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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김영록 기자]'화유기'는 여전히 어수선하다. 하지만 차승원과 이승기의 절절한 멜로 연기만큼은 '진짜'다.
뾰로통해진 진선미에겐 "뚜껑 열렸지? 뚜껑 닫아줄게"라며 머리를 쓰다듬고 포옹해주는가 하면, "가짜로 두번 결혼했는데, 세번째는 진짜로 나한테 시집올래? 원하는 거 다 해줄게"라고 말해 그녀를 심쿵하게 했다. 슬그머니 진선미의 무릎을 베고 눕는가 하면, '지켜주고 싶다'는 말에 "날 곱게 보내주고 싶냐. 난 막 다루는게 좋은데"라며 앙탈까지 부렸다. 부동산에서 일하고 있는 진선미를 향해 무차별 키스를 퍼부으며 귀여운 연하남 같은 매력도 발산했다.
그런가하면 차승원이 맡은 우마왕은 '햅격'과 '양아치'로 대표되는 그간의 코믹을 벗고 애절하고 진중한 남자로 거듭났다. 그는 '별의 힘을 이용해 나찰녀의 죄값을 대신 받는다'는 아사녀의 제안을 받아들였다. 위험성도 잘 알고 있었고, 수보리조사(성지루)와 손오공, 마비서(이엘) 등 주위의 만류도 아사녀의 고통스런 윤회를 끊어주고 싶다는 일념으로 칼같이 거절했다.
나찰녀를 데려온 것은 손오공이 최후의 의식을 앞두고 수보리조사를 다그친 덕분이었다. 손오공은 우마왕에게 "죽지마. 마왕 죽으면 심심해"라며 다시금 츤데레를 발산했고, 우마왕은 평소와 달리 말 대신 행동으로 답했다. 여주인공의 비중은 갈수록 줄어들고 이야기는 여전히 혼란스럽지만, '화유기'를 하드캐리하는 두 배우의 진실한 매력이 교차하는 순간이었다.
우마왕은 신녀인 진선미의 힘을 이용해 본래의 목적을 달성했다. 그를 향해 쏟아져내리는 1만년어치 죄업의 화살은 90년대 B급 SF영화의 레이저가 떠오를 만큼 그의 열연에 미안할 만큼 조악했다. 하지만 1000년전 나찰녀와 이별하던 순간, 나찰녀의 애처로운 현실이 교차되는 사이 차승원의 열연은 돋보였다. 마지막 순간 남긴 "사랑하오"라는 대사에도 절절한 진심이 담겨있었다.
이야기 진행은 늘어지고, 설정은 빈약하고, 진행은 혼란스럽고, 시작부터 초대형 방송사고와 갑질 논란까지 일었던 '화유기'. 하지만 보는 이의 가슴을 자극하는 차승원과 이승기의 절절한 멜로 연기가 자칫 망작이 될 수 있었던 이 드라마를 살려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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