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②] 정려원 "'풍선껌' 이후 아웃될까 슬럼프, '마녀'로 이겨냈죠"

백지은 기자

기사입력 2017-12-18 10:12



[스포츠조선 백지은 기자] 사실 정려원이라는 이름을 들었을 때 가장 먼저 떠오르는 건 화려한 이미지다.

2000년 걸그룹 샤크라로 데뷔해 많은 인기를 누렸고, 연기자로 전향한 뒤에는 연예계 대표 패셔니스타로 뭇 여성들의 부러움을 한 몸에 샀다. 한마디로 '여성들의 워너비 스타'였다는 얘기다. 그러나 정려원은 그러한 이미지에 가려져 털어놓지 못했던 마음 고생을 고백했다.

"저는 그렇게 많이 변하지 않았는데 시대가 그 어느 때보다 활발하게 변하고 있다는 생각을 했어요. 그 속에서 제가 뭘 할 수 있을지, 업그레이드된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지 고민했어요. 예전처럼 시나리오가 막 들어오지 않으니까 대본을 받으면 감사하면서도 두려웠어요. 이걸 거절하면 언제 기회가 또 올지 모르니까 정말 신중하게 봤어요. 그런데도 못할 것 같다는 공포 때문에 아쉽게 떠나보낸 작품들이 있다 보니 내 것이 없을 것 같았어요. 이런 건 거의 처음이었어요. 항상 무언가를 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던 것 같은데 '풍선껌' 이후 30대 중반이 되면서 캐스팅이 적게 들어오는 걸 보고 여기서 뭔가를 극복해내지 않으면 안되겠구나 싶었죠."


1년 여간 남모를 심적 부담을 안고 지내던 차에 들어온 작품이 바로 KBS2 월화극 '마녀의 법정'이었다. 기존에 봤던 어떤 작품보다 대사량도 많고 캐릭터의 결도 달랐지만 더이상 물러날 곳이 없다는 절박함에 출연을 결심했다.

"멜로가 아닌 장르물이 들어왔을 때 해내지 못하면 이 사이클에서 완전히 아웃되겠다 싶었어요. 이걸 안하면 나중에 이 사이클이 더 미친 듯이 돌아갈 때 더한 게 들어오면 못하겠다는 생각이었어요. 두려움 반으로 미팅을 했어요. 잘하고 싶은데 거짓말을 하긴 싫어서 잘할 수 있다는 얘기는 못하고 잘하고 싶다고만 했어요. 안될 거라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감독님이 같이 해보자고 하시더라고요. 제가 반신반의하는 걸 보셨을텐데도 저를 믿어주셨다는 생각에 머리도 자르고 바로 캐릭터에 돌입했어요. 그런데 식은땀이 계속 나고 꿈까지 꾸더라고요. 촬영할 때까지 반복이었어요."


출연을 결정하고도 무거운 중압감이 정려원을 짓눌렀다. 멜로가 강세인 가을에 장르물을 선보인다는 것, 무거운 주제를 다룬 작품이라는 것, 이 드라마로 인해 피해자들이 또 상처받지 않을까 하는 우려 등으로 고민에 빠졌다. 그러나 정려원은 더이상 물러나지 않았다. 속물 근성과 출세욕이 있는데다, 속에 있는 말은 담아두지 못하고, 타인의 감정과 상처에 공감도 잘 하지 못했던 마이듬이 여진욱(윤현민)과 여성가족부 식구들을 만나며 조금씩 성장하는 모습을 유쾌하고 시원하게 그려냈다. 그러면서도 어머니가 성고문 피해자였다는 걸 알고 모친에 대한 절절한 그리움과 사랑을 드러내며 시청자의 마음을 먹먹하게 만들기도 했다. 정려원의 하드캐리에 힘입어 '마녀의 법정'은 방송 3회 만에 시청률 10%대를 돌파, 월화극 1위로 유종의 미를 거뒀다.


"4회까지는 리액션이 좋다고 다시 찍자고 하면 또 못하겠더라고요. 카메라가 너무 무서워서 화장실에 숨기도 하고 엄지발가락에 하도 힘을 줘서 발에 쥐가 나기도 하고 살도 계속 빠졌어요. 브리핑을 하거나 전문적인 모습을 보여주는, 저희끼리 '프리스타일 랩하는 구간'을 찍을 때마다 조금씩 자신감이 붙었던 것 같아요. 이 작품이 재미있고 좋아서 선택했는데 제가 잘못 선택한 건 아닐지 두려웠고 제발 통했으면 좋겠다는 마음을 항상 갖고 있었어요. 그런데 좋게 봐주셔서 뿌듯해요. 겁이 너무 많아 못할 거라고 생각했던 것도 막상 부딪히면 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두려움이라는 건 극복하면 저에게 어마어마한 자산이 되는 것 같아요."

silk781220@sportschosun.com, 사진제공=키이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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