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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줌人]'그것만이' 박정민, '말아톤' 조승우의 그림자를 지우다

이승미 기자

기사입력 2018-01-06 11:49



[스포츠조선 이승미 기자] 지난 2016년 영화 '동주'(이준익 감독)로 그해 열린 시상식의 신인상을 모조리 석권한 박정민. 윤동주 시인의 사촌이자 독립운동가인 송몽규 역을 맡아 폭발적인 열연을 펼치며 영화계룰 깜짝 놀라게 한 박정민이 영화 '그것만이 내 세상'(최성현 감독)을 통해 180도 다른 모습으로 다시 한 번 모두를 놀래킨다.

오는 17일 개봉하는 '그것만이 내 세상'은 주먹만 믿고 살아온 한물간 전직 복서와 엄마만 믿고 살아온 서번트 증후군 동생의 야이기를 그린 휴먼 코미디 영화다. 극중 박정민은 서번트 증후군, 다시 말해 자폐증 청년 오진태 역을 맡았다. 진태는 남들과는 다르지만 인상성도 바르고 늘 "네~라고 대답하는 순수하고 아이 같은 인물로 레슨 한 번 받지 않고 휴대폰 동영상으로만 본 피아노 연주를 완벽하게 해내는 천재.

이번 작품을 계기로 특수학교에서 직접 봉사활동을 하며 서번트증후군 환자들을 직접 만나봤다는 박정민은 말투와 표정, 손동작, 발걸음부터 살짝 구부정한 자세 하나하나에도 섬세함을 기해 서번트증후군의 특징을 오버스럽지 않으면서도 사실적으로 담아냈다. 서번트증후군 환자로서의 움추러든 몸동작과 손가락을 유지하면서도 대역 없이 100% 실제로 연주한 환상적인 피아노 연주 연기를 보고 있노라면 감탄이 절로 나온다.
특별한 능력을 가진 자폐증 청년을 주인공으로 내세운 영화는 '그것만이 내 세상'이 처음이 아니다. 마라톤에 천부적인 재능을 가지고 있는 자폐쯩 청년 초원의 이야기를 그린 '말아톤'은 지난 2005년 개봉해 흥행은 물론, 평단은 호평까지 이끌어냈다. 특히 극중 주인공 초원 역을 맡은 조승우의 완벽한 연기는 흠잡을 곳 없이 완벽했다. "초원이 다리는 백만불짜리 다리"라는 그해 최고의 유행어를 탄생시켰던 초원이는 아직까지 영화팬들 사이에서 조승우의 인생 캐릭터로 꼽힌다.

영화와 캐릭터가 모두 엄청난 사랑을 받았던, 지금도 받고 있는 작품이기 때문에 관객은 '그것만이 내 세상이' 속 오진태의 설정에 자연스레 '말아톤'과 조승우를 떠올릴 수 밖에 없다. 실제로 '그것만이 내 세상'에서 박정민과 형제 호흡을 맞춘 이병헌 역시 인터뷰를 통해 "박정민이 '말아톤' 조승우라는 큰 산을 넘을 수 있을지 우려되기도 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하지만 영화 속 박정민이 연기한 진태는 조승우가 연기한 초원과는 달랐다. 초원보다 더 주변사람들에게 의존적인 캐릭터를 구축했고 직접 의상부터 안경, 가방에 이르기까지 소품 하나까지 아이디어를 더해 신선함을 더했다. 어정쩡한 걸음걸이와 손모양, 연신 "네~" "네~"라고 말하는 목소리 톤 역시 초원과 달랐다. 영화를 보는 내내 '말아톤' 조승우의 모습은 전혀 떠오르지 않았다.

이런 박정민의 연기에 이병헌 역시 감탄했다. 이병헌은 "'말아톤' 조승우와 비교될 수밖에 없었을 거다. 잘 연기해도 '잘 따라했다' 정도의 평가밖에 받지 못할거란 생각도 했다. 하지만 박정민은 전혀 달랐다. 자기만의 해석으로 자기만의 연기 디테일로 전혀 새로운, 완전히 사랑스러운 캐릭터를 만들어냈다. 그런 연기를 보고 있는 게 놀라울 정도였다"고 말했다.

한편, '그것만이 내 세상'은 주먹만 믿고 살아온 한물간 전직 복서 조하(이병헌)와 엄마만 믿고 살아온 서번트 증후군 동생 진태(박정민), 살아온 곳도, 잘하는 일도, 좋아하는 것도 다른 두 형제가 난생처음 만나 펼쳐지는 이야기를 그린 '역린'(2014)의 갱을 썼던 최성현 감독이 메가폰을 잡고 이병헌, 윤여정, 박정민 등이 출연한다. 1월 17일 개봉.

smlee0326@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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