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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만평] 일본 한반도 통치설 담았던 '에이지 오브 엠파이어', 리마스터로 20년 만에 부활

송경민 기자

기사입력 2018-02-21 15:17





실시간 전략(Real-Time Strategy, 이하 RTS)은 20세기 전 세계 게임 시장을 뒤흔든 장르다. 1992년 웨스트우드 '듄 2', 1995년 '커맨드 앤 컨커', 블리자드 '워크래프트 2', 1998년 '스타크래프트' 등 이름만 들어도 누구나 알 만한 게임들이 쏟아져 나왔다.

밀리터리, 판타지, SF 등 다양한 주제로 출시된 RTS 게임 중에서 인류가 걸어온 길, '역사'를 바탕으로 제작된 게임도 있었다. 1995년 동서게임채널에서 출시한 '광개토대왕', 북미 앙상블 스튜디오가 1997년 출시한 '에이지 오브 엠파이어(Age of Empires, 이하 AOE)', 같은 해 국내 개발사 HQ 팀에서 출시한 '임진록' 등이 대표적인 역사 RTS 게임이다.

그중에서도 'AOE'는 그리스, 로마, 프랑크, 비잔틴, 켈트, 바이킹 등 유럽 문명뿐만 아니라 이집트, 카르타고, 에티오피아, 말리 등 아프리카 문명, 아즈텍, 마야, 잉카 등 아메리카 문명과 한국, 중국, 일본, 몽골, 인도, 훈족, 페르시아, 투르크 등 아시아 문명에 이르기까지 전 세계 여러 문명을 등장시켜 인기를 얻었다.

RTS 게임은 자원을 채취하고 건물을 건설하며 병력을 생산해 적 세력을 처치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AOE'도 큰 틀에서 보면 이와 다르지 않지만, 당시 존재했던 RTS 게임과 차별성을 두기 위해 '역사'를 배경으로 했다. 여기에 자원, 시대 발전, 외교, 교역, 불가사의 건설 등 다양한 전략적 요소를 더해 시리즈를 거듭하면서 역사 RTS 게임으로 입지를 다졌다.

'AOE'는 역사 RTS인 만큼 '거북선', '재규어 전사', '코끼리', '예니체리' 등 각 문명을 대표하는 특수 유닛이 존재했다. 시리즈 초반에는 모든 문명을 비슷하게 설정하고 건물이나 유닛을 조금씩 다르게 만드는 방법으로 밸런스를 유지했으나 시리즈가 거듭되면서 이런 특수 유닛이 점차 다양하게 등장하게 돼 점차 밸런스를 맞추기 어려운 게임이 됐다.

그런데도 'AOE'는 인기 있는 게임이었다. 당시 RTS 중에는 '스타크래프트' 같은 거성이 있었음에도 'AOE'를 즐기는 유저가 더 많은 PC방이 있었을 정도였다. 기존 RTS 장르와 다르게 실제 역사를 배경으로 한다는 점과 우리나라 '고조선'이 문명 중 하나로 등장하는 점이 인기 있는 이유였다.

하지만 문명 중에는 고대 일본 국가인 '야마토'가 등장하는데, '야마토' 관련 캠페인을 진행하다 보면 한반도 남부 지방을 일본이 통치했었다는 대표적인 일본 역사 왜곡설인 '임나일본부설(任那日本府?)'을 그대로 가져와 비난을 받았다. 이와 관련해 당시 국내 유저들은 'AOE'에 대해 대대적인 불매운동을 벌이기도 했다.

역사 RTS 장르를 전 세계적으로 유명하게 만든 게임으로 'AOE'는 이러구러 출시된 지 20주년을 맞았다. 이를 기념해 지난해 세계 최대 규모 국제 게임 전시회 'E3'에서는 'AOE'를 최신 게임 트렌드에 맞게 수정한 리마스터 버전인 '데피니티브 에디션(Definitive Edition)'이 공개됐다.


'데피니티브 에디션'은 우선 그래픽이 4K까지 지원되도록 눈에 띄게 좋아졌다. 여기에 건물에서 생산된 유닛을 쉽게 모으는 '집결지' 설정, 주변 자원 자동 채취, 건물 건설 취소 시 자원 100% 환급 등 편의 기능이 추가됐다. 음악도 새로 녹음됐고 국내에서 문제가 됐던 '임나일본부' 관련 캠페인도 수정됐다.

한 업계 관계자는 "'AOE'는 인간 역사와 문명을 전략적 게임성과 잘 결합해 이후 나온 수많은 역사 RTS 게임에 영향을 준 게임이다"라며 "출시 후 20년 동안 이어져 온 IP인 만큼 이번에 정식 출시된 리마스터 버전 '데피니티브 에디션'은 고전 게임 유저들로부터 적지 않은 관심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그림 텐더 / 글 박해수 겜툰기자(gamtoon@gamtoo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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