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이승미 기자] 영화 '7호실'을 통해 보여준 배우 도경수의 새로운 얼굴이 놀랍다.
서울의 망해가는 DVD방 7호실에서 각자의 생존이 걸린 비밀을 감추게 된 사장과 청년, 꼬여가는 상황을 벗어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두 남자의 열혈 생존극을 그린 블랙코미디 영화 '7호실'(이용승 감독, 명필름 제작). 지난 7일 진행된 언론·배급 시사회에서 극중 도경수가 '神하균'이라는 별명을 가지고 있을 정도로 이견 없는 연기력을 보여주는 신하균과 필적하는 연기력과 캐릭터 소화 능력을 보여주며 눈길을 끌었다.
극중 도경수는 학자금 빚을 털기 위해 휴학하고 DVD방에서 일하는 아르바이트생 태정 역을 맡았다. 뮤지션이 꿈인 그는 데모곡을 만들어 기획사에 보내지만 답은 없고 현실은 학자금 부채 1800만원, 휴대폰도 끊기기 직전에 놓인 인물이다. DVD방에서 밀린 알바비만 무려 200만원이지만 그 돈을 받기 전까지는 관둘 수도 없는 출구 없는 청춘이다.
어느 날 알고 지낸 형으로부터 마약을 열흘만 맡아주면 빚을 한 번에 청산해 주겠다는 감미로운 제안을 받고 잠시 고민에 빠지지만 벼랑 끝에 서 있는 그에게 있어서 형의 제안은 도저히 거절하기 힘든 달콤했다. 이에 태정은 늘 열려있는 DVD방 '7호실'에 마약을 숨겨두는데 이 비밀을 알 리 없는 사장이 문을 꽁꽁 걸어 잠그는 것은 물론 '7호실'에 가까이 가지조차 못하게 한다.
마약 보관이라는 '특수한 일'을 하게 되지만 태정은 우리 주변에서 쉽게 볼 수 있는 평범한 청년이다. 학자금 대출에 허덕이는 현실 속에서 꿈은 멀어져만 가지만 힘든 부모님에게 손 한번 내밀지 않고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려는 출구 없는 '헬조선' 대한민국에 사는 20대일 뿐이다. 도경수는 이런 태정을 무표정하고 시니컬한 말투, 고단함을 짊어진 듯한 표정과 묘하게 움추려든 몸짓으로 설득력 있게 그려냈다.
단돈 20만원에 전당포에 가장 아끼는 노트북을 맡기고 담배 연기로 긴 한숨을 대신하거나 DVD 사장 두식(신하균)과의 격렬한 몸싸움 끝에 바닥에 누워 그동안 참았던 눈물을 쏟아내는 장면에서는 도경수가 감정 표현을 얼마나 세심하게 그려내는 배우인지 알 수 있다.
앞서 도경수는 KBS 드라마 '너를 기억해'(2015), SBS '괜찮아, 사랑이야'(2014), 영화 '카트'(2014, 부지영 감독), '순정'(2016, 이은희 감독), '형'(2016, 권수경 감독) 등에 출연하며 아이돌 그룹 출신의 연기자들의 통과의례처럼 겪는 '연기력 논란'을 단 한번도 겪지 않고 배우로서의 능력을 제대로 보여줬고 오는 25일 열리는 제38회 청룡영화상에서 구교환, 김준한, 남연우, 류준열 등 쟁쟁한 충무로 신예들과 함께 남우신인상 후보에 노미네이트 되기까지 했다.
특히 도경수는 아이돌 연기자들이 쉽게 선택하기 쉽지 않은 소재인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주인공으로 내세운 '카트' 같은 의미 없는 작품에 출연하며 가난한 가정형편이 창피한 사춘기 소년의 심리를 오버스럽지 않으면서도 공감을 자아낼 수 있도록 세심하게 그려내 호평을 받은 바 있다. 그랬던 그가 '7호실'을 통해 녹록치 않은 20대 청춘의 고단함을 웃픈 블랙코미디에 완벽하게 녹아들도록 그려낸 것. 앞으로 배우 도경수의 연기와 작품에 더욱 기대가 모아지는 이유다.
한편, '7호실'에는 신하균, 도경수, 김동영, 김종수, 김종구, 박수영, 전석호, 황정민, 정희태 등이 출연하고 '10분'(2013)을 연출한 이용승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오는 11월 15일 개봉.
smlee0326@sportschosun.com, 사진=영화 '7호실' '카트' 스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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