최대한 훼손하지 않아야 한다는 계 그쪽에서 내세우는 조건이기도 했다. 대부분의 일본 소설 및 만화 원작의 일본 영화가 원작과 굉장히 비슷한 것도 그 때문이다. 하지만 결말에 일본 전통 무용과 전통 공동체가 나온다거나 한국에는 너무나 생소한 일본 음식을 나오게 할 수는 없었다.

원작에서 나오는 일본 시골의 공동체를 그대로 가져왔으면 굉장히 어색했을 거다. 그리고 우리 영화의 타깃층은 20~30대 여성인데, 젊은 층들에게도 공감대를 자아내지 못했을 거다. 사실 원래 구상했던 우리 영화의 결말도 다른 게 있었다. 그런데 그렇게 가려고 하니 우리 영화 연출부 젊은 친구들이 너무 싫어하더라. '6시 내고향'이냐고 하더라.(웃음) 그래서 다르게 설정했다.


그리고 정서적인 측면도 변화가 필요했다. 원작에서는 여주인공의 엄마가 굉장히 일찍 집을 나간다. 그런데 우리나라에서는 '혜원이 수능을 보고난 후'로 늦췄다. 그게 한국 관객들이 더 받아들일 수 있을거라 생각했다. 그리고 혜원이 안전하게 살고 있다는 느낌을 받게 하는 게 중요했다. 그래서 원작에서 고양이 대신 마당을 지키는 백구를 등장시켰고 혜원의 집에 친구들이 자주 방문하는 등 친구들의 역할도 강화했다."

이어 임순례 감독은 극중 배추 된장국, 수제비, 막걸리, 크림브륄레, 오코노미야끼, 시루떡 등 음식 설정에 대한 이야기도 했다.

"사실 음식을 정하는 게 참 힘들었다. 어쨌든 우리 영화의 주 타깃층은 젊은이들이기 때문에 너무 토속적으로 간다면 안될 거라 생각했다. 1시간 내내 청국장 같은 음식만 보면 심심할 거라는 생각도 했다. 그래서 토속적인 음식과 젊은 층들이 좋아하는 음식을 적절하게 섞으려 노력했다. 그리고 각 사계절에 어울리는, 그 계절에서 구할 수 있는 식재료를 가지고 상황에 따라 만들어 먹을 수 있는 음식들로 설정했다."

지난 2005년부터 서울을 떠나 양평에서 전원 생활을 하고 있는 임순례 감독, 그는 자신의 삶의 '리틀 포레스트'를 연출하는 데 영향을 끼쳤다는 이야기를 했다. 그는 "아무래도 내가 도시에 살았을 때 이 영화의 연출 제안을 받았다면 선뜻 받아들이지 못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2005년 이전, 그러니까 서울에 살 때 이영화의 제의를 받았다면 굉장히 뜬금없는 제의라고 생각했을 것 같다. 하지만 지금 나는 영화 속 혜원 같이 살고 있다. 내 삶과 다르지 않는 이야기이니 거부감이 없었다.


젊은 스태프들은 처음에는 정말 시골 생활에 대해 전혀 몰랐다. 어떤 작품이 어떤건지도 농사를 어떻게 짓는지도 심지어 삽질도 제대로 못했다. 하지만 시간이 가고 게절을 보내면서 친구들이 점점 능숙해졌다. 작품들의 이름을 외우고 자연과 동화됐다. 그리고 영화 촬영중에 함께 했던 개구리나 같은 생명들도 정말 소중하게 다뤘다. 영화 촬영 중에 사용하고 난 다음에는 아무리 멀어도 꼭 그 생명들이 있던 자리에 되돌려놓곤 했다. 생명의 소중함을 느낀거다. 나는 우리 영화를 보시는 분들도 이러한 감정을 꼭 느끼셨음 좋겠다."

한편, '리틀 포레스트'는 시험, 연애, 취업 등 뭐하나 뜻대로 되지 않는 여자가 모든 것을 뒤로 한 채 고향으로 돌아와 오랜 친구들과 특별한 사계절을 보내며 자신만의 삶의 방식을 찾아가는 이야기를 그린다.

김태리, 류준열, 문소리, 진기주 등이 출연하고 오는 28일 개봉한다.

smlee0326@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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