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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③] 김현숙 "'막영애', 박수칠 때 떠나야 하나 고민했죠"

백지은 기자

기사입력 2018-02-02 17:05



[스포츠조선 백지은 기자] tvN '막돼먹은 영애씨'는 2007년 시작해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는 국내 최장수 시즌제 드라마다.

10년이 넘게 하나의 드라마를 끌고온다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었지만, 작품은 이영애(김현숙)을 중심으로 현대인들의 현실적인 애환과 러브라인 판타지를 절묘하게 배합해 공감과 흥미를 동시에 자극한다는 평을 들으며 지속적인 인기를 끌어왔다. 하지만 그 긴 세월, 좋은 일만 있던 건 아니다. 잘 나가던 '막돼먹은 영애씨' 시리즈에 가장 고비가 드리웠을 때가 바로 지난 시즌 14,15다.

시즌14에서는 시청자에게 가장 많은 사랑을 받았던 김산호가 재등장해 이승준과 삼각관계를 형성, 누가 이영애의 남자로 남을 것인지 흥미를 돋웠지만 결국 이렇다할 진전 없이 흐지부지하게 시즌이 마무리돼 혹평을 받았다. 그리고 이어진 시즌15는 더욱 지지부진한 삼각관계가 이어져 골수팬들의 원성을 샀다. 이영애와 직장 동료들의 고군분투로 현실 직장인들의 다친 마음을 쓸어내렸던 '막돼먹은 영애씨' 초심을 잃었다는 지적이었다. 이 시간 동안 주연 배우인 김현숙 또한 마음고생이 심했다.

"솔직히 나도 가끔 저번시즌에서 '박수칠 때 떠나라'는 말을 들었을 때 그런 생각을 했었다. '너무 욕심이 아닌가'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었다. 나도 제작자 마인드로 한지가 오래됐다. 그런데 다른 작품을 해보면 이게 좋은 작품이었다는 걸 새삼 느낀다. 솔직히 우리나라 드라마에서 여성 캐릭터는 워낙 주체적이지 못하고 거의 서브 역할에 가까울 만큼 영향력이 없다. 여성이 꼭 필요한 존재로 나오는 드라마나 영화가 거의 없다. 그래서 다른 작품을 하다 보면 정신이 바짝 든다."


사실 '막돼먹은 영애씨' 시리즈 초반은 그야말로 센세이션이었다. 남자 직원들이 회사에서 야동을 보고, 그런 남자 직원들의 추태에 발 닦은 수건을 짜 커피를 타는 등 엽기적인 행각을 벌이는 이영애와 변지원의 호흡은 폭소를 자아냈다. 남자도 울고갈 만한 힘으로 각종 변태와 괴한을 때려잡는 이영애의 모습 또한 사이다였다. 하지만 시즌이 길어지면서 극의 성질이 조금 많이 변한 게 사실이다.

"영애의 옛날 기이한 행동들은 나도 놀란적이 많았다. 그런데 한설희 작가가 '왜 놀라, 나도 며칠 전에 이랬는데'라고 하더라. 작가들의 경험담이 많다. 가끔 팬분들이 올려주시는 옛날 글이나 장면을 보면 새록새록 떠오른다. 정말 신선했더라. 그때는 정말 내가 봐도 센세이션했고 일상적이었고 리얼했다. 제목부터 '덩어리는 부서지지 않는다' 이런 적나라한 제목이었다. 그러나 변할 수밖에 없다. 골수팬들은 '옛날에는 평범한 내용으로도 재미있었다'고 하시는데 사실 여기까지 오면서 계속 변태 때려잡고 그럴 수는 없지 않나. 작가들도 분명 고충이 많을 거다."


그렇다면 '막돼먹은 영애씨'는 언제까지 계속될 수 있을까.

"나도 예측이 정말 안된다. 더 이상 에피소드가 나올 수 있을까 싶다. 그런데 정말 고통스러운 만큼 잘 나오더라. 내가 너무 힘들고 고통스러울수록 퀄리티가 좋다. 이번 시즌도 작가들은 정말 만신창이가 됐다. 정말 영혼에 장기까지 다 썼다고 하더라. 아마 영애를 결혼시키지 않은 것도 다음 시즌을 계속 생각해서 그랬던 것 같은데 내가 '다음 시즌을 가고 싶으면 다 쏟아야 한다. 재미있어야 반응이 오고 결과가 좋아야 가지 않겠나. 이번이 마지막이다 생각하고 쓰라'고 했다. 최선을 다했는데 무슨 후회가 남겠나. 어쩔 수 없이 냉정한 바닥이다. 시청자와 회사가 원해야 가는 거다. 항상 이번이 마지막이라는 생각으로 촬영한다."

silk781220@sportschosun.com, 사진=정재근 기자 cjg@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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