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단독인터뷰] 나몰라패밀리 "OK, 간만에 찾아뵙게 됐는데...모르겠어요"

정준화 기자

기사입력 2017-11-23 08:56 | 최종수정 2017-11-23 15:23




[스포츠조선 정준화·박현택 기자]

"오케이~ 진샤 간마눼 차좌뱁게 된 거 같은데~일케 촤자뱁께 된 이유가 솔지기 오늘은 여러분께 좌랑 아닌 좌랑 좀 할까 하는데 뭐냐면-싸아실 셀럽들만 한다는 인터뷰가 들어와서. 오케이 최초 공개할게요."(고장환
)

"오케이~ 바로 이 인터뷴데, 모오루겠어요 진샤 놀리는 거 같기도 하고, 약간 진샤 나보다 신발에 더 관심이 있는 거 같긴 한데 모오루겠어요."(고장환)

얼굴을 반 이상 가린 빨간색 벙거지 모자. 검지와 중지를 붙인 정체 모를 핸드 사인. 좀처럼 알아 듣기 어려운 말투로 늘어 놓는 허세들. 그렇게 오묘한 스웨그를 뿜어내며 고장환(나몰라패밀리)이 SNS 스타로 떠올랐다.

어쩌면 이제 '허세'가 아닐 수도 있겠다. 이미 셀럽들의 셀럽이 됐기 때문. 워너원, 비투비 등 다양한 스타들이 그의 말투와 패턴을 패러디하고 있으며, 각종 SNS에는 그의 셀프 영상이 도배되고 있는 바다. 수백만의 조회 수를 훌쩍 넘기고 몇 만 건의 댓글이 달리는 등 수치상으로도 뜨겁다.

375 사이즈의 거대한 신발이 일단 한 몫 했다. 지난 5일 자신의 인스타그램 계정에 게재한 '375사이즈 아디다스 신발' 영상이 화제로 떠오른 것. 말도 안 되는 사이즈의 신발을 다양한 크기의 사물과 비교한 형식인데, 고장환이 선보이는 특유의 말투와 허세, 예상하지 못한 '꺾기'가 웃음 포인트다.


인기가 대단하다. 나몰라패밀리는 온몸으로 열기를 체감하고 있었다.

" 솔직히 예전에는 거리를 걷다가 장환이한테 와서 '사진 좀 찍어주세요'라고 하시는 분들이 많지 않았어요. 그런데 요즘에는 먼곳부터 뛰어오셔서, 장환이 옆에 붙어서는 '저기, 모르겠어요! 모르겠어요!' 하면서 좋아하세요. 알겠다는 건지 모르겠다는 건지(웃음). 그런 모습을 보면, 제 행복지수도 높아지는 걸 느껴요. 가끔은 잠에서 빨리 깨고 싶기도 해요. 인스타그램이나 커뮤니티 등에서 쏟아지는 장환이에 대한 관심을 얼른 보고 싶어서요."(김태환)


한방에 '빵' 터지긴 했지만, 이는 꾸준히 기울여온 노력을 결과다. 고장환은 그간 코믹한 영상을 다양한 방식으로 SNS에 올리면서 골수 팬들을 모았고, 이들이 '코어'가 됐다. 앞서 약 1년 여에 걸쳐 꾸준히 게재하고 있었던 영상들도 재조명 받고 있는 상황이다.

궁금증도 높아지고 있다. 고장환은 대체 누굴 따라하고 있는 걸까.

"(웃음) 사실 아는 동생 중에 언더그라운드에서 힙합을 하는 친구가 있어요. 가깝게 지내는데, 그 친구의 말투가 어느 날부터 너무 웃긴 거에요. '진샤,,,형,,,진샤 약간 불태우자,,,형,,' 이런 식인데, 무슨 말을 하는건 지 알아듣기 어렵고, 단어 하나하나마다 늘 스웨그가 있거든요. 그게 너무 재미있어서, '이거 내가 한번 해봐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런데 중요한건, 그 동생은 그 캐릭터가 본인을 따라해서 탄생된 것인지를 모른다는 점이에요. (웃음) 심지어는 화제가 된 현재까지도, 영상을 본인도 엄청 보는데도 그게 자기인줄을 몰라요. 얼마전에 전화가 오더니 '진샤, 형, 형 그거 진샤 웃겨요, 형' 이러는 거에요. 아마 이 인터뷰가 기사로 나가도 본인인 줄 모를거예요. (웃음)"

고무적인 것은 뜨거운 관심의 플로우다. 화제성은 '고장환'에 이어 '나몰라패밀리'(김경욱·김태환·고장환), 이들이 수년간 이어오고 있는 '핫쇼'로까지 이어지면서 예매율 1위, 만족도 10.0점짜리 공연으로 자리매김 하게 됐다.

직접 고장환에게 DM(다이렉트 메시지)를 보냈고, 인터뷰가 성사됐다. 유쾌한 세 사람이지만 개그와 자신들의 브랜드 공연 '핫쇼'에 대한 열의와 자부심은 '진샤'였다.



- 요즘 인기를 실감하시나요.

(장환) 처음에 SNS로 퍼져서 그런지, 아무래도 SNS로 반응이 많이 가장 많이 와요. DM(다이렉트 메시지) 으로도 "재밌다", "팬이다" 이렇게 메시지를 주시죠.

(태환) 장환이는 요즘 '셀럽의 셀럽'인 것 같아요. SNS를 보면 다른 연예인 분들이 장환이를 패러디하시는 것도 많이 봤거든요. 한번은 '인기가요'를 보는데 어떤 아이돌이 장환이 흉내를 내시더라고요. 상상도 못했던 일입니다.

(경욱) 사실 장환이가 '빵' 터진건데, 저와 태환이한테도 지인들이 개인적으로 연락을 줘요. 너무 재미있고 좋다고요. 나몰라패밀리로서 정말 감사하고 즐겁습니다.

- '확' 쏟아진 관심에 부담스럽진 않나요.

(장환) 진짜 모르겠어요. 근데 '부담스럽다'고 말씀드릴 정도의 위치는 아닌 것 같기도 하고요. (웃음)

(태환) 솔직히 예전에는 거리를 걷다가 장환이한테 와서 '사진 좀 찍어주세요'라고 하시는 분들이 많지 않았어요. 그런데 요즘에는 먼곳부터 뛰어오셔서, 장환이 옆에 붙어서는 "저기, 모르겠어요! 모르겠어요!" 하면서 좋아하세요. 알겠다는 건지 모르겠다는 건지(웃음) 그런 모습을 보면, 제 행복지수도 높아지는 걸 느껴요. 가끔은 잠에서 빨리 깨고 싶기도 해요. 인스타그램이나 커뮤니티 등에서 쏟아지는 장환이에 대한 관심을 얼른 보고 싶어서요.

(경욱) 표현이 조금 어색할 수도 있는데, 기획사 사장과 같은 마음이 들기도 해요. 오랫동안 함께 하면서 '정말 이 녀석 웃긴 녀석인데' 라고 생각했던 저의 감이 맞았다는 생각에 희열도 느껴져요.

(장환) 요즘은 두분이 저를 과잉보호 하기도 해요. (웃음) '너 다치면 안돼' 이런 말도 하고요. 갑자기 감동적인 이야기를 드려서 어색하지만, 사실 두 사람(경욱, 태환)은 저를 '안 껴줘도' 되는 사람들이었어요. 본인들만으로도 일이 잘됐었거든요. 그런데 아무 것도 없었던 저를 멤버로 받아주고, 제가 어떤 개그를 해도 늘 한결같이 웃어줬어요. 그건 절대 쉬운 일이 아닙니다. 그런 것들을 기억하고 있기 때문에 두 사람에겐 마음의 빚이 있죠. 이 사람들에게 보답하고 싶다, 내가 잘 되어서 '득'이 되어주고 싶다는 생각이죠. 그런데 요즘 조금씩 대중의 관심과 애정을 얻고 있어서, 나몰라패밀리에게 조금 마음의 빚을 갚는 것 같기도 해요.



- 장안의 화제인 '모르겠어요' 콥셉트는 도대체 어떻게 시작된 건가요.

(장환) (웃음) 사실 아는 동생 중에 언더그라운드에서 힙합을 하는 친구가 있어요. 가깝게 지내는데, 그 친구의 말투가 어느 날부터 너무 웃긴 거에요. '진샤,,,형,,,진샤 약간 불태우자,,,형,,' 이런 식인데, 무슨 말을 하는건 지 알아듣기 어렵고, 단어 하나하나마다 늘 스웨그가 있거든요. 그게 너무 재미있어서, '이거 내가 한번 해봐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런데 중요한건, 그 동생은 그 캐릭터가 본인을 따라해서 탄생된 것인지를 모른다는 점이에요. (웃음) 심지어는 화제가 된 현재까지도, 영상을 본인도 엄청 보는데도 그게 자기인줄을 몰라요. 얼마전에 전화가 오더니 '진샤, 형, 형 그거 진샤 웃겨요, 형' 이러는 거에요. 아마 이 인터뷰가 기사로 나가도 본인인 줄 모를거예요. (웃음)

- 375mm의 거대 아디다스 신발에 대한 이야기도 진샤 안할 수 없군요.

(경욱) 사실 '셀럽에게 들어온 협찬'이라기 보다, 아는 지인이 '이벤트적으로 나온 신발' 이라면서, 공연에 쓰라고 준 것이었어요. 그 걸 장환이가 개그 소재로 쓴 것이고요. 저희는 협찬도 아닌데 화제가 되면 신발브랜드에도 홍보효과일 수 도 있다고 얼핏 생각했는데, 가끔 댓글이나 반응을 보면 '아디다스 너무 했다. 어떻게 사이즈도 확인 안하고 저렇게 큰걸 협찬하냐', '사람 무시하는 거냐', '저걸 어떻게 신냐'고 비난을 하세요. 그래서 가끔은 고맙게 신발을 전해 준 친구에게 예상치도 못한 피해가 갈까봐 두렵기도 해요.(웃음)

(장환)진샤 재미있는 반응을 보내주시는 분들도 많아요. 얼마 전에 어플 '콰이'로 영상을 하나 올렸는데, '형 목소리 맞아요? 진짜 대박이다' 이런 진지한 반응에 빵 터질 때도 있고, '칼골 모자 진짜죠?' 이런 질문을 보내주시는 분들도 많아요.(웃음)

- 시작부터 인기를 끈 건 아니고, 꽤 영상이 올라 온 후에 화제가 됐어요.

(장환) 맞아요. 아디다스 신발 때문에 터졌죠. 처음에는 마니아만 모여계셨어요. 그래도 그 마니아들이 굉장히 열성적이셨어요.

(태환) 장환이가 인스타그램으로 라이브 방송을 하는데, '간만에 찾아 뵙게...' 이 말투로 진행하면 엄청 재미있게 보세요. 그런데 웃긴 게, 장환이가 중간에 본인 말투로 '시청해 주시는 여러분 감사...' 라고 하면 갑자기 다 나가버리세요. 누구냐고. (웃음). 그랬다가 '진샤 나가지 마세요. 왜 나가는지 모르겠어요.'라고 하면 나갔다가 다시 들어오시고.(웃음) 장환이를 통해 '나몰라패밀리'가 수면 위로 올라온 기분인데, 가장 고무적인 것은 나이 어린 팬들이 늘었다는 점이에요. 사실 '나몰라패밀리'는 20대 에서 30대 팬들이 기억해주시고 좋아해주셨는데, 이제는 10대 어린 친구들까지 달려와서 싸인을 받기도 해요.



- 조금 전 나몰라패밀리가 '수면 위'라고 했는데, 큰 인기를 얻다가 왜 한동안 '수면 아래'로 내려갔다고 생각하시는 지

(경욱) 아무래도 방송을 안한 것이 큰 이유겠죠.

(태환) 저희가 사실 타협을 못하는 편이에요. ''우리가' 재미있어 하는 걸 하자'는 식이죠. 예전부터 남들도 다 하는 개그는 하기 싫어했어요.

(정환) 예를들어 '개그 1단계'를 하면 뻔히 웃음이 나오는 상황인데도, '개그 3단계' 욕심을 내는 경향이 있는 것 같아요. 뭐랄까, 대중도 중요하지만 산전수전 다 겪은 개그맨마저 웃기고 싶다는 생각들이 있어요.

- SNS로 얻은 인기, 공연에도 도움이 되던가요.

(경욱) 엄청나죠. 덕분에 관객 수가 아주 많이 늘었어요. 사실 저는 예전부터 장환이가 '정말' 재밌는 녀석이라고 생각했거든요. 그런데 (장환이가) 좀처럼 인정을 못 받고 사람들이 알아주지 않으니까, '내 웃음에 대한 믿음, 내 개그감, 내가 재밌다고 여기는 것들'에 대한 불신이 되더라고요. 그래서 '이제 장환이를 놔줘야 하나'라는 생각이 조금씩 드는 찰나에 장환이가 '뻥' 터졌죠. 덕분에 저 역시 '내 안목이 틀리지 않았구나' 라는 자신감까지 얻게 되었고요.

- 고장환을 보며 동료 개그맨으로서 느낀 점이 있다면.

(경욱) 장환이를 보면서, 가끔 '김경식 선배 같다'는 생각을 해요. 자기 캐릭터에 완전히 빠져서 사소한 행동이나 평소 모습까지 그 캐릭터 안에서 머물러 있는 것이죠. 엄청난 몰입이고 능력이에요. 아니나 다를까, 김경식 선배께서 '핫쇼'를 보러 오신 적이 있는데 공연이 끝나고 장환이에게 '넌 나를 보는 것 같다'고 하시더라고요.

(태환) 아무래도 저희도 개그맨인데다 장환이와 늘 함께 있으니까, 사실 장환이가 올리는 영상이나 개그를 보더라도 '씨익' 웃거나, 가끔씩 터지는 정도여야 맞는데, 신기하게도 그 자리에 선채로 늘 '뻥' 터지곤 해요. 어떻게 이 장면에서 이렇게 웃음을 만들지? 같은 감탄을 자아내죠.

(경욱) 개그맨들 끼리는 아는 '패턴'이 있거든요. 예상되는 공식, 흔히 사용하는 웃음의 룰 같은 것인데, 보통은 그 범위 안에서 개그가 이루어지는데, 장환이는 '아니 저기서 저렇게 꺾는다고?'하면서 놀랄 정도로 전혀 예상 밖의 패턴을 보여줘요. 그래서 저는 가끔씩 장환이가 한쪽 구석에서 영상을 찍고 있으면 일부러 그 모습을 보지 않고 기다렸다가 영상이 (인스타그램에) 올라오면 그 걸 봐요. '아디다스 영상'때도 장환이가 신발을 들고 이리저리 왔다 갔다 하더라고요. 그런데도 '너 뭐해' 라고 묻거나 지켜보지 않았어요. 저조차도 '시청자'같은 마음으로 영상을 접하고 싶은 마음인 거죠.

(장환) 제가 개그를 짜거나, 아이디어를 구상할 때 늘 떠오르는 것은 김경욱, 김태환의 얼굴이에요. '이 두 사람을 웃겨야 웃긴 것'이라는 부담감이 있죠. (웃음) 실제로 다른 사람들이 아무리 재밌다고 해줘도, 이 두 사람이 웃지 않으면 실패감이 느껴지고 초조해져요. (웃음)



- 나몰라패밀리는 김재우, 김경욱, 김태환의 팀이었는데, 김재우씨가 탈퇴하고 고장환씨를 영입했죠.

(경욱) 사실 저와 태환이, 장환이는 나몰라패밀리를 하기 전에도 셋이 함께 모여서 늘 개그도 짜곤 하는 사이였어요. 그러다가 하루는 사무실에 있는데 재우형이 '힙합으로 개그 해 볼까'라고 했어요. 당시 태환이는 옆에서 고스톱 게임을 하고 있었는데, 갑작스런 형의 제안에 서로 아이디어를 보태면서 1시간만에 개그가 짜졌어요. 그때 장환이가 우연히 그 자리에 없는 바람에 함께하지 못하게 됐죠. 원래 장환이도 우리 팀이었는데 못 챙겨줘서 참 미안했어요. 게다가 그 후에 나몰라패밀리가 워낙 잘되기도 해서요.

- '쇼미더머니'에 도전해 볼 만도 한 분들인데요.

(태환) 나가고 싶죠. 하지만 나가려면 적어도 래퍼 분들에게 피해드리지 않을 수 있을 때 나가고 싶어요. 사실 제가 개그 프로그램을 하고 있을 때, 초대손님으로 오신 가수나 배우분들이 비협조적이시거나, '대충'하시거나, 지나치게 몸을 사리시면 속으로 서운한 기분이 들거든요. 제가 '개그'에 그런 것처럼, '힙합'과 '랩'에 인생을 걸고 자기 모든 열정을 다 하는 분들이 '쇼미더머니'에 도전장을 내시잖아요. 적어도 랩, 힙합에 대해서 공부도 하고 가치관도 확실할 때 도전하고 싶어요.

(태환) 이센스, 제이통, 어글리덕같은 래퍼들을 아주 좋아하고 친한데, 이센스가 어느날 저한테 이렇게 말하더라고요. "형, 형은 가짜에요. 형은 코미디언이지, 래퍼로는 인정하지 않아요. 진정성 있게 자기 말을 하지 않잖아요"라고요. 그 말을 듣자마자 기분이 나쁘긴커녕 곧바로 사과를 했어요. 미안하다고. 그래서 진짜 내가 하려는 이야기를 쓰자는 생각을 했고, 그렇게 '야동근'이 나오게 됐습니다.(웃음)

(경욱) 저는 팀에서 나름 '메인 보컬'을 맡고 있어서, 랩은 거리가 조금 있습니다. (웃음) '핫쇼'는 노래 반, 개그 반이라고 봐도 될 정도로 음악이 중요하거든요.(웃음)



- 본인들이 만든 공연, '핫쇼'에 굉장히 많은 열정을 쏟고 있는 듯해요.

(경욱) 컬투형들처럼 되고 싶었어요. 우리의 브랜드를 가졌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고, 우리를 보기 위해 공연장을 찾아주시는 분들이 계시다는 것이 정말 행복하고 기뻐요.

(태환) 경욱이형이 '코빅'에서 나간 후에, 저희가 출연자들 사이에서 소위 '낮은 순위'가 됐어요. 비중이 작아진 거죠. 그때쯤 옆으로 문이 열리는 버스를 한대 구했어요. 발전기도 사고, 스피커도 달아서 해수욕장이나 지방을 다니면서 공연을 했어요. 그런데 그게 너무 좋더라고요. 관객의 숨결을 가깝게 느끼고 곧바로 피드백이 오니까 푹 빠진 거죠.

- 방송에 욕심이 없으신 것은 아닐텐데요.

(장환) 방송 좋죠. 하고 싶은데, 약간 욕심이 작아진 것 같기도 해요. (웃음)

(경욱) 방송을 하다 보면, 특정 코너, 특정 캐릭터로 '확' 관심을 받다가, 그 인기가 식으면 섭외가 줄어들고, 곧 도태되는 식이었거든요. 그런데 '핫쇼'는 우리가 지속적으로 가꾸어나가는 브랜드이기 때문에 더 오랜 시간 애정을 가지고 지키게 돼요. 공연을 보러 와 주시는 분들은 '당시의 내 코너', '당시의 내 캐릭터'를 반짝 좋아해 주시는 분들이 아니라, 정말 나몰라패밀리 그 자체를 좋아해 주시는 분들이거든요.

(태환) '핫쇼'를 오래 하다 보니, 기분 좋은 점이 '움직이는 팬들'이 생겼다는 점이에요. 본인들이 알아서 저희를 홍보하려고 하시고, 먼저 나서서 이끌어 나가려고 하시는 거죠. TV 공개 코미디에서는 개그 트렌드가 바뀌거나 코너가 끝나면 저희도 함께 떠나가버리는 식이었는데, '핫쇼'를 7년 하다 보니 가족적인 팬들이 많이 늘었어요. 마음이 느껴진다고 할까요. 어떤 팬은 공연 잘 봤다면서 말린 고구마를 가지고 오기도하세요. (웃음)

- 그래도 요즘은 방송가 러브콜이 상당할 것 같아요.

(태환) 감사하죠. 저희는 '공연이 좋다, 방송이 싫다'는 생각을 하는 건 아니에요. 기회가 오랜만에 왔으니 '덥썩' 물기보다 더 조심하는 것이죠.

(경욱) 어떻게보면 '공연에 몰빵'하고 있다고 봐도 좋아요. 방송도 좋고, 방송을 하고 싶지만 솔직히 가슴 한편에 '혹시 방송을 하다가 '핫쇼'에 소홀해 지면 어떡하지' 라는 생각을 하기도 해요. 공연은 연말까지 예약이 꽉 차 있는데, '혹시나 펑크를 내게되면 어떡하지?, 방송 스케줄로 피곤하다는 이유로 조금이라도 대충 공연을 하게될까?' 이런 생각들을 하는 게 사실이에요.

(태환) '몰빵'이라는 말이 맞는 게, 저희는 행사 섭외가 들어와도, 엄청난 금액 (웃음)이 아니라면, 행사보다는 원래 하던 공연에 충실하자는 '주의'거든요.



- '핫쇼'의 구성은 어떻게 되나요.

(경욱) 쉽게 말하면 관객 참여형 입니다. 기본적으로 대본은 있지만, 매 공연마다 현장성을 살려서 해당 회차의 관객에 맞추어서 공연을 하고 있어요. '핫쇼'가 유독 재관람률이 높은 이유도, '한번 보면 끝' 이 아니라, 보고 또 봐도 매번 다른 이야기가 펼쳐지기 때문이라고 생각해요.

- 7년 공연...기억에 남는 관객도 있으실 것 같아요.

(장환) 50번 넘게 보러 오신 분도 있어요. 팔짱을 끼고 무표정으로 보시다가 공연이 끝나면 오셔서 '오빠~ 오늘 너무 웃겼어' 하셔요.(웃음) .

(태환) 골수팬들은 점점 '방송국 PD'같아지기도 해요.(웃음) '재밌다' '웃기다'가 아니고, 평가나 분석을 하는 단계까지 가시는 것이죠. '시즌1보다 좋다, 아까 연기가 자연스러웠다', '아까 오빠 그 장면에서 다른 때보다 조금 (점프를) 덜 뛰더라' 같은 말씀들을 하시기도 하죠. 너무 좋아요.(웃음)

(장환) '핫쇼'가 19금은 아니지만 다소 '성인취향'이기 때문에, 가끔씩 탈의나 야한 소재를 다루기도 하거든요. 그런데 객석에 중학생들이 보여서 걱정되는 마음에 '중학생이 오셨네요, 야한 장면이 조금 나오는데 혹시 괜찮으세요?'하고 말했더니, 그 중학생이 '그 거 보러 온 건데 당연히 괜찮죠'라고 해서 관객 전체가 '뻥' 터졌죠.

(태환) 저는 자이언티가 기억에 남아요. 인스타그램에서 라이브방송을 하는데 '자이언티 입니다' 라면서 메시지가 오더군요. 당연히 누군가의 장난이라고 생각했죠. '자이언티? 이 자식이 누구를 낚으려고…'라는 생각에 '너가 자이언티면 번호를 남겨봐라' 했더니, 정말 자이언티가 번호를 남기는 거에요. (웃음) 통화를 하게되었는데, 너무 재밌고 좋다면서 따듯한 이야기를 많이 해주더라고요.



- 그래도 한 주도 쉬지 않고 매일 공연에 오르는 게 쉽지는 않을 것 같아요.

(태환) 저희는 술과 담배도 즐기는 편이 아니에요, 월요일 빼고 모두 공연이 있으니, 일상이 모두 공연에 맞추어져 있다고 봐도 될 것 같아요. (웃음). 어떤 분들은 '엄청 놀러 다닐 것 같다'고 하시는데, 실제로는 매일 셋이 그저 커피숍에 앉아서 공연 얘기를 하고 회의를 해요. 그러다가 기껏해야 지나가는 사람, 옆 테이블 사람의 캐릭터를 보면서 잡담하는 정도죠. 그리고나서 저녁엔 공연을 하러 가고요.

(장환) 너무 즐겁고 좋은데, 아무래도 체력적으로 힘든 부분은 있어요. 공연이 몸도 많이 쓰고 쉽지 않거든요.

(태환) 저는 아침에 일어나면, 일단 인스타그램에 들어가서 고스타(장환)에 대한 반응을 체크해요. '오케이, 오늘도 뜨겁군', 그 다음에는 공연예매사이트를 접속하죠. '오케이 오늘도 좀 팔렸군' (웃음). 이게 아침 패턴입니다.

(경욱) 그래도 결과로 눈으로 보이니까, 신이 나고 좋아요. 공연예매 사이트를 들어가보면 '연극 부문 예매 순위 1위 = 핫쇼' 이렇게 시각적으로 바로 확인이 가능하니까, 의욕적이 되죠. 공연 중에 뛰는 장면이 많아서 발목이 좋지 않은데도, 다 잊게되요.

이런 관심과 사랑이 더 다행인 것은, 사실 최근부터 '핫쇼'가 다른 투자 없이 오직 우리 세명만의 공동투자로 만들어진 자체 공연이거든요. 만약 누군가의 돈이나 힘이 작용했다면 지금의 관심과 인기에 조금 근심이 포함될 수도 있었다고 생각해요.

(장환) 아, 갑자기 이 말씀은 꼭 드리고 싶네요. 또 감동적인 이야기를 하려니 민망한데요 (웃음). 사실 제가 큰 활약이 없을 때도, 나몰라패밀리는 늘 수입을 정확히 셋으로 나누었어요. 그리고 심지어 큰 돈을 내야 할 상황(투자 등)에서 제가 돈이 없을 때도 두 사람이 내주곤 했어요. 그게 가슴에 남아있어서, 첫 월급을 타면 부모님 내복을 사는 회사원분들 처럼, 저도 보답하고 싶네요.



- 콤비나 트리오의 우정은, 시간이 갈수록 유지하기 힘들텐데, 세 사람은 유독 끈끈한 듯합니다.

(경욱) 세 사람 모두 결혼을 안해서 가능한 것 같기도 해요. 만약 이 중 누군가 결혼을 했다면 그 와이프가 '오빠, XX 오빠는 왜 돈을 안내?' 이렇게 묻는 상황이 올 수도 있잖아요. 아무래도 팀보다 가정을 봐야 하는 상황도 많을 것이고요. (웃음)그런데 저희는 다 총각이고 항상 함께 지내기 때문에 멀어질 일이 덜 한 것 같아요.

(장환) 그래서 저희는 40살 전에 결혼을 하면 1억을 내야 하는 조항을 만들었어요. (웃음) 실제로 나머지 두 사람에 5000만 원씩 주기로 약속했거든요. 아마 그동안 저희가 만났던 여성분들이 이 조항을 아시면 '1억 내기 싫어서 우리 잘 안된거야?'라고 하실 수도 있겠네요.(웃음)

(태환) 저희는, 선배 콤비, 트리오들이 어떻게 싸우시고 틀어지시는 지를 많이 봐 와서, 서로에게 마음에 안 드는 게 생기면 그 즉시 말하기로 약속했어요. 쌓아두면 안되겠더라고요. 예전엔 엄청 많이 싸웠죠. 쳐다보는 것도 싫었어요. 그런데 그 약속을 만든 후에는 싸움도 거의 없고, 알아서 서로에게 맞추는 편이죠.

(경욱) 벌금제를 쓰기도 해요. (웃음) 저와 장환이는 비흡연자거든요. 태환이는 흡연을 하고요. 그래서 솔직하게 말했죠. '너가 흡연자 이지만, 우린 비흡연자이니, 배려를 해달라'고요. 우리가 있는 곳에서 피울 경우 벌금을 내기로 했어요. 그랬더니 태환이가 '알겠어 형, 같은 공간에 있을 때는 담배를 피우지 않을 게, 대신 형도 우리 있을 때 방귀 뀌지마. 나가서 뀌고 와'라고 하더라고요. 소리 없이 몰래 뀌어도 되지만 자존심상 밖에 나가서 방귀를 끼고 들어옵니다. (웃음)"

- 마지막으로 팬들에게 한 마디 하신다면.

(태환) 열심히 살려고 노력해요. 공연이란 돈을 내고 남의 것을 보러 가는 행위 잖아요. 그런데 그런 관객을 위해 '공부'나 '훈련'을 하면 감동을 받으세요. '날 웃기려고 큰 노력을 하는구나'라는 생각이 전달되거든요.

저는 탬버린을 치고 있는데, 관객들을 위해서 열심히 배웠어요. '생활의 달인'에서 탬버린 달인을 보고난 후, 작가를 통해 어렵게 연락처를 알아내서 연락 드렸어요. '선생님, 시간이 괜찮으시면, 제가 주말마다 선생님 계신 평택으로 내려가서 탬버린을 배우고 싶습니다'라고 했더니. '내가 올라가겠다'고 하시더라고요. 그렇게 매주 만나서 배웠고, 그걸 공연에서 사용하고 있습니다.

공연 후기 중에, '열심히 사시는 것 같아서, 저도 좋습니다'는 내용을 보면 감동을 받아요. 더 열심히 해야겠다고 생각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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